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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입맛이 돌아와야 가을 성장도 따라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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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크려면 잘 먹어야 한다. 하지만 여름 무더위를 지난 아이의 식욕은 마냥 제자리걸음. 선선한 가을로 접어들었지만 아이가 여전히 잘 먹지 않는다면 조금 긴장할 필요가 있다. 가을에는 추운 겨울에 대비해 자연스럽게 식욕이 왕성해지고 살이 찌게 마련이다. 그런데 아이가 먹는 것에 관심이 없고, 먹어도 그 양이 너무 적고, 하루 종일 조금씩 나눠 먹거나, 종일 굶겨도 배고프다는 소리가 없거나, 밥보다는 과자나 음료수만 달고 산다면 식욕부진일 가능성이 높다. 2차 성장 급진기를 앞둔 아이라면 가을 성장, 나아가 내년 봄 성장을 위해 입맛부터 살려야 한다.

-입맛 살리려면 아이가 먹지 않는 이유부터 알아야

보통 식욕부진은 아이의 타고난 소화기 기능, 즉 비위가 허약하거나 잘못된 식습관으로 인한 경우가 많다. 별 이상 없이 단지 뱃구레를 작게 타고 태어나 덜 먹는 경우도 있다.

'뱃구레가 작은' 아이들은 자신의 장부 크기에 맞춰 음식 양을 섭취하기 때문에 엄마 눈에는 워낙 안 먹는 것처럼 보인다. 여기서 뱃구레가 작다는 건 자기 체구에 맞춰 작은 것이고, 아이 역시 조금 먹어도 필요한 만큼은 섭취하기 때문에 활동량이나 기력에서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억지로 먹이다간 오히려 배탈이 나거나 식적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늘 적게 먹는 것이 식습관으로 굳어지면 아이는 활동량을 늘리고 키를 키워야 할 시점이 되어서 영양이 부족할 수 있다. 아이가 자라는 동안 자신의 체격과 성장발달에 필요한 섭취량을 먹을 수 있도록 뱃구레를 적당히 키워줘야 한다. 단맛 간식이나 군것질류를 제외하고 가급적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이라도 양껏 먹을 수 있도록 한다. 뱃구레를 적당히 키워주면 아이가 성장하면서 점차 먹는 양도 늘어난다.

-비위 기운 허약하면 배앓이는 물론 병치레 잦아

단순히 뱃구레가 작은 게 아니라 비위가 허약한 아이라면 사정이 다르다. 비위가 허약한 아이들의 경우 평소 입맛도 없지만 잘 먹더라도 배탈, 설사 등 배앓이가 잦은 편이다. 비위는 우리 몸 한가운데서 중심을 잡아주는 장부이기 때문에 비위가 약해지면 전반적인 신체 건강, 면역력도 약해진다. 일교차가 심하고 차고 건조한 바람이 부는 요즘 감기, 천식, 비염, 아토피피부염 같은 호흡기, 알레르기 질환에 시달리거나 배탈, 설사, 장염 등 잔병치레에 시달릴 수 있다. 잘 먹지 못하는 데다 병치레까지 잦다면 아이의 성장도 더뎌지게 된다.

권선근 일산 아이누리한의원 원장은 "비위 기능이 허약해 입맛도 없고 배앓이가 잦다면, 비위의 기를 보충해주어야 한다. 비위 기능을 향상시키고 기혈 순환을 도와 아이의 입맛을 살리면서 소화, 흡수가 잘 되도록 도와줄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가을 식욕이 내년 봄 성장까지 이어진다?

비위 기능이 허약해 가을마다 배탈 설사, 장염 등 배앓이가 잦은 아이는 반복되는 복통, 구토, 설사로 식욕도 잃고 소화 능력도 떨어진다. 천고마비의 계절, 다른 아이들은 입맛이 살아나 영양을 보충하고 성장을 준비하는 사이, 내 아이는 여전히 기력이 떨어진 채로 겨울을 맞이하게 된다. 겨울은 이듬해 봄, 만물의 기운이 소생할 때 아이 역시 성장의 기운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면역력과 기력을 쌓아두는 계절이다. 결국 가을에 식욕부진으로 고생하면 봄 성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신속하고도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

권선근 원장은 "성장부진으로 한의원을 찾는 아이들 절반가량은 식욕부진을 갖고 있다. 잘 안 먹으면 성장에 필요한 영양과 에너지를 얻는 것이 부족할 수 있다. 가을 입맛에 내년 봄 성장까지 달려 있는 만큼 활동량이 많아진 성장기 유아, 2차 성장 급진기를 앞둔 학생이라면 영양 섭취에 관심을 갖고 입맛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잘못된 식습관, 숨어 있는 증세 때문에 못 먹기도 해

어린 아이들의 경우 잘못된 식습관이 밥을 안 먹게 만드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어릴 때부터 엄마가 밥그릇을 들고 쫓아다니며 억지로 먹인 경우, 씹는 훈련이 덜 된 경우, 밥을 안 먹는다고 단맛 간식, 우유 등을 많이 먹인 경우 등이 대표적. 밥이 아니어도 얼마든지 영양을 보충할 수 있는 데다, 단맛에 익숙해져 밥이 맛없게 느껴질 수 있다. 또 억지로 먹이는 일이 반복되다 보면 아이에게는 밥 먹는 일이 고역일 수 있다.

식적, 변비 등과 같은 증세가 있어도 입맛이 떨어질 수 있다. 아이 장부에 무언가 들어차 있기 때문에 속이 더부룩하고 입도 쓰며 당연히 밥맛도 없다. 장부의 기능 또한 떨어지기 때문에 소화나 흡수에 있어서도 영향을 받는다.

권선근 원장은 "잦은 감기, 비염, 축농증(부비동염) 등을 앓아도 밥맛을 잃는다. 코가 막히고 비강에 콧물이 들어차 있으면 음식 냄새를 맡기 어렵고 입에서도 쓴맛이 느껴져 식욕이 없어 진다"고 설명한다. 질병 때문에 일시적으로 식욕부진이 생겼다면 우선 선행질환을 치료한다. 입맛을 훔쳐간 숨은 증세가 사라지면 점차 아이의 입맛도 돌아온다. 나성률 기자 nas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