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국(35·전북)이 100번째 A매치를 멀티골로 장식하며 A대표팀에 승리를 선사했다.
이동국은 5일 경기도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베네수엘라와의 평가전에서 후반 7분과 17분 잇달아 골망을 흔들면서 한국의 3대1 완승을 견인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99차례 A매치에 출전했던 이동국은 마지막 한 고개를 넘으면서 센추리클럽(A매치 100회 이상 출전자들의 모임)에 가입했다. 지난 1998년 5월 16일 잠실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자메이카와의 친선경기에서 A대표팀에 데뷔한 이래 5957일, 만 16년3개월20일 만에 이룬 대업이다. 선발로 나선 이동국은 후반전 K-리그에서 갈고 닦은 골 감각을 유감없이 뽐내면서 3만4456명의 관중들을 열광시켰다.
신태용 코치가 벤치를 지킨 한국은 4-1-2-3 포메이션이라는 새로운 전술을 선보였다. 기존 더블 볼란치 대신 기성용(25·스완지시티) 홀로 수비형 미드필더 임무를 맡고, 이청용(26·볼턴) 이명주(24·알아인)가 나란히 중원을 지키는 공격적인 포진이었다, 최전방 원톱 자리엔 100번째 A매치를 맞이한 이동국이 섰고, 좌우 측면에는 손흥민(22·레버쿠젠) 조영철(25·카타르SC)이 배치됐다. 좌우 풀백 자리에는 김민우(24·사간도스) 차두리(34·FC서울)가, 중앙 수비 자리에는 김영권(24·광저우 헝다)과 김주영(24·FC서울)이 호흡을 맞췄다. 김진현(27·세레소 오사카)이 정성룡(29·수원) 김승규(24·울산)가 빠진 골문을 맡았다.
한국은 초반부터 공격적으로 경기를 풀어갔다. 경기시작 1분 만에 이청용이 페널티박스 오른쪽으로 쇄도해 크로스를 올리면서 베네수엘라 골문을 위협했다. 베네수엘라는 살로몬 론돈을 앞세워 반격에 나섰다. 하지만 한국은 볼 점유율을 올려가면서 베네수엘라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전반 8분에는 조영철의 패스를 받은 이동국이 문전 왼쪽에서 감각적인 힐킥으로 득점을 노렸으나 아쉽게 빗나갔다. 전반 13분에는 손흥민이 아크 왼쪽에서 강력한 오른발 중거리포로 베네수엘라 골문을 두들겼다.
좀처럼 보기 힘든 실수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전반 21분 볼을 잡은 골키퍼 김진현이 왼발로 찬 볼이 낮게 깔리면서 전방에 서 있던 마리오 론돈의 몸에 맞았다. 론돈은 골킥을 위해 골문을 비운 김진현을 확인하고 그대로 오른발슛을 연결, 볼은 김진현의 키를 넘겨 그대로 골망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맥빠지는 실점 뒤에도 공격진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차두리-이명주-이청용이 콤비네이션 플레이로 측면 공격을 시도하면서 활로를 개척했다. 손흥민도 빠른 역습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면서 힘을 보탰다. 결국 동점골이 터졌다. 전반 33분 문전 왼쪽으로 쇄도하던 손흥민이 올린 강한 크로스가 수비 몸에 맞고 페널티박스 왼쪽으로 흐르자, 대기하고 있던 이명주가 감각적인 오른발 인사이드 슛으로 베네수엘라 골키퍼를 깨고 골망을 갈랐다. A매치 10경기 만에 터진 마수걸이 골이었다. 경기장을 가득메운 팬들의 함성이 부천 밤 하늘을 수놓았다.
이후 한국과 베네수엘라는 치열한 공방전을 펼치면서 기회를 노렸다. 하지만 전반 44분 이청용의 헤딩슛이 골문을 외면하는 등 공격이 무위로 돌아가면서 전반전은 동점으로 마무리 됐다.후반전 들어 신 코치는 조영철 대신 한국영(24·카타르SC)을 투입하면서 변화를 꾀했다. 한국영이 중앙 미드필더, 이청용이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재배치 됐다.
후반전은 이동국의 독무대였다. 7분 만에 역전골을 터뜨렸다. 오른쪽 측면 코너킥 기회에서 김민우가 올려준 크로스를 문전 오른쪽에서 헤딩슛으로 마무리, 골망을 갈랐다. 이동국은 손가락을 하늘로 치켜들면서 기쁨을 만끽했다. 후배 손흥민이 달려와 이동국의 축구화를 닦아주는 재치넘치는 골 세리머니를 펼쳤다. 10분 뒤 또 경기장에 '이동국'의 이름이 연호됐다. 이번에는 오른발이었다. 후반 17분 오른발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오른쪽 측면에서 이명주가 시도한 크로스를 베네수엘라 수비수 걷어냈으나, 문전 왼쪽에서 이를 받아 침착하게 오른발슛으로 마무리 했다. 역전골 뒤 공격을 강화하던 베네수엘라는 망연자실 했다.
분위기를 완전히 잡은 한국은 베네수엘라를 몰아붙이면서 추가골 획득을 노렸다. 여유를 찾은 신 코치도 박종우(25·광저우 부리) 김창수(29·가시와) 등을 잇달아 내보내면서 전력 점검에 심혈을 기울였다. 베네수엘라는 후반 막판 들어 공격을 강화했으나, 자신감을 찾은 한국 수비진에 막혀 결국 점수차를 좁히지 못했다.
부천=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