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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네스 줄리안 봉만대 강용석, '생각'으로 예능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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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으로 예능하라. 가벼운 말장난이나 신변잡기로 웃기던 시대는 지났다. 어느 한 주제에 대해 자신만의 관점을 갖고 그 생각을 조리 있게 풀어내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예능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최근 토론이나 비평 형식의 토크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으면서 이런 추세는 더 강화되는 분위기다. 이들은 논리적 설득으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독설가와는 다르다. 말이 아닌 생각으로 돋보이는 예능인들, 누가 있을까?

▶터키 유생 VS 벨기에 전현무

JTBC '비정상회담'은 서로 다른 생각이 충돌하는 에너지를 웃음의 재료로 삼는다. 세계 각국에서 온 청년 11명은 문화적 배경에 따라 보수파와 개방파로 생각이 갈리곤 하는데, 터키 출신 에네스와 벨기에 출신 줄리안은 양쪽을 대표하는 패널이다. '비정상회담'에 말을 잘하는 출연자는 많다. 한국사람보다 한국어를 잘하는 타일러나 유행어 제조기 샘 오취리도 있다. 그러나 에네스와 줄리안은 말이 아니라 생각이 분명해서 주목받는다.

'터키 유생'이라 불리는 에네스는 보수적인 견해로 동료들의 야유나 구박을 받곤 하지만 소신을 굽히는 법이 없다. 게스트로 출연한 홍석천 앞에서도 "동성애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당당히 말할 정도다. 대충 분위기에 맞춰 주거나 자신이 열린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려고 생각과 다른 말을 할 수도 있겠지만, 에네스는 자신을 포장하지 않는다. 그래서 터키 속담을 곁들인 그의 논리 전개는, 동의할 수 없더라도 이해할 수는 있다. 자신만의 분명한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에네스 때문에 '비정상회담'의 토론에는 항상 긴장이 감돈다. 에네스로부터 토론이 발화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에 줄리안은 자유롭고 열린 사고방식의 소유자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실제 경험과 객관적 근거를 내세워 풀어나가는 능력이 탁월하다. 그래서 언변이 화려하진 않지만 묘한 설득력이 있다. 물론, 말이 많은 것도 한몫한다. 그래서 '벨기에 전현무'다. 혼전 동거를 자연스럽게 여기고, 결혼은 개인의 선택이며, 10대의 독립을 존중하는 그는, 자신과 의견이 다른 에네스에게 '왜?'라는 질문을 던지며 토론을 한 단계 발전시키는 역할도 한다.

▶정치 재수생 VS 19금 영화감독

예능으로 이미지 세탁에 성공한 강용석. 그가 한때는 잘나가는 여당 정치인이었다는 사실이 이젠 낯설게 느껴진다. '고소고발의 아이콘' 이미지를 tvN '고소한 19'에서 희석시키더니 JTBC '썰전'을 통해 호감 방송인으로 탈바꿈했다. 때때로 JTBC '유자식 상팔자'에서는 그의 정치 재입성을 반대하는 아들을 통해 국회 시절의 흑역사마저 풍자되곤 한다.

강용석이 방송을 종횡무진하는 건 언변이 뛰어나서가 아니다. 정치인 출신다운 분명한 관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프로그램에서 활약하고 있음에도 '썰전'이 그의 간판 프로그램이 된 건 그래서다. 강용석은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과 시사 이슈를 토론하면서 그 이면의 뒷이야기와 깨알 정보를 풀어놓으며 존재감을 발휘한다. 호시탐탐 정치 재입성을 노리고, 정치인 시절의 여자 아나운서 비하 발언 때문에 재판도 받고 있지만, 방송에서만큼은 '막말 정치인'이 아니라 '합리적 보수'로 활약 중이다.

출신이 독특한 예능인은 또 있다. 성인영화계의 거장 봉만대 감독이다. 케이블채널 KBS W '시청률의 제왕'에서 '19금' 이미지를 살려 활발한 토론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그 수위가 과하거나 노골적이지 않다. 오히려 주제에 접근하는 시각이 신선하다. 김용현 CP는 "봉 감독 만의 특유의 시선이 좋았다. 키치적으로 자신의 깊이를 표현한다는 점이 매력적이다"라고 말했고, 팝칼럼니스트 김태훈은 "봉 감독은 우리가 다 알고 있는 것도 뻔하지 않게 이야기 한다"고 그의 매력을 짚었다. 봉만대 감독이 예능계의 무수한 러브콜을 받는 이유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