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첫 선택은 기성용(26·스완지시티)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의 데뷔전인 10일 파라과이전에서 주장 완장을 찼다. 슈틸리케 감독은 "기성용은 미드필더로 중원에서 활약한다. 공수에 모두 관여하는 선수다. 팀 중심적 역할을 잘 할 수 있는 선수라고 봤다"며 "기성용이 감정을 잘 조절한다면 더 훌륭한 주장이 될 것이다. 26세로 풍부한 경험을 갖추고 있다. 최고참과 막내의 중간점이지만,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리더십을 갖추고 있는 선수다. 그래서 주장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슈틸리케 감독의 선택은 파격이었다. 1m82 조영철(카타르SC)과 1m75 남태희(레퀴야), 두 '소총수'가 중앙 공격의 선봉이었다. 조영철이 원톱, 남태희가 섀도 스트라이커에 포진했다. 이동국(전북)과 손흥민(레버쿠젠)은 벤치에서 대기했다. 좌우 측면에는 김민우(사간도스)와 이청용(볼턴)이 섰고, '더블 볼란치(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에는 기성용과 한국영(카타르SC)이 포진했다. 포백라인에는 홍 철(수원) 김기희(전북) 곽태휘(알 힐랄) 이 용(울산), 골문은 김진현(세레소 오사카)이 지켰다.
기성용으로선 부담백배였다. 하지만 그의 이름값은 달랐다.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한 그의 아우라는 특별했다. 훌륭하게 버텼고, 슈틸리게 감독의 주문대로 중심을 지켰다. 플레이도 캡틴스러웠다. 활동 반경이 최고였다. 수세시에는 중앙수비까지 가담하며 커버 플레이를 했다. 공격 전개 과정에선 줄기였다. 패스는 예리하면서 힘이 넘쳤다. 상황 판단도 뛰어났다. 전진해야 할 때는 볼흐름에 몸을 맡기거나 드리블로 적진을 헤쳐나갔다. 물러서야 할때는 빼어난 완급 조절로 숨고르기를 했다.
"처음 주장 완장을 차게 되어 상당히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영광스러운 자리지만 그라운드 안팎에서 선수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한다. 경쟁 안에서 최고의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주어진 어떤 부분도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기성용의 출사표였다. 그는 한국 축구의 중심이다. 그의 발끝에서 공수가 시작된다. 이날도 명불허전이었다. 백점짜리 주장 데뷔전을 치른 기성용은 후반 34분 박종우(광저우 부리)와 교체됐다. 슈틸리케 감독은 기성용과 포옹하며 머리를 토닥거렸다. 천안=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