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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AG] 유리판 판정 없었던 한국, 이란 극복한 세 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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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궁금한 의문점. 한국남자농구는 어떻게 이란을 잡을 수 있었을까.

유재학 대표팀 감독은 "이란은 해답이 없다"고 했다.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진실이었다. 이란은 삼각편대가 뛰어나다. 센터진에는 아시아 최강 하메드 하다디가 버티고 있다. 2m18의 하다디는 파워와 기동력, 득점력과 패스능력까지 갖추고 있다. 부드러운 슛 터치로 자유투까지 완벽한 선수다. 아시아 레벨에서는 확실히 천하무적이다.

스몰포워드 니카 바라미. 내외곽이 능한 멀티 플레이어다. 3점슛이 다소 약한 약점은 있지만, 가드보다 나은 드리블 능력과 미드 레인지 점프슛을 장착하고 있다. 테크닉 뿐만 아니라 파워도 겸비하고 있기 때문에 매우 까다로운 선수. 마지막으로 포인트가드 마디 캄라미가 있다. 키는 작지만, 게임조율능력은 아시아 최고수준이다. 정확한 3점포 능력과 함께 뛰어난 드리블 능력으로 골밑돌파에도 능하다. 내외곽이 뛰어나고, 높이도 좋다. 여기에 또 하나 중요한 사실. 이들은 10년 이상 호흡을 맞춘 선수들이다. 청소년 대표 시절부터 꾸준히 그랬다. 때문에 완벽한 호흡을 자랑한다.

캄라미와 하다디의 2대2 플레이, 바라미와 하다디의 2대2 플레이는 수비하기가 매우 까다롭다.

그들은 2009년 텐진 아시아농구선수권대회에서 홈팀 중국을 완파했다. 전반전에만 15점 차 이상을 리드하며 중국을 완파했다. 판정에 영향을 받지도 않는다. 익숙해져 있다. 상대팀의 열광적인 응원에도 주눅들지 않는 마인드 컨트롤 능력까지 지니고 있다. 때문에 이란은 한국에게 너무나 어려운 상대였다. 그런데 어떻게 한국이 이란을 이길 수 있었을까.

여기에서 하나 지적할 게 있다. 사실 경기 전 '홈 어드밴티지가 어느 정도 작용하지 않을까'라는 예상이 있었다.

하지만 이날 판정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오히려 흐름이 끊어지는 애매한 파울은 한국에 더 많았다. 스크린에 걸린 양희종은 파울을 받았다. 정상적인 움직임에 스크린에 걸린 상태였다. 이란 선수가 엉덩이로 스크린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분다면 오히려 이란의 공격자 파울의 성향이 짙었다. 54-50으로 앞선 한국의 상승세가 일시적으로 차단됐다.

오세근은 4쿼터 초반 일찌감치 5반칙 퇴장을 당했다. 66-63으로 앞선 4쿼터 6분23초를 남기고 이종현의 완벽한 블록슛이 반칙으로 지적받기도 했다. 이란도 애매한 파울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5대5의 공정한 판정이었다. 즉, 한국이 어이없는 홈 어드밴티지로 이란을 누르지 않았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떻게 이란을 넘어설 수 있었을까.

일단 선수들의 사이클이 좋았다. 한국은 1쿼터 초반 완벽한 공격작업을 했다. 좋은 패스게임으로 완벽한 외곽의 오픈 찬스를 냈고, 확률높은 슈팅으로 경기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몸싸움에도 밀리지 않았다. 한국이 그동안 가장 고전했던 부분 중 하나가 이란의 거친 몸싸움이었다. 하지만 농구월드컵에서 면역주사를 맞은 한국의 모든 선수들은 이란의 거친 움직임에 경기력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았다. 오히려 가드진에서는 양동근 조성민 박찬희 등이 투혼을 보이며 이란을 압박했다.

반면 이란은 분위기가 그렇게 좋지 않았다. 결승에서 가지고 있는 모든 전력을 퍼붓지 못했다.

하다디는 여전한 골밑 장악력을 과시했지만, 김종규와 김주성 오세근의 몸싸움에 의한 수비에 완벽한 통제권을 갖지 못했다. 결국 4쿼터 막판 골밑에서 결정적인 슛을 놓쳤다. 한국 입장에서는 림에서 돌아나오는 슛이 행운이었지만, 거꾸로 생각해 보면 하다디의 밸런스가 한국 센터진의 몸싸움에 흐트러졌다고 할 수 있다.

니카 바라미는 완벽했다. 아시아 최고의 스몰포워드라 할 만하다. 개인 능력 뿐만 아니라 하다디와의 2대2 공격도 매우 좋았다.

그런데 주전 포인트가드 마디 캄라미는 매우 부진했다. 뛰어난 드리블 능력과 슈팅 능력, 골밑 돌파능력을 갖추고 있었지만, 움직임은 매우 제한됐다. 양동근의 헌신적인 수비의 영향도 있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기량 자체가 쇠퇴하는 느낌이었다. 한국 가드진의 몸싸움에 버거워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동안 한국과 이란의 경기 흐름을 살펴보자. 이란은 하다디를 중심으로 골밑 장악력을 확실히 가지고 갔다. 전반에는 주로 캄라미와 하다디의 2대2 공격이 주된 루트. 그 뒤 상대팀의 체력이 떨어지는 시점인 3쿼터 중반 실질적인 에이스 바라미의 개인기와 하다디와의 연계플레이를 통해 상대를 완벽히 제압하곤 했다.

그런데 3일 한국과의 결승전에서는 이런 게임 플랜이 완전히 흐트러졌다. 일단 캄라미의 활동반경이 매우 떨어졌다. 상대의 압박에 고전했다. 그렇다 보니 하다디의 위력도 현저히 떨어졌다.

때문에 이란 벤치에서는 1쿼터 초반부터 바라미를 적극활용하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바라미의 공격루트는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경기내내 사용하면 부작용이 생긴다. 상대 수비가 적응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란의 공격 루트가 급격히 단순해지는 부작용이 생겼다.

결국 바라미는 4쿼터 20초를 남기고 75-76으로 뒤진 상태에서 드리블을 하다 한국에 공격권을 넘어줬다. 이런 부분 역시 팀 전체적인 측면에서 볼 때 하다디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원인이 됐다.

즉, 결승전에서 나타난 이란의 전력은 예전의 이란이 아니었다. 캄라미, 바라미, 하다디의 삼각편대에 슈터들을 배치, 상대를 완벽히 제압하던 이란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래도 이란은 강하긴 했다. 경기종료 2분2초를 남기고 75-70으로 앞서나갔다.

이 승부처에서 유재학 감독의 준비과정이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유 감독은 철저히 체력전을 준비했다. 농구월드컵에서 3쿼터 체력이 떨어진 것은 아시안게임에서 약이 됐다. 유 감독은 "농구월드컵에서 몸싸움이 워낙 심했다. 안 쓰던 근육을 쓰면서 선수들의 체력이 3쿼터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이 부분을 유 감독은 다시 보강했다.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은 몸싸움에서 전혀 밀리지 않았다. 오히려 상대팀보다 더 나은 장면도 종종 있었다. 몸싸움에 의한 체력적 우위는 강력한 뒷심을 만들었다. 결국 스크린을 받은 양동근이 경기종료 1분9초를 남기고 3점포를 터뜨렸고, 김종규가 귀중한 바스켓 카운트를 성공시켰다. 유재학 감독의 철저한 준비없이는 쉽지 않은 부분이었다. 결국 한국은 최강 이란을 넘어섰다. 전체적인 전력은 떨어졌지만, 완벽한 실력으로 눌렀다. 인천=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