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은 것 아닐까. NC 외국인투수 찰리가 욕설파동 이후 첫 등판에서 완전히 무너졌다.
찰리는 9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SK와의 홈경기에 선발등판해 5이닝 9실점을 기록했다. 홈런 2개 포함 12안타를 얻어 맞았다. 지난해 한국 무대에 데뷔한 이래 최다 피안타 기록이다. 볼넷은 1개만 허용했으나, 탈삼진은 1개도 없었다. 찰리의 변화구에 대비하고 나온 SK 타자들에게 난타를 당했다.
찰리는 비로 노게임선언된 지난 3일 인천 SK전에 선발등판했다 1회 구심의 스트라이크존 판정에 불만을 표출하다 퇴장당한 바 있다. 당시 한국어와 영어로 수차례 욕설을 해 논란을 일으켰다. 제재금 200만원과 유소년 야구 봉사활동 40시간의 징계를 받았으나, 출전정지 징계가 없어 6일만에 마운드에 올랐다.
1회부터 실점이 있었다. 1번타자 이명기에게 우익수 키를 넘기는 2루타를 맞은 찰리는 희생번트와 볼넷으로 맞은 1사 1,3루에서 박정권의 1루수 앞 땅볼 때 첫 실점했다.
컨트롤에 문제는 없어 보였다. 심판의 스트라이크존에도 불만없이 피칭을 이어갔다. 타선도 1회말 이호준의 3점홈런으로 득점 지원을 했다.
하지만 찰리는 2회 다시 흔들렸다. 1사 후 김성현에게 우익수 오른쪽으로 향하는 2루타를 맞은 뒤, 나주환의 유격수 앞 땅볼 때 유격수 지석훈이 타구를 더듬는 실책을 범해 1,3루가 됐다.
찰리는 정상호에게 우중간을 완전히 가르는 2타점 2루타를 맞고 동점을 내줬다. 낮은 코스로 슬라이더를 잘 구사했으나 배트를 놓으며 툭 맞힌 타구의 방향이 절묘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찰리는 이명기에게 또다시 낮은 코스의 슬라이더를 공략당해 우전 적시타를 맞고 역전을 허용했다.
3회에는 선두타자 최 정에게 좌월 솔로홈런을 맞았다. 커브가 다소 밋밋하게 들어가면서 장타를 허용하고 말았다.
이후 다시 실점 위기에 놓였으나. 상대의 본헤드 플레이로 추가실점은 막았다. 찰리는 박정권과 한동민에게 연속안타를 맞은 뒤, 임 훈의 희생번트로 1사 2,3루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김성현의 유격수 앞 땅볼 때 3루주자 박정권이 멈췄음에도 3루까지 향한 2루주자 한동민이 태그아웃돼 추가실점은 없었다.
4회에도 실점이 있었다. 선두타자 나주환에게 중전안타를 맞은 뒤, 정상호의 희생번트와 이명기의 2루수 앞 땅볼로 2사 3루가 됐다. 찰리는 조동화에게 좌전 적시타를 맞고 추가실점했다.
5회에는 또다시 장타가 나왔다. 선두타자 박정권에게 우전안타를 맞은 뒤, 한동민과 임 훈을 우익수 뜬공으로 잡았으나 김성현에게 중전안타를 맞아 1,2루가 됐다. 나주환에게 던진 초구 슬라이더가 가운데로 몰리면서 우측 담장을 넘기는 스리런포를 허용했다. 5회까지 9점이나 내줬다.
찰리는 홈런을 맞은 뒤 바로 다음 타자인 정상호에게 초구에 머리 위로 향하는 직구를 던져 경고를 받기도 했다. 하필 홈런을 맞은 직후, 포수 미트와는 동떨어진 곳으로 향해 의심을 살 수 있는 투구였다. 욕설 파동 이후 또다시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 팬들을 실망시키고 말았다.
창원=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