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투펀치란 팀의 1,2선발을 의미한다. 언제든 팀이 위기에 처했을 때 연패를 끊어줄 수 있는, 그런 힘을 가진 투수들이 원투펀치 역할을 맡기 마련이다. 하지만 아무리 강력한 투수라도 꾸준히 선발로테이션을 지키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올시즌 KIA 타이거즈에서 규정이닝을 소화한 투수는 단 2명이다. 선발 로테이션을 꾸준히 지킨 투수도 둘 뿐이다. 바로 좌완 양현종과 임준섭이다. 양현종은 12일 현재 22경기 모두 선발등판해 13승6패 평균자책점 4.04, 팀의 에이스 역할을 하고 있다.
임준섭이 양현종의 뒤를 잇는다는 건 다소 의외다. 시즌 전 KIA에 선발자원은 많았다. 하지만 기대를 모았던 다른 투수들은 부상과 부진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들락날락 거렸다. 풀타임 2년차 임준섭만이 꾸준히 로테이션을 지켰다.
임준섭은 올시즌 21경기(19경기 선발)서 4승6패 평균자책점 5.40을 기록중이다. 다소 승운이 따르지 않았으나, 136이닝을 던진 양현종에 이어 103⅓이닝으로 규정이닝을 넘긴 상태다.
경성대를 졸업하고 2012 신인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전체 15순위로 입단해 수술과 재활로 지난해 1군에 데뷔한 임준섭은 데뷔 시즌에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4승8패 2홀드 평균자책점 5.23으로 가능성을 보였다. 지난해 소화이닝은 105이닝. 곧 있으면 이를 뛰어넘는다.
올시즌 임준섭의 목표는 '규정이닝'이었다. 선발로 문제 없이 한 시즌을 치른다면 얻어낼 수 있는 기록. 하지만 그에겐 이만큼 중요한 개인기록은 없었다.
하지만 긴 이닝을 던져주지는 못했다. 아직까지 수싸움에 능하지 못하고, 경기운영능력이 부족했다. 매번 5회에서 6회가 오면 고비가 왔다. 선발등판시 평균 소화이닝이 5이닝에 그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지난 8일 인천 SK 와이번스전은 임준섭에게 전환점이 될 수 있는 경기였다. 8이닝 2실점으로 데뷔 후 최다 이닝을 소화했다. 양현종과 함께 국가대표 좌완 에이스인 SK 김광현(7⅔이닝 2실점)을 상대로 대등한 피칭을 선보였다. 비록 동점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가 승리는 챙기지 못했지만, 얻은 게 많은 경기였다.
임준섭은 당시 경기를 회상하며 "투수전이 되니, 금방 이닝이 바뀌더라. 흐름이 안 끊기니, 좋은 템포가 계속 이어졌던 것 같다. 무엇보다 길게 던져서 좋았다"고 했다.
5이닝을 던질 때와 8이닝을 던질 때의 차이점도 느꼈다. 8회까지 막았지만, 투구수는 91개로 평소와 비슷했다. 초구, 2구에 적극적으로 스트라이크를 잡으려 한 게 도움이 됐다.
임준섭은 "어떻게 경기를 운영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걸 알았다. 그날은 처음부터 빠르게 승부하려고 했다. 근데 상대 타자들도 기다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나와 잘 맞아 떨어졌다"며 "공격적으로 해야겠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선발 로테이션을 '개근'한 것만 놓고 보면, 양현종과 함께 원투펀치다. 임준섭은 "다들 좋게 봐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끝날 때까지도 로테이션을 지키고 싶다"며 "목표는 여전히 규정이닝에 드는 것이다. 평균자책점도 좀더 낮추고 싶다"고 강조했다.
다소 승운이 없었지만, 그에 대해선 개의치 않았다. 그는 "내가 잘 던져서 팀 승리에 일조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팀이 이겨야 하니 무조건 긴 이닝을 소화하고 싶다. 팀 승리가 많아지면 내 승수도 늘어날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광주=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