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실함', 최용수 FC서울 감독(41)과 조민국 울산 감독(51)의 화두였다.
서울은 최근 많이 아팠다. 1일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후유증을 겪었다. 5일 수원 삼성과의 슈퍼매치에서도 0대1로 석패했다. 분위기 반전이 필요한 것은 울산도 마찬가지였다. 7위로 떨어진 순위를 끌어올려야 했다. 승리와 경기력 향상이 필요했다. 최근 4경기 연속 무승(2무2패)을 기록 중이었다. 4일 제주 원정(0대1 패)은 이번 시즌 최악의 경기라고 평가받았다.
부담은 최 감독이 더 컸다. 서울은 유독 울산만 만나면 작아졌다. 최근 5연패 중이었다. 전력누수도 변수였다.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부상을 한 윤일록이 전력에서 이탈했다. 또 김주영과 차두리가 A대표팀에 차출됐다. 스리백의 주축인 김주영과 차두리의 공백은 뼈아팠다. 울산은 '공격의 핵' 김신욱이 오른정강이 비골 골절로 시즌 아웃됐고, 골키퍼 김승규와 수비수 이 용이 A대표팀에 차출됐다. 결국 9일 울산종합운동장에서 펼쳐진 울산-서울의 늦깎이 K-리그 클래식 29라운드 경기는 최 감독과 조 감독의 진정한 시험대였다.
뚜껑이 열렸다. 희비가 엇갈렸다. 최 감독이 웃었다. 서울은 전반 44분 수비수 김남춘의 선제 결승골과 후반 막판 멀티골을 쏘아올린 에스쿠데로의 활약에 힘입어 3대0으로 완승을 거뒀다. 서울은 울산전 5연패를 말끔히 끊어내며, 전남(승점 44)을 밀어내고 5위(12승10무8패·승점 46)로 점프했다.
최 감독의 승부수가 다시 적중했다. 로테이션 시스템이었다. 이날 최 감독은 최근 잊고 있었던 로테이션 시스템을 다시 가동시켰다. 부상과 차출 등 전력누수로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불안감이 컸다. 경험 부족을 우려했다. 김남춘과 최정한은 각각 클래식 4경기와 5경기밖에 뛰지 못했다. 미드필더 김동석은 올시즌 첫 선발 출전이었다. 기우였다. 최 감독의 강한 믿음과 백업 선수들의 응집력이 시너지 효과를 냈다. 김동석은 중원에서 공수 연결고리 역할을 잘 해냈다. 2년차 김남춘은 물샐 틈 없는 수비 뿐만 아니라 골까지 터뜨렸다. 최 감독은 "기다림을 잊어서는 안된다. 현장에서 자기의 경쟁력을 보여줘야 한다. '내년이 있으니깐…'이란 생각은 필요없다. 프로는 냉정한 경쟁체제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그래서 '포기를 하지말라'고 얘기해줬다. 또 기회는 균등하게 주겠다고 약속했다. 선수들과 한 약속은 사실 도전이자 모험이었다. 그러나 이것이 맞아 떨어지니까 나도 보람을 느낀다. 준비된 선수는 과감하게 투입할 것이다. 주전과 백업의 기량차는 크게 없다"고 설명했다. 김남춘은 "감독님께선 '경기수는 많으니깐 포기하지 마라. 올해를 보는 것이 아니고 미래를 봐라. 나아질 것'이라며 자신감을 주신다"고 말했다. 이어 "감독님께서 자기 전에 '좋은 꿈꿔라'고 해주셨다. 감독님의 말씀대로 좋은 일이 일어났다"며 웃었다.
조 감독은 애가 탄다.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선수들의 경기력이 더 떨어진다. "완패"라고 인정한 조 감독은 "제주전 때도 결과를 떠나 최악의 경기라고 평가했다. 그래서 나름대로 준비를 했는데 컨디션이 많이 떨어진 것이 운동장에서 보였다"고 했다. "순발력이 없어졌고, 집중력도 많이 떨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남은 세 경기에서 승점을 쌓지 못하면 스플릿 B로 추락하게 된다. 그는 "스플릿 B로 추락하면 감독으로서 책임을 져야 하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실낱같은 희망은 바라고 있다. "아직 3경기가 더 남아있다. 스플릿 A에는 잔류할 수 있을 것이다."
울산=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