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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AG]100만원 선수-50만원 코치가 일군 MTB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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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항밍구."

견학 온 인근 유치원생들의 응원소리가 울려퍼졌다. 뙤악볕 아래 있는 어른들도 그 소리를 듣고 함께 "대~한민국"을 외쳤다. 저 멀리 언덕에서 '실루엣' 하나가 나타났다. 내리막길을 타고 내려왔다. 가까이 다가올 수록 유니폼에 'KOREA'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곧 이어 또다른 'KOREA' 유니폼이 등장했다. 이미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다. 그래도 관중들이 모두 목소리를 높였다.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 모든 관중들은 박수를 치며 축하를 보냈다.

30일 인천 영종 백운산 MTB코스에서 열린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사이클 MTB크로스컨트리에 한국 대표로 나선 권순우(21·의정부시청)와 유범진(27·양양군청)이 각각 5위와 6위를 차지했다. 여자부에 나선 유다정(22·한체대)은 6위를 기록했다. 1998년 아시안게임 종목으로 채택된 뒤 한국이 거둔 최고 성적이었다.

사실상 기적에 가까웠다. 한국 MTB 환경은 척박하다. 남자의 경우 전국체전에 나오는 선수는 22명 정도다. 이 가운데 실업팀에서 급여를 받는 선수는 5명 정도다. 기존 사이클 트랙과 도로팀에 곁다리로 끼여있는 형태다. 훈련도 트랙 혹은 도로팀과 함께 한다. 대부분이 월 100만원 정도를 받는다. 그나마 아시안게임에 나선 권순우와 유범진은 사정이 낫다. 한국 MTB의 에이스로 조금 더 많은 돈을 받는다. 물론 큰 차이는 나지 않는다.

나머지는 동호회 출신 선수들이다. 유범진 역시 고등학교 3학년때까지 운동이라고는 전혀 하지 않은 평범한 학생이었다. 우연히 접한 MTB에 매료되어 선수의 길을 걸었다. 권순우는 핀수영을 하다 고등학교 때 MTB로 전향했다. 동호회 활동을 하던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유다정의 경우에는 이번 경기가 사실상 은퇴무대였다. 올해를 끝으로 한체대를 졸업한다. 여자 MTB선수를 받아주는 실업팀은 없다. 전국체전종목이 아니기 때문이다. 선수로서 이제 시작하는 22세지만 열악한 사정 때문에 은퇴하고 교사 준비를 할 생각이다.

지도자들도 사정이 열악하기는 마찬가지다. MTB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이한열 코치(33·경기도사이클연맹)의 주업은 대학원생이다. 경기도사이클연맹에서 주는 월 40만~50만원 정도의 수입으로 선수들을 가르친다. 열정이 없다면 하기 힘든 일이다. 그나마 이번 아시안게임의 경우에는 좀 나았다. 홈에서 열리기 때문에 대한사이클연맹이 처음으로 합숙훈련을 지원했다. 그 결과가 역대 아시안게임 최고 순위였다.

경기가 끝난 뒤 만난 권순우는 아쉬움에 눈물을 흘렸다. 4.6㎞ 구간을 6바퀴 도는 경기에서 권순우는 줄곧 선두 그룹을 유지했다. 하지만 3바퀴째에서 앞바퀴 펑크 때문에 순위가 밀렸다. 권순우는 "정말 열심히 했다. 하지만 아직 많이 부족하다. 더 큰 무대를 향해 노력해 아시아 최고가 되겠다"고 말했다. 유범진은 "1년 동안 합숙훈련 등 준비를 많이 했다"면서 "실력을 유지한다면 다음번 아시안게임에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 코치는 "지원이 조금 더 있었으면 좋겠다. MTB의 경우 출발 위치도 각국이 가지고 있는 국제사이클연맹(UCII) 포인트에 따라 다르다. 우리 선수들은 1년에 1번 정도 국제 대회에 나가는 실정이다. UCI포인트가 낮아 항상 뒤에서 출발한다. 이 문제만 해결되어도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다"고 아쉬워했다. 인천=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