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킹' 이동국(35·전북)의 회복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최강희 전북 감독이 "체력은 정말 타고 난 것 같다. 30대 중반이면 경기 다음날 회복에 어려움을 겪는데 20대 선수보다 이동국의 회복 속도가 더 빠르다. 체질을 타고 났다는 말 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며 혀를 내두를 정도다. 이동국도 체력의 비밀을 알지 못한다. 이동국은 35세에도 지치지 않는 체력의 비밀을 묻는 질문에 "특별히 경기 다음날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힘들지 않다. 솔직히 힘든걸 못느껴봤다"며 웃음만 지을 뿐이다.
이동국이 '강철 체력'으로 또 한번 놀라움을 안겨줬다. 그러나 환희와 아쉬움이 교차했다. 이동국이 10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부산과의 K-리그 클래식 25라운드에서 풀타임 활약했다. 다른 때와는 풀타임의 무게가 다르다. 그는 부산전에 앞서 5일동안 이미 2경기나 치렀다. 1년 2개월만에 태극마크를 가슴에 단 이동국은 5일 열린 베네수엘라전과 8일 우루과이전에 연속 선발 출전했다. 두 경기에서 각각 78분과 69분 등 총 147분을 소화했다. 베네수엘라전에서 그는 단연 주인공이었다. 센추리클럽(A매치 100경기 이상 출전) 가입을 자축하는 2골을 터트리며 경기 최우수선수에 선정됐다. 우루과이전에서는 득점을 올리지 못했지만 동료들과의 연계 플레이로 우루과이의 수비진을 흔들었다. A매치는 리그 경기 이상의 중압감이 작용한다. 게다가 3일만에 2경기를 치르는 강행군이었다. 아무리 체력이 좋다고 할지라도 이틀만에 다시 리그 경기에 선발 출전하는 것은 20대 중반의 전성기 시절에도 힘든 일이다.
그는 상식마저 깨버렸다. 선발 출전과 풀타임,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동국은 부산전에서 0-0으로 맞선 후반 12분 선제골을 터트렸다. 오른 측면에서 이승기가 올린 크로스를 가볍게 점프해 머리로 밀어 넣었다. 이동국은 이날 득점을 앞세워 리그에서 12골을 넣으며 득점 선두를 질주했다. 9골을 넣은 2위권과의 격차를 3골로 벌렸다.
노련함이 돋보인 활약이었다. 이동국은 전반에 부산 수비진에 막혀 이렇다할 찬스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이틀전 치른 A매치 후유증이 있는게 당연했다.그러나 최 감독은 이동국을 믿고 후반에도 기용했다. 믿음의 결실은 골이었다. 이동국은 이날 경기의 첫 슈팅을 득점으로 연결하며 전북에 리드를 안겼다. 지치는 법을 잊어버린 이동국이 '강철 체력'을 앞세워 전북에 승리를 선사하는듯 했다.
그러나 집중력은 강철 체력에 미치지 못했다. 이동국은 1-1로 맞선 후반 추가시간에 페널티킥의 키커로 나섰지만 부산 골키퍼 이창근의 선방에 막혀 결승골의 기회를 날려 버렸다. 전북은 부산과 무승부로 25라운드를 마쳤다.
35세에 나이를 잊고 6일동안 3경기를 소화한 이동국의 얼굴에서는 지친 기색보다 아쉬움이 더 진하게 뭍어 나왔다. 천당과 지옥을 동시에 방문하고도 체력은 여전히 남아있는 듯 했다.
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