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논란의 여지가 많은 드라마다. 입장 따라 호불호가 분명하다. 노희경 작가의 작품 치고는 지나치게 대중적인 코드가 강하다며 거부감을 드러내는 팬들도 있다. 노 작가마저도 시청률을 쫓아 트렌디 드라마를 만든다는데 대해 적잖은 실망까지 드러낸다.
하지만 '트렌디'하다는 게 기존의 것을 버린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노 작가는 '대놓고' 대중에게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작품을 만들면서도 본인의 드라마 철학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의 드라마에는 여전히 결핍과 외로움, 사랑이 있다. 그저 '보기 좋은 그릇'에 옮겨놨을 뿐이라고 해석할 여지도 있다.
주연배우들과 담당 CP를 만나 시청자들의 불만을 던져봤다. '괜찮아, 사랑이야'를 만드는 사람들. 이들이 드라마를 둘러싼 오해들에 대한 '편애 섞인' 7가지 변명을 던졌다. 자 한번 들어보자.
1> 돌직구 화법, 부담스럽다
배경에서 정신과 의사와 환자들이 등장해서일까. 지나치게 병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이어진다. 정신과에 온 환자들의 사례도 충격적이다. 성 전환 수술을 받은 딸을 집단 구타하는 가족들의 이야기, 하루종일 성기를 그리고 있는 학생 등 말이다. 메디컬 드라마도 아닌 드라마에서 과한 것은 아니었을까.
"애들하고 같이 못보겠다는 분들도 있다. 나이든 분들이 좀 어렵다는 분들도 있고, 정신과라는 배경에서 설정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본격적으로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시작되고, 이 작품을 통해서 보여주고 싶은 힐링과 감동은 앞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김영섭CP)"
2>러브라인이 너무 급하게 진행된 거 아닌가?
재열(조인성)과 해수(공효진)은 불과 몇 회만에 이성적 호감을 갖는다. 5,6회부터는 연인으로 급속도로 발전할 수도. 이에대해 로맨틱 코미디의 공식이 많이 깨졌다는 평도 있다. 보통 로맨틱 코미디에서 만나고 갈등을 빚다가 사랑을 알아가는 과정은 꽤 많이 진행된다. 결말까지 가서야 두 사람의 사랑이 연결되는 것 아닌가.
"대본을 처음 보고, 러브라인의 진행이 빠르다는 생각은 했다. 보통은 끝내 사랑에 이뤄지지 않나. 하지만 사랑의 과정을 보여주는 것도 맞지 않을까. 보통 사람들은 신뢰를 쌓고, 쌓아가고, 헤어지자고 울고불고, 그랬던 것들이 리얼하게 과정이 있지않나. 3,4부에서 눈이 맞고, 5,6부에서는 둘은 이미 너무너무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하다. 드라마 안에서 좀 더 진보된 로맨스를 보여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공효진)"
3> 4부의 쇼킹 엔딩은 계산된 것?
4부의 엔딩 장면에서 재열을 쫓아다니는 강우(디오)가 재열의 상상 속의 인물임이 드러난다. 강우는 재열의 어린시절로 현실 인물이 아니었던 것. 자칫 어이없고, 뜬금없게 비춰질 수도 있는 이같은 설정이 가능하려면 배우의 연기력과 작가의 호흡이 맞아 떨어져야 가능하다.
"올 초였나. 텍스트로 미리 받았다. 그 지점이 아마 작가의 분수령이라고 생각했다. 1,2부에서 다소 산만해보일 수 있다. 노 작가의 작품은 슬로우 스타터다. 인과관계를 설명해주는 부분이 분명 깔려있다. 충분한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4부에서 소름끼치게 와닿을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만약 그런 것을 시청자들도 느꼈다면 너무 다행이다. 나와 같은 느낌을 가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매우 다행이라고 생각한다.(조인성)"
4> 로맨틱 코미디면 웃겨야 한다?
로맨틱 코미디라면 흔히 '파리의 연인', '최고의 사랑', '별에서 온 그대' 등 웃기는 드라마를 떠올린다. 하지만 '괜찮아, 사랑이야'는 배 터지게 웃기거나, 대놓고 코믹스런 캐릭터는 없다.
