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당했으니까 더 단단해지겠죠."
김봉길 인천 감독은 담담했다. 인천은 16일 서울에 무릎을 꿇으며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다. 3연승을 마감했다. 패배도 패배지만 스코어가 문제였다. 최근 박빙의 승부를 펼치며 새롭게 떠오른 라이벌전이었던 서울과의 '경인더비'에서 1대5로 무너졌다. 김 감독은 서울전 대패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며 반겼다. 김 감독은 "0대1로 지나 1대5로 지나 패한 것은 마찬가지다. 오히려 잘 된 것 같다. 3연승 후 나나 선수들 모두 자만했다. 서울을 무시하는게 아니라 인천이라는 팀을 한번 더 되짚어 볼 수 있는 경기였다. 전화위복이라는 말이 있다. 크게 당했으니까 더 단단해질 것이다"고 했다.
김 감독이 자신감을 잃지 않은 것은 경기 내용 때문이다. 대패 속에서도 인천의 컬러를 잃지는 않았다. 5골을 먹는 상황에서도 고개를 숙이지 않고 만회골을 위해 뛰고 또 뛰었다. 전반기 실점 후 속절 없이 무너지던 것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다. 김 감독은 "전반 30분까지는 내용이 좋았다. 선제골을 허용한 후 만회골을 위해 공격적으로 나가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사실 우리가 못했다기 보다는 서울이 너무 잘했다. 상대편이지만 잘한 것은 인정해 줘야 한다. 종료 직전 진성욱이 골을 넣은 것은 연속성 측면에서 고무적인 장면이었다"고 했다.
언급한대로 '새로운 골잡이' 진성욱(21)의 4경기 연속골은 서울전의 최대 수확이었다. 인천 유스 출신의 진성욱은 후반기 인천 상승세의 주역이다. 서울전 득점으로 '잠깐의 돌풍'이 아닌 '진짜배기'로 자리매김했음을 알렸다. 김 감독도 이제 진성욱에게 더 많은 기회를 줄 생각이다. 당장 제주와의 주말경기부터 베스트11에 포함시킬 생각이다. 김 감독은 "감각이야 원래 좋았던 선수다. 이제 체력적으로도 자신감이 붙은 상태다. 제주전부터는 전반부터 내보내려고 한다"고 했다.
인천에게 제주와 부산 홈 2연전은 대단히 중요하다. 인천은 홈경기장인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인천아시안게임을 치르는 관계로 원정 6연전을 떠난다. 왼쪽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문상윤마저 아시안게임 대표로 차출된다. 혹독했던 여름보다 더 빡빡한 일정이 남아 있다. 제주와 부산을 반드시 잡아야 남은 스케줄을 여유있게 보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선수들의 마음가짐을 새롭게 한 서울전 대패는 보약이나 다름없다. 김 감독은 "쓴 맛을 봐야 단 맛을 알 수 있다. 연승을 이어가지 못한게 아쉽기는 하지만 더 큰 그림을 보면 숨고르기라고 생각한다. 더 단단해진 인천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