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감독들은 선발 라인업을 짜는 과정에서 상대팀, 팀 분위기, 승부 시기에 따라 엄청난 고민을 한다. 감독들은 "선수 한 명을 어느 자리에 넣고, 넣지 않느냐에 따라 경기 향방이 완전히 바뀔 수 있다"라며 엔트리, 라인업을 짜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한다.
특히, 최근과 같이 순위 싸움이 극에 달했을 때 감독들의 머리 싸움은 더욱 심해진다. 4위 한 자리를 놓고 6개 팀이 벌이는 잔인한 승부. 한 경기 한 경기가 전쟁이다. 치르는 모든 경기를 이길 수 있는 팀은 없다. 어떻게 하면 가진 전력에서 최대 승수를 쌓을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그 치열한 고민의 결과물들을 인천 문학구장에서 찾아볼 수 있어 흥미로웠다. 사실 LG는 인천 원정에 오기에 앞서 걱정이 앞섰다. SK는 이전 2연전 휴식팀. 자연스럽게 2연전 첫 번째 경기인 28일 경기는 에이스 김광현이 선발로 내정됐다. 그리고 원래 차례대로라면 두 번째 경기는 한국 데뷔 후 엄청난 투구를 보여주고 있는 밴와트를 만나야 하는 운명이었다. LG가 이날 SK전 전까지 4연승을 달리는 상승세였다고 하지만 김광현과 밴와트를 연속으로 만나는 것은 부담스러웠다. 자칫 2경기를 모두 내준다고 하면 어렵게 올라선 4위 자리에서 다시 내려와야 하는 위태로운 상황을 맞이할 수 있었다.
그래서 LG는 나름대로 머리를 썼다. 사실 LG의 로테이션은 정상적으로 가동이 됐다면 28일 경기부터 리오단-우규민-장진용이 나설 차례였다. 리오단과 우규민이 5일씩을 쉬고 던지게 되는 것이었고, 임시 5선발인 장진용이 그 다음 경기를 책임지면 됐다.
하지만 이대로 갔다가는 죽도 밥도 안되는 상황을 맞이할 수 잇었다. 상대 원투펀치를 상대로 리오단-우규민이 모두 이긴다는 보장이 없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롯데 자이언츠와의 2연전을 4-5선발인 장진용-신정락으로 막아야 했다. 4경기가 꼬일 수 있는 로테이션. 그래서 양상문 감독은 충분히 휴식을 취한 장진용을 SK 에이스 김광현과 붙였다. 그리고 우규민에 이어 리오단을 30일 롯데와의 1차전에 내기로 최종 결정했다. 양 감독은 "각 2연전에 한 경기는 확실히 책임질 수 있는 투수(우규민, 리오단)를 배치했다"라고 설명했다. 양 감독은 치열한 4위 경쟁 속에 한 팀에게 2연속 패배를 당하는 것은 치명적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우규민과 신정락이 붙어있던 로테이션을 조정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LG는 지난 주말 롯데와의 원정 2연전에서 우규민과 신정락을 차례로 등판시킨 바 있다. 양 감독은 "2주 연속 같은 투수들을 상대하게 하는 것은 상대에게 유리한 일"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이게 웬일. SK는 29일 2연전 두 번째 경기 선발로 채병용을 예고했다. 밴와트는 30일 KIA 타이거즈전에 선발로 나서는 것이 확정됐다. SK 이만수 감독 역시 양 감독과 비슷한 생각을 했나보다. LG전 2경기 중 한 경기는 김광현이 확실하게, 그리고 KIA전 2경기 중 한 경기는 밴와트가 확실하게 잡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인천=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