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직원들의 비리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을 해 제식구 감싸기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8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박완주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한수원의 '2014 임직원 징계현황'을 분석한 결과, 올 들어 9월 말까지 해임 6명, 정직 5명, 감봉 5명 등 35명이 징계를 받았다. 원전비리가 드러난 2012년과 2013년 2년 동안에는 해임만 42명에 달했다.
하지만 각종 비리와 사건 사고를 일으킨 직원들은 '간부면 장기근속자'로 '하급자면 신입'으로, '깊이 반성하고 있다'는 갖가지 이유로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박 의원의 자료에 따르면 한울원자력본부 소방대장은 지난해 10월 소방차기름을 훔치는 CCTV가 공개돼 국민적 충격을 줬는데, 한수원 징계위원회는 '훔친 금액이 적은데다 반성하고 애사심'등을 이유로 당초 해임을 정직 6개월로 낮췄다.
또 사택관리비를 횡령한 한울원자력본부 자재팀 과장은 '회사업무와 직접 관련이 없고 수수한 돈을 개인적으로 지출하지 않았다'며 징계위가 정직 대신 감봉 3개월로 처벌을 낮췄다.
업무용 컴퓨터를 훔친 한빛원자력본부 사원도 '깊게 반성하고 신입사원'이란 이유로 정직 6개월에 의결했다. 음주운전과 회사의 명예훼손으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한빛본부 고위간부 역시 '본인의 반성과 장기근무'등을 이유로 징계가 견책으로 낮춰졌다.
고리원자력본부에서는 차량 타이어를 고가에 부당하게 구매했다가 적발된 직원에 대해 '관행적 업무처리와 후쿠시마 원전사태로 인한 업무량 증가'등을 이유로 징계가 감봉에서 견책으로 낮췄다. 관행적 부당한 타이어 고가구매는 조사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
상습적 무면허 운전과 교통사고 후 도주가 드러난 고리원자력본부 직원은 '자체감사 결과 해임했다'고 보고됐지만, 실제 징계심사위원회에서는 '혈중알코올농도가 낮고 사고피해자가 연락처를 준 것을 기억하지 못한 점' 등을 고려해 정직 1개월로 의결됐다.
하급직원으로부터 향응수수를 받았던 삼량진양수발전소 간부직원은 '반성과 향응수수 금액을 반납했다'는 이유로 징계가 감봉서 견책으로 낮아지고, 향응수수를 제공한 직원은 '방성하고 있다'며 아예 경고로 끝나 결국 정식 징계조차 받지 않았다.
이밖에 지난 5월 중앙연구소 1급간부가 마약류 취급 불법행위로, 업무관련 금품 및 향응수수와 인사 불만을 이유로 상급자를 폭행한 직원 등이 각각 적발됐지만 해임에 그쳤다.
박 의원은 "해마다 한수원의 제 식구 감싸기에 국민들의 분노가 높아지고 있다"며 "온정주의 대신 철저한 직무감찰과 일벌백계 의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