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토마'의 질주가 LG를 살렸다.
LG 트윈스 '적토마' 이병규(9번)가 자신의 애칭이 부끄럽지 않은 플레이를 펼치며 팀에 귀중한 승리를 안겼다. LG는 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11대5 대승을 거뒀다. 아시안게임 휴식기 이후 열린 첫 경기. 운명을 가를 수 있는 5연전 첫 경게 대승으로 치열한 4위 싸움에서 앞서나갈 수 있게 된 LG다.
이병규의 플레이가 승리의 초석이 됐다. LG는 1회초 에이스 리오단이 흔들리며 2실점했다. 상대 선발이 20승에 도전하는 밴헤켄이었기에 1회 2실점은 뼈아팠다.
하지만 2회말 곧바로 3-2 역전에 성공했다. 이병규의 플레이가 돋보였다. 이병규는 이병규(7번)와 이진영의 연속안타가 터진 무사 1, 2루 찬스서 타석에 들어섰다. 이병규는 초구에 상대가 예상치 못한 3루쪽 기습번트를 댔다. 상대 3루수 김민성이 공을 더듬었다. 실책. 무사 만루 찬스를 만들었다. 이병규는 번트를 댄 후 앞만 보고 전력질주 했다.
'적토마'의 달리기 쇼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어진 손주인의 우익수 희생플라이 상황. 상대 우익수 유한준이 2루주자의 3루 진루를 막기 위해 공을 뿌렸다. 이 때 1루주자 이병규가 2루로 뛰었다. 상대 수비의 허점을 노린 플레이. 2루에 안책했다.
여기서도 끝이 아니었다. 최경철의 동점 적시 내야 안타 때 이병규는 3루까지 진루했다. 이어진 오지환의 투수 앞 땅볼 때 과감하게 홈으로 파고들었다. 투수 밴헤켄이 한 번에 공을 잡았다면 홈에서 횡사할 수도 있었지만, 타구가 빠른 것을 본 이병규는 지체 없이 홈으로 파고들었다. 밴헤켄이 한 번에 공을 잡지 못하고 떨어뜨려 여유있게 세이프. 상황 판단이 훌륭했다. 물론 이 때도 죽을 힘을 다해 뛰었다. 상대 투수가 20승에 도전하는 에이스 밴헤켄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2회 역전이 매우 중요했다. 1회 삼자범퇴 처리한 상대 선발이 분위기를 타지 못하게 숨통을 끊었다.
주루 뿐 아니었다. 방망이도 빛났다. 이병규는 3-2로 아슬아슬한 리드를 지키던 3회초 1타점 적시타로 추가점을 내는 데 공헌하는 등 이날 2안타를 때려냈다.
전성기 시절, 검게 그을린 피부에 잘 치고 발도 빨라 '적토마'라는 멋진 애칭을 얻었다. 하지만 이제 한국 나이로 41세. 적토마처럼 빠른 스피드는 잃은지 오래다. 하지만 팀 최고 베테랑이 사소할 수 있는 주루 플레이부터 최선을 다한다면 팀 분위기가 어떻게 바뀔 수 있는지 보여줬다. 단순한 스피드로 적토마의 능력치를 평가할 수 없다.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