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수목극 '운명처럼 널 사랑해'(이하 운널사)가 센스 넘치는 BGM(배경음악) 선곡으로 재미와 웃음을 더하고 있다. 애청자들은 소위 '신들린 브금(BGM)'이라고 부르며 BGM 칭찬에 발 벗고 나섰다. 애청자들이 꼽은 '운널사' 최고의 코믹 BGM, 베스트 6를 소개한다.
▶장혁의 코믹 액션에 '추노' OST
1회에서 이건(장혁)은 자신에게 달려드는 맹견을 쫓아버리기 위해 슈트 상의를 휘두르는 액션(?)을 선보였다. 이 장면에서 장혁의 대표작인 드라마 '추노'의 메인 테마곡인 글루미써티스(Gloomy 30s)의 '바꿔'가 흘러나왔다. 예상치 못한 깜짝 BGM은 '운널사'의 이건과 '추노'의 이대길을 묘하게 오버랩시키며 시청자들의 웃음보를 터뜨렸다. 이 장면은 삽시간에 숱한 화제를 모았고, 첫 회 시선몰이에 성공하는 신의 한 수가 됐다.
▶달팽이 신드롬의 시작, 패닉 '달팽이'
4회에서 미영(장나라)의 임신을 계기로 원치 않은 결혼을 하게 된 건은 자신이 유부남이 됐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정신과를 찾는다. 의사에게 미영을 무시무시한 달팽이라고 칭하며 두렵다고 울부짖는 건의 고백과 함께 예상치 못한 반전 BGM이 흘러나왔다. 그 BGM의 정체는 바로 패닉의 '달팽이'. 화면 곳곳을 기어 다니는 달팽이 CG와 BGM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운널사' 역대급 명장면이 탄생했다. 뿐만 아니라 '운널사'의 이동윤 감독이 패닉 출신 이적의 동생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제작진의 깨알 같은 위트에 시청자들 모두 혀를 내둘렀다.
▶잠옷 차림 백허그엔 '타이타닉 OST'
6회, 본격적으로 결혼생활은 시작한 건과 미영은 서로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기 시작한다. 그 와중에 건과 미영은 거의 사고(?)와 다름없는 백허그로 첫 스킨십을 하게 된다. 건이 미영을 뒤에서 와락 껴안은 순간, 로맨틱 백허그의 대명사로 불리는 영화 '타이타닉'의 OST인 셀린 디온(Celine Dion)의 '마이 하트 윌 고온(My heart will go on)'이 흘러나왔다. 대중적이면서도 임팩트 넘치는 이 BGM으로 건과 미영의 첫 스킨십은 시청자들의 뇌리에 강렬하게 박혔다.
▶사장님 장혁의 허세 넘치는 등장, '범죄와의 전쟁'-'올드보이' OST
6회, 건은 미영의 고향인 여울도 공장부지를 매각하려고 했던 두두산업이 불량 회사임을 알고 계약을 철회하기 위해 담판을 지으러 나선다. 좌 홍변(박진우) 우 탁실장(최대철 )을 대동하고 두두 산업으로 쳐들어간 일촉즉발의 순간, 시청자들의 귀를 사로잡은 것은 영화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의 OST로 숱한 패러디물을 양산했던 장기하와 얼굴들의 '풍문으로 들었소'였다.
연달아 등장한 BGM은 영화 '올드보이'의 OST인 '크라이스 앤 위스퍼스(Cries And Whispers)'. 웅장한 선율이 조직폭력배 포스를 내뿜는 두두산업 사람들과의 기 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애써 센 척을 하는 건 일행의 코믹한 모습과 절묘한 조화를 이룬 최고의 BGM이었다.
▶왕지원을 위한 맞춤형 BGM, '케 세라 세라'
8회, 건은 갑자기 미국에서 돌아온 세라(왕지원)와 미영 사이에서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미영을 집에 데려다 주는 차 안에서 건은 어색함을 달래기 위해 라디오를 틀었다. 그러나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건 바람난 남자친구를 욕하는 DJ의 멘트부터 GG의 '바람났어'까지 건을 더욱더 진땀 빼게 하는 것들뿐.
그중에서도 압권은 도리스 데이(Doris Day)의 '케 세라 세라(Que Sera Sera)'가 흘러나온 순간이었다. 잔잔한 선율에 안심하고 있던 건의 뒤통수를 치듯 차 안을 가득 채우는 '케 세라 세라~'라는 가사에 허둥지둥하는 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버퍼링'이 걸려 '세라~세라~'만 반복되는 깨알 에피소드에 시청자들 모두 포복절도했다. 뿐만 아니라 세라 역의 왕지원은 이 에피소드로 '케세라'라는 별명을 얻었다.
▶명랑소녀 장나라의 재림, 조장혁의 '러브송'
10회에서 유출된 이혼 합의서로 인해 언론의 집중 공격을 받게 된 건과 미영은 기자의 눈을 피해 만나기 위해 교복으로 변장을 하고 집을 빠져 나온다. 이 장면에서 장나라는 자신이 연기했던 '명랑 소녀 성공기'의 차양순을 패러디해 시선을 집중시켰다. 양순이의 트레이드 마크인 양 갈래 머리를 한 장나라의 모습이 전파를 타는 순간, 때마침 '명소성'의 OST로 당시 큰 사랑을 받았던 조장혁의 '러브송(Love song)'이 흘러나와 다시 한 번 '운널사'의 BGM 선곡 센스를 뽐냈다.
'운널사'의 예측불가 깨알 BGM에 시청자들은 환호하고 있다. 각종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운널사' 음악 감독은 도핑테스트 받아야 함", "'운널사' 코믹 무드에 BGM은 1등 공신이라고 본다", "'운널사' 깨알 브금들 때문에 육성으로 빵빵 터진다" 등 뜨거운 성원을 보내고 있다.
'운널사' 제작진은 "BGM의 아이디어가 어디서 나오는 지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많다. 대본 회의 때부터 언급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후반 작업 도중, 이동윤 감독과 지평권 음악 감독의 반짝 아이디어에서 비롯되는 합작품"이라며 "예상치 못한 뜨거운 반응에 굉장히 감사하다. 앞으로도 위트 있는 BGM은 계속될 예정이니 귀를 기울여달라"고 전했다. 김표향 기자 suza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