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다이노스는 20일 현재 56승44패, 승률 5할6푼으로 단독 3위를 질주중이다. 정확히 100경기를 치른 시점에서 4위 두산 베어스와 승차는 무려 10경기차. 하향평준화된 치열한 4위 싸움 덕에 1군 2년차 시즌에 창단 첫 포스트시즌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신생팀이 1군 데뷔 2년만에 가을야구에 진출 한 전례는 없었다. 지난 1988년 빙그레 이글스(현 한화)가 세번째 시즌에 108경기서 62승1무45패, 승률 5할7푼9리로 정규시즌 2위에 오른 게 창단팀의 최단기간 포스트시즌 진출 기록이었다. NC가 야구사에 새로운 기록을 쓰게 되는 것이다.
신생팀의 각종 특전을 감안해도 쉽지 않은 기록이다. 신인드래프트에서 보다 좋은 자원을 많이 수급했지만, 금세 1군 전력으로 만드는 건 쉽지 않다. 결국 FA(자유계약선수)와 기존 구단에서 특별지명한 선수들이 제 역할을 해줬다는 것이다.
NC는 지난 2012년 말 기존 8개 팀으로부터 보호선수 20인 외 1명씩을 특별지명했다. 선수 한 명당 10억원씩을 지불해가며 데려왔다. 실질적으로 NC 전력의 중추가 될 선수들이었다.
10구단 KT 역시 오는 11월 특별지명을 앞두고 있다. NC를 포함해 총 9명을 지명한다. KT에게도 창단 초기 성적을 좌우할 중요한 순간이다. NC가 지명한 8명의 선수들, 그들은 팀에 얼마나 기여했을까. 등급별로 평가해봤다.
▶주전으로 발돋움한 'A+' 선수들
특별지명 8인 중에 현재 NC의 주전이라고 할 수 있는 선수는 3명이다. 포수 김태군과 3루수 모창민, 외야수 김종호다. 이들 모두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팀에서 제 몫을 다하고 있다.
포지션별 중요도를 따지자면, 포수 김태군의 지명이 컸다. 안방마님이라고 불리는 포수가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생각 이상으로 크다. 주전과 백업을 오가며 LG에서 다소 정체돼 있던 김태군 역시 이적을 계기로 한 팀이 주전포수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군 문제를 해결하지 않았다는 게 걸리지만, NC에 포수 고민이 없었다는 것만으로도 김태군의 기여도는 크다.
핫코너 3루를 지키는 모창민은 많은 지도자들이 탐내는 선수였다. 갖고 있는 잠재력이나, 훈련 자세, 성실성 모두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SK에서 최 정이란 거대한 벽에 가로 막혀 멀티플레이어, 백업요원으로 뛰어야만 했다. NC에선 당당히 주전 자리를 꿰차 타선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성장해가고 있다.
삼성에서 철저한 무명이었던 김종호는 NC 이적을 계기로 '제2의 야구인생'이 시작됐다. 지난해 리드오프로 도루왕(50개)을 차지하며, 자신의 진가를 과시했다. 올시즌엔 FA 이종욱의 영입으로 주전과 백업을 오가게 됐지만, 최근 들어 다시 주전으로 나서는 날이 많아지면서 빠른 발을 앞세운 작전수행능력을 선보이고 있다. 김종호의 발은 NC엔 반드시 필요한 무기가 됐다.
▶지금은 없지만, 큰 선물을 안기고 간 송신영
한화에서 지명한 송신영은 많은 경험을 바탕으로 불펜진의 중심을 잡아줄 것으로 기대됐다. 또한 고참으로서 후배 투수들을 이끄는 역할 역시 송신영에게 주어졌다. 송신영은 입단 초기 노성호 이민호 등 어린 투수들과 가깝게 지내며 NC가 기대한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하지만 지난해 이적 후 첫 시즌이 시작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친정팀 넥센으로 트레이드됐다. 송신영과 신인급 투수 신재영을 넥센으로 보내고, 내야수 지석훈 이창섭, 외야수 박정준을 받는 2대3 트레이드였다.
NC는 당시 부족한 내야진으로 인해 고전했다. 경험이 부족한 신인들로 키스톤콤비를 꾸린 게 문제였다. '역시 신생팀의 한계다'라는 말을 들어야만 했다. 어이없는 실책이 속출하며. 프로야구 경기력 저하의 주범이란 말까지 들어야 했다.
하지만 트레이드 이후 NC의 수비력은 눈에 띄게 안정됐다. 지석훈이 주전 2루수로 중심을 잡은 게 컸다. 박정준 역시 외야에서 힘을 보탰다. 지난해 거둔 7위라는 성적은 송신영 트레이드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다소 아쉽지만… 앞으로가 중요한 선수들
2012년에만 두 번이나 팀을 옮긴 조영훈은 한때 '제2의 이승엽'으로 주목받았던 왼손타자. 하지만 프로에서 기대만큼 성장해주지 못했다. 지난해 프로 데뷔 9년차 시즌에 처음으로 풀타임을 소화했을 정도. 지난해에도 주전 1루수로 한 시즌을 치렀으나, 타율 2할8푼2리 6홈런 39타점으로 기대엔 못 미쳤다.
올시즌엔 제도 변화로 인한 외국인타자 영입의 역풍을 맞았다. 1루수 포지션은 웬만한 거포가 아닌 이상, 자리를 뺏기기 가장 쉬운 자리다. 외야가 꽉 찬 NC 역시 새 외국인선수로 1루수를 선택했고, 프로 입단 후 1루수 경험이 없는 테임즈에게 1루 수비 훈련을 시켜 주전 1루수로 내보내고 있다.
조영훈 입장에선 1년만에 또다시 주전 기회를 잃게 됐다. 하지만 외국인선수는 여러가지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다. 꾸준히 자기 몫을 해야 새로운 기회가 올 수 있다.
넥센이 선발로 키우던 사이드암 이태양은 지명 당시부터 미래를 내다본 선택이었다. 지난해 4승(8패)을 올리며 선발로 가능성을 보였으나, 중간계투로 보직을 바꾼 뒤 더이상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올시즌엔 2군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1군 9경기서 1패 1홀드 평균자책점 6.46에 그쳤다. 하지만 퓨처스리그(2군)에선 주로 선발로 나서 14경기서 7승3패 1홀드 평균자책점 4.57을 기록했다. 여전히 NC의 미래 선발자원으로 꼽힌다. 지금 당장의 성적 보다는 몇 년 뒤가 중요한 선수다.
▶기대에 못 미친 고창성과 이승호
송신영과 함께 불펜에서 경험을 더해줄 것으로 보였던 사이드암 고창성과 좌완 이승호는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고창성은 1군에 종종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만, 추격조 정도의 역할만을 수행하고 있다. 지난해 28경기서 1홀드 평균자책점 4.79에 그쳤던 고창성은 올시즌엔 25경기서 1승1패 1홀드 평균자책점 1.80을 기록중이다. 지금은 2군에서 다시 1군 콜업 시기를 기다리고 있다. 전반기 한때 다시 과거 두산 시절의 안정감을 찾나 싶었지만, 아직은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이승호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 12경기서 1패 평균자책점 9.64로 참담한 성적을 남겼던 이승호는 2군에서 선발 전환도 고려했으나, 잃어버린 구위와 밸런스를 찾지 못하고 있다. 올시즌엔 1군에 한 차례도 올라오지 못했다. 2군에선 28경기서 2패 4홀드 평균자책점 8.04를 기록중이다. 최근엔 왼쪽 허벅지 타박상으로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