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꺼낸 손흥민(레버쿠젠)의 활용법은 프리롤이었다.
10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파라과이와의 평가전,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슈틸리케 감독의 손흥민 활용법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부임 후 한국 축구의 에이스로 떠오른 손흥민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면서 그의 활용법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꺼렸다. 슈틸리케 감독은 7일 파주NFC(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에 입소하며 "손흥민을 왼쪽에 세울지, 오른쪽에 세울지 결정하지 않았다. 그의 위치를 왼쪽으로 한정짓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손흥민은 후반 시작과 함께 오른쪽을 누빈 이청용 대신 교체투입됐다. 주 포지션인 왼쪽 윙어 대신 오른쪽 날개를 맡았다. 그에게 위치는 별의미가 없었다. 사실상 프리롤이었다. 왼쪽과 오른쪽, 중앙을 누비며 공격을 이끌었다. 넘치는 자신감으로 파라과이 수비진을 흔들었다. 이날 손흥민은 슈팅 보다는 패스에 주안점을 뒀다. 손흥민은 후반 시작하자마자 오른쪽을 침투하며 날카로운 헤딩패스를 조영철에게 내줬다. 조영철이 다이빙 헤딩슛을 시도했지만 파라과이의 실바 골키퍼에 막혔다. 8분에는 왼쪽에서 중앙으로 드리블을 치고가며 왼쪽으로 돌아나가던 조영철에게 정확한 스루패스를 연결했다. 13분에는 김민우에게 기가막힌 스루패스를 연결했다. 40분에는 환상적인 티키타카의 마무리 패스를 한교원에게 연결했지만, 한교원의 슈팅은 아쉽게 빗나갔다. 장기인 슈팅은 여전히 위력적이었다. 후반 27분 왼쪽을 돌파하며 특유의 강력한 왼발슈팅으로 파라과이의 골망을 흔들뻔 했다.
파라과이전은 업그레이드된 손흥민을 볼 수 있는 경기였다. 파라과이 수비수들은 속도와 패스에 눈을 뜬 손흥민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한국의 공격은 손흥민의 발끝에 춤을 췄다. 손흥민이 공을 잡는 순간 한국의 공격템포는 빠르게 올라갔다. 손흥민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손흥민은 스피드와 슈팅력을 앞세웠던 전형적인 7번 유형의 선수였다. 축구는 등번호로 포지션을 구분짓기도 한다. 9번은 전통적인 스타일의 스트라이커, 10번은 플레이메이커 혹은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를 지칭한다. 과거 7번은 측면 미드필더를 의미했지만, 현대축구에서는 측면에서 중앙으로 이동해 득점을 만드는 선수를 일컫는다. '세계 최고의 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가 대표적이다. 역습에 특화되어 있던 '7번' 손흥민은 팀 전체의 공격에 관여하는 '10번' 스타일로 변화하고 있다. 발군의 속도 뿐만 아니라 찬스메이킹 능력까지 더하며 무결점 공격수로 변모하고 있다.
바야흐로 '손흥민 시대'다. 데뷔전을 치른 슈틸리케 감독도 아마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천안=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