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선수들이 10%의 가능성을 근성과 열정으로 해냈다."
유재학 한국 남자농구 대표팀 감독이 자신의 이력에 아시안게임 우승 한줄을 올렸다.
그는 이미 국내 최고 사령탑에 올라있다. 소속팀 모비스를 2013년과 2014년 두 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 우승으로 이끌었다. 농구인들은 그를 수가 많다고 해서 만수라고 부른다. 상대의 약점을 파고들어 무너트리는데 일가견이 있다. 선수들에게 확실한 역할을 주고 동기부여도 잘 시킨다.
하지만 국제대회에선 우승은 쉽지 않았다. 4년전 광저우아시안게임 때는 준우승에 머물렀다. 지난해 다시 대표팀 사령탑에 올랐고, 필리핀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중국을 제압하고 3위를 차지하면서 농구 월드컵 출전 자격을 얻었다. 도저히 넘기 어려울 것 같았던 중국을 무너트린 건 확실한 쾌거였다. 하지만 지난달 한국은 스페인 월드컵에서 5전 전패를 당했다. 선수들의 사기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농구 선수에 대한 회의까지 들었다고 한다.
유재학 감독은 이런 선수들의 경기력을 다시 끌어올려야 했다. 이번 대회 초반 몽골전에서 졸전 끝에 승리했다. 그는 그때를 되돌아 보면서 "굉장히 힘들었다. 월드컵 이후 팀 분위기가 많이 다운돼 있었다. 농구에 대한 회의도 들었을 정도다. 그걸 살려서 올려놓기가 어려웠다. 팀 고참 선수들이 노력했다. 그게 금메달까지 이어졌다"고 말했다.
한국은 3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벌어진 이란과의 인천아시안게임 남자농구 결승전에서 79대77로 승리, 12년 만에 정상에 올랐다.
유재학 감독은 "팀 2연패는 우리 회사 역사에 남은 것이고, 아시안게임 우승은 국가적인 역사라 의미가 더 크게 다가온다"면서 "우승 원동력은 12년 만의 금메달 갈망이었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일본 카자흐스탄 대만 등이 무조건 경기력이 올라온다. 우리 실력이 단시간에 업그레이드 되기는 어렵다. 단기적인 것보다 10년 이상의 플랜이 있어야 한다. 학원 스포츠에서 부터 기본을 길러야 한다. 조직력도 한계가 있다. 우리 선수들은 개인기로 상대 한 명을 못 제친다. 개인 능력의 문제다. 짧게가 아니라 길게 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유재학 감독은 성인 대표팀 전임 감독 보다 그 아래 단계에서 전임 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인 의견이다. 2년간 대표팀을 맡으면서 생각을 많이 했다. 성인 아랫 단계에서 전임 감독제가 필요하다. 세계와 아시아 농구 흐름을 알아야 한다. 전임 감독이 청소년대표 대학선발 등을 총괄 관리하면서 선수들을 일괄적으로 키우면 된다. 그러면 성인 감독은 선수들을 뽑아 대회에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인천=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