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연패로 가느냐, 아니면 시즌 첫 5연승이냐. 벤치의 선택 하나가 승부를 갈랐다.
KIA 타이거즈-NC 다이노스전이 열린 13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 KIA는 시즌 첫 5연승의 문턱에 서 있었고, NC는 11일 SK전에서 연패를 끊어냈으나 상승세의 KIA를 만나 연패에 빠질 위기에 처했다.
경기 분위기는 팽팽했다. KIA가 먼저 점수를 내면 NC가 곧바로 따라가는 양상이었다. NC 선발 이재학이 5이닝 3실점하고 먼저 마운드를 내려갔다. 5회까지 1-3으로 NC가 뒤진 상황. 하지만 NC는 6회 승부수를 걸어 동점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6회 1사 후 김태군이 좌전안타를 치고 출루하자마자, 발이 느린 김태군 대신 대주자 이상호를 투입했다. 이상호는 박민우 타석 때 과감하게 2루 도루를 감행했다. 상대 선발 토마스가 좌완투수임에도 과감하게 타이밍을 뺏었다.
이상호에게 도루를 허용하자 토마스는 급격히 흔들렸다. 박민우에게 몸에 맞는 볼을 내준 뒤, 김종호에게 우전안타를 맞아 1사 만루 위기에 처했다. 나성범의 1루수 강습 타구가 1루수를 맞고 내야안타가 되면서 1점을 허용했고, 테임즈의 중견수 희생플라이가 이어져 3-3 동점이 됐다.
적재적소에 내보낸 대주자가 분위기를 가져오는데 성공한 셈이었다. KIA에게도 기회는 왔다. 7회말 1사 후 바뀐 투수 이민호가 김민우에게 볼넷을 내줬다. 이민호의 밸런스는 다소 좋지 않아 보였다. 다음 타자는 포수 이성우.
앞서 NC는 포수가 출루하자 과감히 대주자를 내보냈다. KIA 역시 대타 타이밍이 왔다. 특히 벤치에는 NC 상대로 홈런 9개, 그 중에서도 마운드에 있는 이민호를 상대로 홈런 4개를 쏘아 올린 외국인타자 필이 있었다.
필은 이날 선발투수가 토마스이기 때문에 벤치에 대기했다. 한 경기에 외국인선수를 2명까지 쓸 수 있는 규정 탓에 필을 내보내면, 마무리 어센시오를 등판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뒷문을 확실하게 걸어 잠글 요건이 됐을 때 얘기다.
3-3 동점, 한 방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다소 밸런스가 좋지 않은 상대 불펜투수와 맞대결에서 압도적 우위를 점했던 타자까지 있었다. 굳이 경기 막판을 생각했다면, 필이 아니라 이종환 같은 다른 대타요원을 쓸 수도 있었다.
하지만 KIA 벤치는 그대로 이성우를 밀어붙였고, 이성우는 2루수 앞 병살타로 물러나 허무하게 찬스를 날렸다. 소중한 득점 찬스가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찬스가 날아가니, 분위기는 NC 쪽으로 넘어갔다. NC는 8회초 1사 후 김종호가 상대 1루수 김민우의 실책으로 2루까지 출루하면서 또다시 찬스를 잡았고, 나성범의 우중간을 가르는 3루타로 결승점을 뽑았다.
필은 9회말 선두타자 이범호 대신 대타로 나섰다. 어차피 쓸 것이었다면, 보다 빠르게 대타 타이밍을 가져갔어야 하는 것 아닐까. 필은 마무리 김진성을 넘지 못하고 삼진으로 물러나고 말았다. 이종환도 9회말 2사 후 대타로 나섰으나 삼진으로 물러나고 말았다. 결국 NC가 4대3으로 역전승을 거뒀다. 양팀 벤치의 다른 선택이 승부를 가르고 말았다.
광주=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