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태 주연의 영화 '더 테너-리리토 스핀코'(이하 '더 테너')가 '제19회 부산 국제영화제'(이하 BIFF)에서 첫 선을 보이면서 많은 영화팬들의 열광적인 호응을 얻었다.
'더 테너'는 테너가수 배재철의 실화를 다룬 감동 스토리. 하지만 BIFF이전에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한·일 합작 영화로 오는 11일 일본에서 개봉을 하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개봉 일정이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BIFF를 통해서 '더 테너'는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화제의 중심에 설 기세다. 한국인이라면 꼭 봐야하는 영화. 왜 그럴까.
▶찬사의 연속, 감동의 여운, 부산을 흔들다
'더 테너'는 이번 BIFF에서 큰 화제를 몰고다니고 있다. 우선 지난 3일 부산 메가박스 부산극장에서 진행된 상영과 GV(관객과의 대화)에서는 중국이 자랑하는 왕자웨이(왕가위) 감독이 시사회에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특히 왕자웨이 감독은 아시아필름 마켓 참석도 있지만 '더 테너'를 응원하기 위해 참석했다는 것이 놀랍다. 그는 공식 초청이 아닌 개인 일정으로 BIFF를 찾았다. 왕자웨이 감독은 상하이 국제영화제에서 '더 테너'를 보고 깊은 감동을 받아 BIFF까지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 관계자들이 깜짝 놀랐음은 물론이다.
왕자웨이 감독은 '중경삼림' '타락천사' '해피투게더' 등 유수의 명작들 통해 세계적 거장으로 떠오른 인물. 이런 거물급 감독이 오로지 '더 테너'를 응원하기 위해 BIFF를 찾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왕자웨이 감독은 이날 상영 후 GV에서도 자리를 끝까지 지키며 관객들의 환호에 답했다. 2일에는 '더 테너'의 배우들을 따로 만나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더 테너'에 대한 뜨거운 관심. 전부가 아니었다. 영화 주인공 유지태와 함께 올해 BIFF에 신설된 '올해의 배우상' 심사위원으로 위촉된 김희애도 시사회에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영화 속 주인공의 실존 인물 테너 배재철도 부산극장을 찾아 감동의 무대를 완성했다. 배재철은 극장 무대에서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직접 부르며 이날 GV에 참석한 관객들에게 감동의 여운을 남겼다. BIFF의 참맛을 느낄 수 있었던 순간. 또 영화 속 배재철의 친구로 등장하는 와지마 토타로 씨, 배재철의 성대 수술을 담당한 잇시키 노부히코 씨도 극장을 찾아 자리를 빛냈다.
감동의 순간은 4일에도 계속됐다. 이날 오후 해운대 BIFF 빌리지에서 진행된 '더 테너' 야외무대 인사에서는 김상만 감독과 유지태, 와지마 토타로 역을 맡은 키타노 키이, 배재철이 무대에 올라 부산을 찾은 영화팬들에게 완성된 전율을 선사했다.
▶'더 테너', 대체 어떤 작품이길래?
언뜻보면 '더 테너'는 그저 평범한 음악 영화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찬찬히 곱씹어 볼수록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한 배재철의 삶이 오페라의 선율 속에 뭉클하게 녹아 있는 수작이다. 4일 BIFF빌리지에서 유지태는 "천재적인 오페라 가수인 배재철씨가 살아 있는 상황에서 연기를 못하면 크게 누가 될 수 있다는 부담이 컸다. 그래서 더욱 지난 1년 동안 오페라 가수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그는 "3개국 배우들이 함께 일했는데, 처음엔 걱정도 되고 연기적인 부담도 있었지만 진심은 분명 통할 거라고 생각했다. 어떤 때는 한국 배우들보다 편할 때도 있었다. '가면 속의 아리아'나 '패왕별희'처럼 외국에서 만들어진 오페라 속에서 '더 테너'만이 가질 수 있는 잠재력을 느꼈고 자부심을 가질 만한 장면도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완벽한 오페라 가수가 돼 완벽하게 싱크로율을 맞춘다면 할리우드에서도 해내지 못한 것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고 말했다.
주인공 유지태의 조심스러운 자신감. '더 테너'가 오페라 영화의 프레임 속에 인간 승리의 감동 실화를 품고 있기에 가능했다. 극중 배재철은 독일에서 가장 실력을 인정받는 오페라 가수다. "신에게서 선물로 받은 목소리"라고 믿고 살던 배재철에게 어느날 갑자기 성대암이라는 불행이 찾아오고 그는 절망의 나락에 빠져든다. 하지만 그를 끝까지 믿어주는 와지마 토타로와 아내 김윤희가 있어 다시 일어서 노래할 힘을 얻는다. BIFF에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에 공식 초청을 받은 사실만 봐도 얼마나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작품인지를 유추해 볼 수 있다.
예기치 못했던 '더 테너' 열기. 부산을 후끈 달아오르게 하고 있다. 새로운 한국영화의 가능성, 역경을 딛고 일어선 한 인간의 성공스토리가 삶의 무게에 눌려 살짝 내려앉았던 어깨에 다시 한번 공기를 주입하고 있다.
부산=고재완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