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의 결승전에서 승부를 띄우려면 박혜진이 필요하다."
20년 만에 아시안게임 정상탈환을 노리는 여자농구대표팀이 숙적 일본을 꺾고 결승에 진출했다. 한국은 1일 경기도 화성종합경기타운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여자농구 준결승전에서 일본에 58대53으로 승리하며 결승에 진출했다.
센터 하은주가 15분 21초를 뛰면서 15득점 7리바운드로 맹활약했다. 신정자는 13득점 10리바운드로 더블-더블을 기록하며 힘을 보탰다. 한국은 대만을 75대63으로 제압한 중국과 2일 오후 6시 15분 결승전을 치른다.
쉽지 않은 경기였다. 전반까지 필드골 성공률은 35%에 그쳤고, 3점슛은 고작 1개 성공시켰다. 높이의 우위를 갖고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한국은 평균신장 1m82로 1m75에 불과한 일본보다 우위에 있었다. 게다가 1m80 이상 선수가 8명이나 됐다. 반면 일본은 4명에 그쳤고, 1m84의 아카호 사쿠라가 최장신일 정도였다. 2m2의 하은주 외에도 포워드진 대부분이 1m80이 넘는 한국과는 차이가 있었다. 키가 작은 대신 스피드를 갖췄지만, 약점은 분명했다. 전반에만 블록슛 숫자가 8-0으로 압도적 우위를 보일 정도였다.
결국 높이로 경기를 풀어갔다. 3쿼터 시작과 함께 하은주를 투입해 손쉽게 득점을 올렸다. 하지만 하은주가 빠지자 42-30에서 44-43까지 추격을 당한 채 3쿼터를 마쳤고, 결국 4쿼터에 다시 하은주를 투입해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일본 선수들은 하은주의 높이를 당해내지 못했다.
경기 후 위성우 감독은 "내용적인 면은 좋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 또한 마찬가지지만, 아시안게임이란 큰 경기에 선수들이 부담감을 많이 가진 것 같다.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오늘 경기가 안 풀린 게 낫다고 본다. 오늘 일방적으로 경기를 하는 것보다 이렇게 경기한 게 내일 결승전 긴장감을 위해 좀더 낫다고 본다"고 밝혔다.
출전시간을 조절해줘야 하는 하은주나 이미선을 많이 쓴 부분은 아쉬움이 남았다. 박혜진이 발목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하자, '맏언니' 이미선에게 과부하가 걸렸다. 이미선은 32분 37초를 뛰었다.
"체력적인 부분은 걱정이 되지만, 이럴 때 선수들이 정신력이 무엇인지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위 감독은 "박혜진은 내일 맞춰보려고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 재활 기간이 길어질 수 있지만, 내일 중국전에서 승부를 띄우려면 박혜진이 필요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수비에 박혜진이 필요하다"며 박혜진의 결승 투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은주에 대해선 "많이 뛴 건 사실이다. 원래 10분 정도를 생각했는데 하은주가 없었으면 오늘 힘들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오늘 이겨야 내일 경기도 있는 것이다. 하은주가 잘 해줬다"고 밝혔다.
이날 하은주를 향한 볼투입은 원활했다. 특별히 관리해야 하는 몸상태 탓에 팀 훈련을 100% 소화할 수 없지만, 호흡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위 감독은 "같이 연습을 많이 못 했지만, 하은주에게 패스가 잘 들어갔다. 3쿼터에 에러가 나오면서 흐름을 뺏긴 부분은 아쉽다. 일찍 결정을 지었으면 체력 소모가 적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중국은 일본과는 정반대의 스타일을 갖고 있는 팀이다. 위 감독은 "중국은 신장이 있어 일본과 정반대다. 체력적인 부분에서 걱정되지만, 이럴 때일수록 정신력이 무엇인지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일은 리바운드나 정신력 싸움에서 얼마나 밀리지 않느냐에 따라 승부가 날 것 같다"고 강조했다.
화성=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