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가 그냥 물러서지 않았다. LG 트윈스와의 주말 2연전에서 1승1패. 롯데는 4위 싸움의 불씨를 다시 살려나갔다. 롯데는 공동 6위를 사수하면서 4위 LG와의 승차를 3게임으로 좁혔다.
▶황재균과 유먼이 경기를 지배했다
롯데는 31일 잠실 LG전에서 6대2 완승을 거뒀다. 전날 2대3 1점차 패배를 되갚아주었다. 타선에선 황재균이, 마운드에서 유먼이 롯데를 이끌었다.
황재균은 1주일 전 24일 사직 LG전에서 어이없는 1루 악송구로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했다. 그 패배로 받은 심적 충격이 컸다. 황재균은 이번 주말 2연전에서 당시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고 싶었다. 2연승을 목표로 했다. 하지만 롯데는 30일 LG에 1점차로 지고 말았다. 황재균은 31일 분풀이를 제대로 했다. 홈런 2방, 3타점을 몰아쳤다. 시즌 첫 한 경기 멀티홈런. 3년 만이다.
황재균은 3회 두번째 타석에서 LG 선발 신정락으로부터 좌월 투런 홈런을 빼앗아 기선을 제압했다. 그리고 그 점수가 결승점이 됐다. 그는 5-2로 앞선 9회에도 좌월 솔로 홈런을 쳤다. LG 우완 정찬헌을 두들겼다. 황재균은 롯데 타선의 물꼬를 텄고, 또 끝을 매조졌다. 황재균은 "오늘 지면 우리의 4위 싸움이 힘들어질 것 같았다. 독하게 마음 먹고 했다. 지난 번 내 실수로 팀에 민폐가 됐다. 요즘 사직 야구장이 많이 비어서 씁쓸하다. 팬들이 야구장에 와서 욕을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황재균은 수비에서도 흠잡을데 없었다. 강습 타구들을 실수없이 잘 잡았고 1루 송구도 정확했다.
롯데 선발 유먼은 모처럼 빼어난 구위로 에이스의 위용을 보여주었다. 7이닝 4안타 2실점. 6회 이병규(등번호 7번)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은 것 외에는 이렇다할 위기가 없었다.
특히 인상적인 건 유먼의 구속이 경기 중반에도 140㎞후반까지 나왔다는 점이다. 이날 찍힌 최고 구속이 150㎞다. 이번 시즌 기록한 최고 구속이다. 유먼은 4회 LG 중심타자 이병규(등번호 7번)와 이병규(등번호 9번)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병규(등번호 9번)를 149㎞짜리 직구로 삼진 처리했다. 직구가 살아나자 다른 구종도 잘 통했다. 직구에 타이밍을 맞추기 어렵게 되자 유먼의 주무기인 체인지업도 예전 처럼 치기 까다로웠다. LG 타자들은 좀처럼 방망이로 정확하게 맞추질 못했다.
유먼은 "요즘 몸상태가 좋다. 오늘 밸런스가 좋았다. 맘 먹은 대로 플레이를 했다. 긴 이닝을 던져서 더 좋았다. 우리는 4위 싸움을 하고 있는데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우리는 매 경기 우리 야구를 하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LG도 도망을 못 가면 위험해진다
LG는 롯데에 발목이 잡혔지만 4위를 지켰다. 하지만 달아났어야 할 시점에서 도망 가는데 실패했다. LG도 4위 싸움을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결국 정체하고 있으면 누군가의 추격에 덜미를 잡힐 위험이 높아진다. 자꾸 승수를 쌓아서 도망을 가야 다른 팀들이 지쳐서 나가 떨어지게 된다.
LG 바로 뒤에 잠실 한지붕 라이벌 두산이 따라붙었다. 둘 간의 격차는 1게임이다. 이 승차는 한 경기 만에 순위가 뒤바뀔 수도 있다. 두산은 최근 4연승의 상승세를 타고 있다. 따라서 현재 순위는 두 팀에 큰 의미가 없다.
특히 두산은 LG 보다 5경기를 덜 했다. 경기가 많이 남았다는 건 두 가지로 해석이 가능하다. 하나는 뒤집을 수 있는 기회가 많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더 많이 질 경우 오히려 승률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위험도 갖고 있다. 양상문 LG 감독은 "우리는 일단 우리 게임에서 많이 이겨놓고 기다리는 입장이 되면 된다"고 말했다.
LG는 2~3일 넥센전, 4~5일 두산전을 치른다. 특히 두산과의 맞대결이 4위 싸움에서 중요하다.
LG와 두산 뒤에 롯데 SK가 추격하고 있다. 롯데 SK는 LG와 3게임차. 제법 차이가 있지만 연승을 달릴 경우 격차는 확 줄게 돼 있다.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이 같은 4위 혼전이 시즌 막판까지 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잠실=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