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도 참 무심하시지..."
프로야구 감독들은 비로 인해 경기 일정이 바뀌는 것에 대해 "하늘이 정해주는대로 하는게 최선"이라는 형식적인 답을 내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 날씨에 대해 민감하다. 비로 인해 경기 일정이 틀어지면 선수단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 물론, 좋을 수도 있고 안좋을 수도 있다. 연패를 하고, 체력이 떨어지고, 선발 싸움에서 밀리는 등의 경우에는 비가 반갑다. 하지만 취소된 경기가 연기돼 연전이 되면 괴롭다.
올해는 괴로운 팀들이 더 많다. 월요일 경기가 있기 때문이다. 주말 경기 중 한 경기가 취소되면 월요일에 경기를 치러야 한다. 툭하면 8연전 일정이 나온다.
8연전 일정을 1번 치르는 것도 힘이 든데 LG 트윈스는 비 때문에 아주 죽을 맛이다. 4주 연속 월요일 경기를 하게 됐다. LG는 17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전이 3회초 종료 후 노게임 선언이 되는 바람에 대구 일정을 하루 더 늘려야 했다.
사실 양상문 감독은 대구 원정길에 오르기 전부터 근심이 가득했다. 일찌감치 비 예보를 알고 있었다. 양 감독은 "4주 연속 월요일 경기는 너무 힘들다"라며 "1주일에 하루도 쉬는 날이 없는 것 아닌가. 선수들도 하루쯤은 집에서 푹 쉬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야 스트레스가 풀리는데 걱정이다. 비가 오지 말라고 기도라도 해야하겠다"라고 말했었다. 하지만 양 감독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 뿐 아니다. 악재가 많다. 먼저 호텔 예약도 힘들다. 경기가 취소되면 부랴부랴 숙소 예약을 다시 해야하는데, 운이 없는 경우에는 방이 모자르는 사태도 발생한다. 투수 신정락은 '월요일의 남자'가 됐다. 3주 연속 일요일 경기 선발 예정이었는데, 모두 밀려 3주 연속 월요일 경기에 던졌다. 17일에 선발로 나서며 '월요일의 남자' 딱지를 떼는가 했더니, 2이닝 열심히 던지고 노게임이 돼 헛물을 켰다. 컨디션 조절이 매우 어렵다.
이번 월요일 경기가 더욱 뼈아픈 것은 다가오는 일정 때문이다. LG는 경기를 치른 뒤 넥센 히어로즈-KIA 타이거즈-롯데 자이언츠-두산 베어스를 차례로 만나게 된다. 넥센은 천적이다. KIA, 롯데, 두산은 4강 경쟁팀이다. 이 연전을 치르기 전 한숨 돌릴 시간이 필요한데, 월요일 경기를 하고 바로 연전에 들어가면 아무래도 정신적으로, 체력적으로 부담스럽다. 양 감독은 "넥센전부터 2주간 일정이 올시즌 승부처"라고 일찌감치 밝혔다.
그래도 불행중 다행이다. 18일 대구 지역에는 하루종일 비가 내린다는 소식. 평소에 비하면 늦지만, 경기를 치르지 않고 상경할 경우 조금이라도 집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대구=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