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만 금메달을 따면 병역혜택을 받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인천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야구대표팀을 우승으로 이끈 삼성 라이온즈 류중일 감독이 그동안 꾹꾹 눌러왔던 속마음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그는 선수들이 열심히 해서 힘들게 금메달을 땄는데, 병역혜택을 받는 것에 대한 여론이 별로 좋지 않은 것 같아 속상하다고 했다.
류 감독은 "다른 종목도 병역 미필 선수들이 금메달을 따면 병역 혜택을 받는데, 이상하게 야구만 안좋은 여론이 많다"며 "물론 축하해주는 이들이 훨씬 많지만 안좋은 말도 많다"면서 아쉬워했다. 이번 대회 예선 3경기서 모두 콜드게임승을 하자 실력차이가 너무 크다는 얘기가 많았고, 준결승과 결승에서 어렵게 승리를 거두자 졸전이었다는 비난이 나오기도 했다.
류 감독은 "너무 약체를 만났다고 하는데, 일본과 대만은 그렇게 약한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다른 종목도 그런 예가 많지 않나. 야구에서 지금까지 4번 우승을 했는데, 일본과 대만도 한번씩 금메달을 땄다"고 했다. 한국이 야구에서 금메달을 독식해 온 게 아니라는 항변이다.
"사실 스포츠 선수들은 군대를 가는 게 선수생활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게 맞다"는 류 감독은 "법에 그렇게 정해놓은 것 아닌가. 국위선양을 해서 군대를 가는 대신 그 종목에서 더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법을 만들었고 선수들은 열심히 해서 금메달을 땄다. 안좋은 여론이 있으니 나도 그렇고 선수들도 위축된다"고 섭섭함을 털어놓았다.
그는 선수 선발 과정에서의 비판적인 여론에 대해 "선발에 대해 이견이 있는 것을 당연하지만 대표에 뽑힌 선수들 성적을 보면 그때 다 좋았다"며 "기술위원장님과 기술위원님들, 코칭스태프가 고민을 해서 최고의 선수들을 뽑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대표팀 선수 24명 중 13명이 병역미필 선수들이었지만, 이들이 실력으로도 충분히 뽑힐만 했다는 뜻이다.
금메달의 주역인 안지만도 좋지 않은 여론에 대해 섭섭함을 표현했다. 그는 "금메달을 따기 위해 우리는 최고의 선수들로 최고 전력의 팀을 만들었고, 일본과 대만은 그렇게 하지 않은 것 아닌가. 왜 우리에게 안 좋은 말이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대구=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