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한순간을 포착하지 못했다."
박경훈 제주 감독의 표정에는 진한 아쉬움이 묻어났다. 제주는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서울과의 2014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3라운드에서 0대0으로 비겼다. 이날 무승부로 제주는 서울전 무승행진을 20경기(8무12패)로 늘렸다. 서울 원정 성적표 역시 10경기(2무8패) 무승이다. 서울 징크스를 끊지 못한 제주는 최근 3경기 무패행진(1승2무)을 이어가는데 만족해야 했다. 박 감독은 "오늘도 징크스를 못깨서 아쉽다. 선수들은 최선 다했다. 전반전 처럼 볼을 소유하면서 상대를 더 힘들게 했어야 하는데 후반에 그러지 못했다. 선수들이 조금 더 빠르게 공격하려고 하는 과정에서 실수가 많았다. 나가기 전 선수들에 얘기했지만 결과적으로 한수를 봤어야 한다. 어차피 찬스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순간을 포착해서 했어야 하는데 그부분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이 아쉬웠다"고 했다.
박 감독의 이날 전략은 후반전 올인이었다. 공격 교체카드가 후반 집중됐다. 박 감독은 "황일수는 후반에 쓰겠다고 선수에게도 미리 얘기했다. 이현호나 배일환이 양쪽 사이드 백을 괴롭히면서 두 선수 중 체력이 떨어진 선수를 황일수와 바꾸기로 했다. 남은 선수가 김 현과 루이스였는데 우리가 득점을 하기 위해서는 김 현보다 루이스를 먼저 넣었어야 했다. 오반석이 경련이 오면서 계속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투입 시점이 늦은 것이 아쉬웠다"고 설명했다.
박 감독은 득점력 부재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항상 아쉬워하는 부분 중 하나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센터포워드의 부재다. 지금 공격수들을 데리고 끝까지 끌고 가야한다. 심리적으로 우리 선수들이 위축되는 경우가 생기는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점을 찍을 수 있는 센터포워드가 필요하다. 남은 자원으로 자신감을 끌어올리고, 득점할 수 있는 전술, 전략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박 감독은 마지막으로 "서울전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생각으로 했지만, 지지 않은 것에 만족한다. 상승세를 타고 전남전을 치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상암=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