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에서 올해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타자는 누가 있을까. 다양한 선수들의 이름이 나오겠지만, '처음'이라는 조건으로 한정해 보면 단연 떠오르는 선수가 있다. 바로 NC 다이노스의 3번타자 나성범(25)이다.
나성범은 올해가 커리어 하이 시즌이다. 그도 그럴 것이 1군 데뷔 2년차다. 지난해에 비해 성장한 것이다. 사실 데뷔 첫 해 퓨처스리그(2군)을 평정하며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나성범의 1군 첫 시즌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오른손 유구골 골절로 인해 한 달 가량 늦게 합류하면서 시즌이 꼬였다. 104경기서 타율 2할4푼3리 14홈런 64타점. 가능성을 확인한 수준이었다.
나성범은 지난해를 떠올리며 "그땐 정말 대책 없이 시즌에 들어갔다. 부상으로 늦게 들어와서 안 아프고 뛰어야 한다는 생각, 주전에 들어야 한다는 생각만 했다. 준비가 부족했다"고 밝혔다.
올해는 준비를 착실히 했다. 인천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선발 역시 그의 '위시리스트' 중 하나였다. 모두가 대표팀을 꿈꾸듯, 그 역시 마음 한구석에 태극마크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사실 지난해 성적만으로는 나성범의 대표팀 합류는 쉽지 않았다. 그만큼 철저하게 올시즌을 준비했다. 그 결과 자기 힘으로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았다. 리그 최고의 타자 중 한 명으로 거듭난 그를 선발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나성범은 "좋은 성적을 내야만 어필할 수 있었다. 초반부터 성적이 나와 정말 다행이다. 하다 보니 모든 게 잘 됐다. 준비를 잘 해 좋은 타구가 많아지고, 성적도 자연히 잘 나온 것 같다. 2년만에 포스트시즌 무대도 밟게 돼 기쁘다"며 활짝 웃었다.
개인 성적은 물론, 팀 성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았다. NC는 나성범을 비롯한 선수들의 하나 된 활약으로 최소 3위를 확정짓고, 가을잔치를 준비중이다.
나성범에게도 긴장되고 설레는 무대다. 그는 "대표팀에서 형들이 얘기하더라. 정규시즌 때와는 다르다고. 그래도 국제대회가 미리 보는 포스트시즌이 될 것이라고 했다. 지금은 괜찮은데 하루 하루 가까워지면 긴장이 많이 될 것 같다"며 "아직 겪어보지 못했지만, 형들 말대로 대표팀 경험과 비슷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나성범은 아시안게임 휴식기를 마치고 경기에 나서지 않았다. 지난달 27일 중국과의 4강전에서 홈으로 쇄도하다 왼쪽 무릎 타박상을 입은 것이다. 경미한 부상이었지만, 김경문 감독은 상태가 완전해질 때까지 나성범에게 휴식을 주겠다고 했다.
5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금메달리스트 나성범이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3-3 동점이던 7회말 무사 1루. NC 벤치는 대타 나성범 카드를 꺼냈다. 몸이 근질근질 했는지 나성범은 상대 투수 윤명준의 초구부터 배트를 크게 돌렸다. 배트 중심에 정확히 맞은 타구는 우측으로 높게 떠올랐고, 그대로 담장을 넘어갔다. 자신의 데뷔 첫 대타 홈런포. 그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나성범은 이 홈런으로 정확히 30홈런과 100타점을 채웠다. 현재 타율 3할3푼1리로 3할 타율도 무난히 달성할 수 있다. 모든 타자들이 꿈꾸는 기록, 3할-30홈런-100타점 달성을 눈앞에 두게 됐다. 지난해까지 17명의 타자가 26차례 달성한 기록이다. 올시즌 타고투저의 영향도 있지만, '특급 타자' 반열에 올라선 건 분명하다.
경기 후 나성범은 "타자들의 로망이라는 기록을 달성해서 기분이 좋다. 시즌 초반엔 이렇게까지 좋은 기록이 나올 줄 몰랐다. 내가 잘한 것보다 주변에서 많은 도움을 줬고, 특히 기회를 많이 주신 감독님께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김경문 감독은 그에게 남다른 스승이다. 연세대 재학 시절 잘 나가던 왼손투수였던 나성범을 프로 입단과 동시에 타자로 전향시켰다. 나성범 본인도 고민스러운 순간이 많았고, 부상이라는 시련도 있었다. 하지만 데뷔 3년차, 타자 전향 3년차인 나성범은 2014년을 완전히 자신의 해로 만들어가고 있다.
나성범은 "올해는 정말 실감이 안 난다"며 웃었다. 이제 마지막 목표를 향해 달려간다. 팀의 첫 포스트시즌에서의 활약은 물론, 생애 첫 골든글러브가 남아있다. 나성범의 2014년 마무리는 어떤 모습일까.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