전남 드래곤즈는 올시즌 K-리그 클래식 '반전의 팀'이다.
하석주 전남 감독은 여전히 겸손하다. "객관적인 전력만 봤을 때 우리는 6강에 들기 어려운 팀이다. 시즌 내내 6위권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선수들이 정말 혼신의 힘을 다해 파이팅해준 덕분이다. 울산이나 서울이 예년보다 부진했던 탓도 있다"고 냉정하게 분석했다. K-리그 클래식 32라운드를 앞둔 현재 전남은 상위 스플릿의 마지노선인 6위(승점 44)다. 5위 서울(승점 46)과 승점 2점차, 7위 울산(승점 41)과 3점차, 윗물과 아랫물로 분리될 때까지 남은 경기는 단 2경기다.
전남은 지난 2년간 혹독한 강등권 전쟁을 치렀다. 지난 2월 전남 '울돌목' 출정식에서 이순신 장군의 "필사즉생!"을 외치며 6강을 다짐했었다. 그로부터 8개월 후 전남은 스플릿 시스템 도입 이후 처음으로 '6강 전쟁'을 치르고 있다.
올시즌 전남유스 출신 '광양루니' 이종호가 눈부시게 성장했다. 스테보 안용우 현영민 송창호 레안드리뉴 등 폭풍 영입의 효과도 톡톡히 봤다. 어느 팀에게도 쉽게 지지 않는 팀으로 성장했다. "전남 경기는 재밌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홈 관중도 급증했다.
하 감독은 치열한 순위다툼이 이어진 지난 9월 이종호 안용우 김영욱을 기꺼이 이광종호에 내줬다. 9골을 기록한 이종호와 5골5도움을 기록한 '왼발의 달인' 안용우는 전남 전력의 절반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하 감독과 구단은 한국 축구를 위한 대의에 주저함이 없었다. 이종호는 인천아시안게임에서도 주공격수로 맹활약했다. 8강전에서 코피를 쏟아가며 페널티킥을 이끌어냈고, 4강전에서 직접 골을 넣으며 금메달을 이끌었다. 애제자들은 28년만의 금메달을 목에 건 채 금의환향했다. 주전들의 공백을 남은 선수들이 사력을 다해 메웠다. 스테보 심동운 등이 투혼을 발휘했고, 6위권을 수성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후유증은 컸다. 인천아시안게임 동안 치러진 6경기에서 1승1무4패, 승점 4점을 추가하는 데 그쳤다. 마지막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절체절명의 상황에 놓였다. 하 감독은 "결국 6강 승부는 마지막까지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악의 경우 울산과 마지막 골득실차로 상위 스플릿행을 다툴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6위 전남에게 남은, 마지막 2경기는 '난적' 서울과의 홈경기, 2007년 10월3일 FA컵(2대0 승) 이후 지난 7년간 이기지 못한 인천 원정이다. 11일 수원에게 버저비터골을 허용하며 1대2로 분패한 이튿날 서울은 상주에게 0대1로 패했고, 울산은 전북에 0대1로 졌다. 하 감독은 "서울이 상주에게 질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우리 입장에서는 서울이 이기는 것이 더 좋았다. 우리와의 원정전에 이기려고 더 죽어라 덤비지 않겠냐"며 웃었다. 전남은 올시즌 서울, 울산, 포항, 부산 무승 징크스를 줄줄이 깼다. 2007년 10월 이후 13무4패, 7년 묵은 '인천 징크스'를 깨는 것이 6강행의 마지막 관문이다.
하 감독은 결연했다. "이것저것 생각할 것이 없다. 이제 '경우의 수'도 없다. 오직 승리만을 생각할 것"이라고 했다. 유일한 위안은 남은 2경기에서 '완전체' 전남을 선보일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8월 말 이후 한달반만에 돌아온 금메달 전사들을 풀가동할 수 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이어 6강행 목표까지 이룬다면 클럽과 대표팀의 진정한 '윈-윈' 신화를 이루게 된다. 올시즌 9골에 묶여 있는 이종호 역시 아홉수를 털어내는 보은의 골을 다짐하고 있다. 목 부상으로 인해 헤딩에 어려움을 겪었던 '전사' 스테보 역시 출격을 준비하고 있다.
스플릿리그 사상 첫 6강의 꿈이 눈앞이지만, 자칫 신기루가 될 수도 있다. 일단 서울과의 홈경기에 승점 3의 명운을 걸었다. '돌풍의 팀'이 아니라 '태풍의 팀'이라던 전남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