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프로야구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한 삼성 라이온즈에서 가장 극적인 인물은 이승엽이 아닐까. 이승엽은 올시즌 127경기에서 타율 3할8리, 32홈런, 101타점을 기록했다. 지난해 타율 2할5푼3리, 13홈런, 69타점으로 극도의 부진을 보인 이승엽이 올시즌 이렇게까지 부활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누구보다 우승에 대한 감동이 컸을 듯. 16일 KIA 타이거즈전을 앞두고 그의 솔직한 심경을 직접 들었다.
-정규리그 우승한 기분은.
▶보통 땐 많이 자도 피곤한데 어제는 잠이 안오더라. 자다가 세벽 6시에 깼다. 사실 쫓기는 자가 더 마음이 불안하다. 1위를 하고 있었지만 1%의 확률로 뒤집힐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에 뒤집히면 억울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인지 우승이 더 기분 좋다.
-지난해 부진을 딛고 올해 부활했는데.
▶일단 마음가짐을 바꿨다. 작년엔 안일함이 있었다. 부진을 보였고 올해는 뒤로 물러설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도 있고, 정말 마지막이 왔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것이 절박함으로 바뀌더라. 못해서 수치심이 생겼다. 절박해졌고 야구를 신중하게 바라보게 됐다. 1년이라도 더 야구를 하고 싶은데 야구를 오래하기 위해선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
-타격폼을 바꾼 것에 대해 얘기해 달라.
▶바꾸고 싶은 마음은 원래 가지고 있었다가 캠프 때부터 김한수 코치님께 말씀을 드려 시작하게 됐다. 시행착오도 많이 했다. 몇년 간 해온 폼을 바꾸는 것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시즌 초에 다시 원래 폼으로 바꿀까 생각도 했었다. 시즌을 하면서 조금씩 좋아졌고 5월 포항에서 열린 롯데전(5월 21일, 7대5 승)서 홈런 2개를 치면서 확신을 갖게 됐다. 그때까지 타율은 3할을 오르락 내리락했는데 장타력은 썩 좋지 않았다. 그때 홈런을 치면서 올시즌에 되겠다라는 감이 왔다.
-아시안게임은 봤는가.
▶다 봤다가 결승전만 일이 있어 마지막 금메달을 결정짓는 장면만 봤다. 울컥하더라. 배구와 농구는 다 봤는데 금메달을 따는 순간 마치 내가 딴 것 같이 울먹여졌다. 내가 왜 이럴까 생각하니 선수들이 개인을 버리고 모두가 합숙하면서 금메달 하나만 바라보면서 노력했을 것이다. 나도 해 본 일이라서 그 노력을 알아서 그런 것 같다. 나이가 들어 감수성이 예민해진 것 같다.(웃음)
-한국시리즈가 남았는데
▶어떻게 해서든 우승하면 좋겠다. 많은 분들이 정규리그 우승을 했는데 한국시리즈 우승을 해야 본전이란 생각이 많다. 분명히 1위를 하는게 다른 팀보다 유리한 건 분명하다. 20일 정도 남았는데 잘 준비하겠다. 아시안게임 때 2주정도 쉴 때 준비를 못한 것 같다. 그래서 10월에 부진한 것 같다. 두번 실수하지 않기 위해 연습을 많이 해서 1차전 첫타석 때 자신감있게 타격을 하겠다. 아무도 못한 통합 4연패 꼭 하고 싶다.
-작년 1위 확정 때와 올해 1위 확정 때의 마음이 달랐을 것 같은데.
▶작년엔 아파서 2군에 있었다. 그땐 씁쓸했다. 쓸쓸했고…. 지금은 기분이 너무 좋다. 작년엔 내가 못했기 때문에 우승을 못하면 나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해서 무조건 우승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올해는 잘했기 때문에 더더욱 우승을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처음으로 홈에서 우승을 확정했는데 정말 흥분될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박병호가 11년만에 50홈런을 넘겼는데.
▶50홈런은 미치지 않으면 못친다. 우리나라 프로야구가 33년됐는데 딱 3명이 친 거다. 어떤 이유가 있더라도 대기록임은 분명하다. 타고투저, 목동구장이 작다는 얘기가 있는데 경기에 나서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한 프로야구 선수에게 할 말은 아닌 것 같다. 박병호가 3년 연속 홈런왕을 하면서도 조금식 더 성장한다는 것은 자기 만족을 모를 것이고, 나태해지지 않는 성격, 야구만 생각하는 집중력, 야구에 대한 열정이 있다는 뜻이다. 홈런왕 한번 했다고 안주하면 절대 연속해서 홈런왕이 될 수 없다. 대단하다고 밖에 할말이 없다. 후배로서 굉장히 존중한다.
-본인의 올시즌에 점수를 준다면.
▶99점이다. 올해 잘했는데 막판에 좋지 못해서 1점을 뺐다.(웃음) 대구=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