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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영 '왔다, 장보리', 김순옥표 드라마에 성장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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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드디어 MBC '왔다, 장보리'가 막을 내렸다.

2회 연장을 포함, 총 52회동안 거침없는 시청률 상승세를 보이더니, 첫 회 시청률 9.8%에서 40%를 목전에 둔 흥행 기록을 세웠다.눈 감고도 틀어놓는다는 KBS 주말 8시대 드라마였던 '참 좋은 시절'의 마지막회 시청률이 27.7%(닐슨 코리아 전국일일기준)을 기록한 데 비하면 엄청난 흥행 성적이다. 이렇게 김순옥 작가는 '아내의 유혹' 이후 다시금 대중들의 화제를 모으는 데 성공했다.

2007년 아침드라마 '그대로 좋아'로 연작 드라마를 시작한 김 작가는 파격적인 소재와 비정상적인 캐릭터로 차세대 막장 작가로 이름을 올렸다. '아내의 유혹', '천사의 유혹', '웃어요, 엄마', '다섯손가락', '왔다! 장보리'까지 하나같이 그의 내공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특히 그를 히트 작가의 반열에 올린 '아내의 유혹'은 여주인공이 얼굴에 점 하나를 붙이고, 전혀 다른 인물이 돼 전 남편과 불륜녀를 응징한다는 설정은 여전히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패러디 될 정도로 파격적이다. 김 작가는 이 작품 한 편으로 '막장계의 대모'임성한 작가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김순옥 작가의 작품 세계를 조명해봤다.

▶ 악인도 이 정도는 돼야.. 불륜 절도 살인미수 등 죄목도 가지가지

'왔다, 장보리'의 연민정(이유리)의 죄목은 셀 수도 없다. 사기, 공갈, 유괴, 절도는 기본이고, 살인미수까지 사람의 탈을 쓴 짐승이라고 밖에 볼 수 없을 정도. 김 작가는 전작들에서도 파렴치의 끝을 보여주는 극단적 악인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아내의 유혹'에서는 불륜을 저지른 전 남편과 불륜녀가 전처를 죽이기 위해 공모하는가 하면, '천사의 유혹'에서는 복수를 위해 사기 결혼을 감행한 주아란(이소연)이 남편을 식물인간까지 만든다. 이들의 악행은 끝이 없다. 보통 드라마에서 악인들이 한 두개의 거대한 비밀을 감추는 정도와는 급이 다르다. 이들은 캐면 캘수록 나오는 고구마 줄기처럼 어마어마한 악행을 저지르고, 과거 악행들을 덮기위해 또 다른 악행과 무리수를 둔다. 이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더 큰 스트레스와 분노를 유발하고, 결국 악인의 끝을 보고야 말겠다는 몰입도로 이어진다.

▶ LTE급 전개, 마지막 장면에서 궁금증 유발

연민정이 임신했다, 그러나 불과 몇 회 만에 유산된다. 마지막 장면에서 비단이가 교통사고를 당한다. 다음 회에서 비단이는 멀쩡하다. 보리(오연서)가 자신이 의붓엄마 도씨(황영희)의 트럭에 치이고, 유괴 당한 사실을 기억해낸다. 그러나 용서한다. 재화(김지훈)는 친엄마를 죽게 만든 장본인이 의붓엄마(금보라)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나 용서한다. 김 작가표 드라마의 전개는 LTE급이다. 보통 사람들에게 엄청난 사고나 비밀로 느껴지는 꼬인 사건들을 김 작가는 다음 회에 그냥 단순하게 풀어낸다. 오히려 과거 사건에 대해 조마조마했던 마음은 온데간데 없이 벌써 새로운 사건에 몰입하게 만들고 있다. 그래서 김 작가의 드라마는 늘 마지막을 궁금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 짜증만 유발 NO, 코믹한 캐릭터와 설정

한 드라마 관계자는 '왔다, 장보리'와 관련해 "김순옥 작가가 일보 성장한 작품"이라고 평했다. 전작들과 달리 코믹한 캐릭터와 상황에 공을 들였다. 이는 지나치게 악인이 부각될 경우 시청자들에게 짜증만 유발하기 쉽다. 특히 일일 드라마가 아닌 주말 드라마의 런닝 타임은 70여 분, 일일 드라마와는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 김 작가는 이를 코미디로 풀어냈다. 앞서 동 시간대 인기를 모았던 코믹 막장 드라마 '금 나와라, 뚝딱!'이나 임성한 작품에서도 코미디는 숨통을 트여주고, 등장인물들의 캐릭터에 활력을 넣어준다는 측면에서 자주 쓰인다. 김 작가 역시 보리와 재화가 수박씨를 붙여가며 노는 장면이라거나, 정란(우희진)과 내천(최대철)의 과장된 러브라인, 가을(한승연)과 정란의 고모와 조카 간 사랑 쟁탈전 등을 통해 실소를 자아내는 상황을 만들었다. 때로는 손 발이 오그라들 정도로 민망하지만, 동시간대 방송되는 KBS '개그콘서트'를 눌렀다면 코미디 드라마로서도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지 않을까.



김겨울기자 wint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