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호(상주)는 우울함으로 가득했던 2014년 브라질월드컵이 낳은 몇 안되는 스타다.
이근호는 러시아와의 1차전에서 '철벽 수문장' 이고르 아킨페예프를 무너뜨린 천금같은 중거리골을 성공시켰다. 이 후 열린 알제리, 벨기에전에서도 맹활약을 펼쳤다. 1골-1도움으로 한국선수 중 최다공격포인트를 기록했다. 육군 병장은 '월드컵스타'로 거듭났다. 이근호는 '흥행 대박'을 쳤던 K-리그 올스타전에서도 '얼굴'로 활약했다. 그가 트랙터를 타고 상주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영상은 축구팬들 사이에서 많은 화제를 모았다.
경기장 밖에서의 화제와 달리 정작 그라운드에서는 골이 터지지 않았다. 상주의 원톱으로 부지런히 상대 골문을 공략했지만, 슈팅이 번번히 빗나갔다. 6일 경기 전 만난 박항서 상주 감독은 이근호의 골침묵에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박 감독은 "경기력은 나쁘지 않다. 경기 마다 2~3번의 찬스를 만들어냈다"며 "스트레스 주지 않으려고 했다. 훈련 때 슈팅 장면에 대해 조금 얘기했을 뿐이다. 워낙 혼자서 잘하는 스타일이다. 금방 골이 날 것"이라고 했다.
박 감독의 얘기대로 였다. 이근호는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주와의 2014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19라운드에서 1-0으로 앞선 전반 9분 추가골을 성공시켰다. 이근호는 이상호가 왼쪽을 돌파하며 크로스한 볼이 김호준 골키퍼 키를 넘어가자 가볍게 밀어넣었다. 브라질월드컵 후 첫 골이자, 4월9일 서울전 이 후 터진 올시즌 두번째 골이었다. 이근호는 시종 활발한 움직임으로 상주의 공격을 이끌었다. 후반 6분에는 멋진 드리블 돌파 후 또 한번의 득점기회를 만들었지만 마지막 슈팅이 아쉽게 수비를 맞고 나왔다.
상주는 이근호의 활약 속에 3대2 승리를 거뒀다. 이근호와 함께 인상적이었던 것은 상주의 변형 스리백이었다. 최근 수비불안에 시달리던 상주는 변형 스리백 카드로 변화를 줬다. 키플레이어는 강민수였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선 강민수는 위기시 순간적으로 아래로 내려가 최호정 곽광선과 함께 스리백을 만들었다. 아직 미완성이었지만 수비 불안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경기는 팽팽하게 진행됐다. 전반 6분 이상호와 9분 이근호의 골로 2-0으로 앞서간 상주는 19분 윤빛가람에게 골을 내줬지만 후반 2분 강민수의 결승골로 승리를 거뒀다. 제주는 후반 20분 드로겟의 페널티킥으로 추격했지만, 끝내 동점골을 터뜨리지 못했다. 상주는 4경기 무승(1무3패)의 부진에서 벗어났다. 4승6무를 달리던 제주는 11경기만에 패배의 쓴 맛을 마셨다.
제주=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