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영웅' 박태환(25·인천시청)과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20·연세대)의 우정이 빛났다.
박태환은 2일 오후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펼쳐진 인천아시안게임 리듬체조 개인전 현장에 깜짝 방문했다. '절친' 손연재를 응원하기 위해서다. 박태환의 등장에 객석은 술렁였다. 박태환은 '패밀리존' 가장 앞자리에 앉아 손연재의 금메달 연기를 응원했다. 손연재가 '오빠의 응원'에 화답하듯 후프에서 완벽한 연기를 뽐내며 18.216점을 찍자 박태환의 얼굴에 '오빠미소'가 넘쳤다. 박태환은 1일 인터뷰에서 "연재의 아시안게임이 됐으면 좋겠다. 리듬체조도 정말 훈련량이 많더라. 꼭 금메달을 땄으면 좋겠다. 응원한다고 전해달라"는 메시지를 전했었다. 말로만 그치지 않았다. 대한체조협회의 도움속에 직접 현장을 찾았다. 절친누나 장미란이 박태환을 응원했듯, 박태환이 절친동생 손연재를 응원하는 모습이 흐뭇했다.
박태환과 손연재는 지난 2011년 LG휘센 에어컨 모델로 첫 인연을 맺은 후 햇수로 4년째 변함없는 남매애를 이어왔다. 대한민국 수영과 리듬체조를 이끌어가는 에이스로서, 승부의 최전선에서 자신의 한계와 부단히 싸워왔다. 해외에서 나홀로 외로운 훈련을 이어가는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 안다. 공통점이 많은 만큼 잘 통했다. 박태환은 "저 어린 나이에 혼자서 러시아에서 훈련을 하다니, 엄청 힘들 텐데, 연재는 정말 대단하다"며 칭찬했었다. 2012년 휠라 다운점퍼 CF 촬영현장에서 손연재는 '든든한 오빠' 박태환에게 미리 준비한 생일케이크와 선물을 건네며 축하를 건넸다. 예능프로그램 '런닝맨'에도 함께 출연해 남다른 우정을 과시했다. 지난 8월 루게릭병 환우들을 위한 아이스버킷 릴레이 이벤트 때도 러시아의 손연재는 호주의 박태환을 지목했다.
손연재의 금메달 현장을 함께한 박태환은 "연재가 던지고 받을 때마다 떨려서 못보겠더라. 나도 모르게 움찔움찔하면서 봤다"며 웃었다. "리듬체조를 잘 모르는 내가 봐도, 연재의 연기는 다른 선수들과 클래스가 다르더라. 선수들중에 연재가 제일 예쁘더라. 정말 대단하다. 이제 진짜 별이 됐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
박태환은 금메달이 확정된 직후 손연재 어머니 윤현숙씨, 손연재의 멘토인 조수경 스포츠심리학박사와 함께 포디움 뒤에서 손연재를 기다렸다. 손연재가 나타나자 엄마 윤현숙씨가 벅찬 목소리로 "연재야! 연재야!" 딸의 이름을 불렀다. 손연재가 활짝 웃는 얼굴로 "엄마!" 하며 달려와 안겼다. 지난 4년간 앞만 보고 달려온 모녀는 또한번의 꿈을 이뤘다. 그간의 땀과 눈물이 금빛으로 보상받는 순간이었다.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박태환은 이 모습을 한발 떨어진 채 흐뭇한 표정으로 지켜봤다. 이어 '오빠' 박태환을 발견한 손연재의 표정이 환해졌다. "연재야 축하해!"라는 오빠의 축하인사와 동시에 '절친 남매'가 활짝 웃었다. 말이 필요없었다. 짜릿한 승리의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훈훈한 세리머니였다. 손연재는 기자회견에서 박태환의 응원에 고마움을 표했다. "와주셔서 정말 힘이 됐다.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활짝 웃었다. "나 역시 아시안게임에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응원 많이 했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인천=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