"작가와 감독과 리딩하는 횟수가 10회가 넘는다. 많은 대화를 나눠가면서 각자 해야 할 일을 종합적으로 모은 다음에서야 촬영에 임한다. 로맨틱 코미디라고 웃기려는 연기는 없다. 웃기려고 하면 상황과 팩트 전달에 힘을 주라는 주문을 듣는다. 그 베이스가 굉장히 어럽더라. 어느 선까지 가야할 것인가. 개인기를 써서 웃기겠다. 망가지면서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런 부분에 대해 컷을 하니까, 그게 어려움이 있더라. 노 작가가 직접 편집을 보기도 하고, 소통을 하면서 만들어가는 캐릭터, 치밀하게 계산하면서 작품을 한다. 격의 없이 토론을 한다. 격의 없는 대화가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조인성)"
5> 조인성은 물 만난 고기 VS 공효진의 '툴툴' 대는 연기가 낯설다?
극 초반 조인성과 공효진에 대한 평은 엇갈리기도 했다. 조인성에 대해서는 노 작가와의 2번째 작품이란 데 대해 '물 만난 고기같다'는 호평을 들었다. 하지만 공효진에 대해서는 그동안 보여졌던 '공블리'와 다른 모습에 대해 대중들이 익숙해지기에는 시간이 걸리기도..
"싱크로율이라고 표현해도 될까. 작가와 감독이 원하는 캐릭터를 처음부터 찾았다. 해수 역에는 공효진, 재일 역할에는 저, 수광 역에는 광수로 말이다. 준비 기간이 걸리면서 우리에 대해서 많이 관찰해줬다는 생각이다. 대본을 보면서도 놀랄만큼 내 모습이 투영됐다는 생각이 들더라. 각자 가지고 있는 장점이 있다. 흉내낼 수 없는, 가끔 내가 가지고 있지 않는 것을 흉내내려다 보면 산으로 가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 캐릭터로서 분명 선을 그어줘서 내가 가진 장점을 분명하게 보여줄 수 있게하는 것 같다. (조인성)"
"시청자들이 생각하는 드라마 속 모습이 달라져 있는지 나는 모르겠다. 항간에는 잘 안어울린다는 이야기도 있긴 했지만, 그것은 나한테 기대하는 모습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웃기는 영화라면 웃겨야 하고, 사실 연달아 했던 작품들처럼 그런 모습을 기대했다가, 툴툴거리고, 직설적이고,그런 모습이 예상하고 다르게 볼 수도 있지않나. 그동안 새작품을 고를 때 찾던 캐릭터였다. 시크하고, 직설적이면서도 도도하고, 아무것도 무서워할 것 없는 그런 여자 말이다. 그런 역할을 노 작가의 작품에서 드림팀과 한다는 게 너무 행복하다. 나에게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는 작품이 되길 기대한다.(공효진)"
6> 섹스를 언급하는 남녀주인공, 선정성 논란?
재열과 해수의 언어가 노골적이다. 여주인공의 입에서 "섹스를 원하냐. 자빠트리려 하냐"는 등의 대사는 사실 국내 드라마에서는 이례적일 수도 있다.
"선정적이란 말은 좀 과하다고 생각한다.15세 이상 드라마로 알고 있는데, 15세가 모른다고 생각하나? '눈 가리고 아웅 아닐까' 부모와 같이 보면 되지 않을까. 오히려 할 이야기꺼리가 많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미드나 다른 드라마에서 나오지 않을까. 왜 한국 드라마만 안될까. 이 부분에 대해서 자신있게 이야기하고 싶다. 모든 면에서 어떤 자유로움, 표현의 솔직함, 사실적인 연애 등 우리 드라마를 기점으로 좀 더 솔직하고 시원하고, 짜릿하게 표현됐으면 좋겠다. (공효진)"
7> 이광수의 투렛 증후군 연기, 희화화 우려 지적도.
'런닝맨'의 멤버 이광수로 많이 알려진 탓일까. 그가 투렛 증후군 환자 역을 한다고 할때, 학부모들의 우려도 있었다. 자칫 희극적인 이미지가 강한 그로 인해 희화화될까봐 걱정됐던 것.
"아무래도 학부모들께서 내가 맡아서 희화되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하신 거 같다. 촬영 초반에 굉장히 부담이 됐다. 진정성있게 연기하려고 노력한다. 내 스스로 공부하고, 연구해서 연기를 하는 것이 현장에서 가장 큰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잠 안자고, 자료도 많이 찾아보고, 감독과 작가와 더 노력해서 촬영하고 있다. 앞으로 내용이 투렛 증후군 학부모들과 친구들에게 어떤 희망적인 메시지를 주길 원한다.(이광수)"
"이광수는 워낙 안티가 없다. 초등학생, 중학생에게 인기가 많고, 워낙 친근하다. 수광이 캐스팅의 신의 한 수라고 봐도 무리가 없다. (공효진)."
김겨울기자 wint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