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 이종범 코치가 조인성의 홈런공에 글을 남긴 것이 방송 중계 카메라에 잡히며 화제가 됐었다.
조인성은 지난 3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홈경기서 1-1 동점이던 6회말 역전 3점포를 날렸다. 그 홈런 덕에 한화는 두산을 꺾고 3연승을 달렸다. 그런데 이종범 코치가 그 홈런공에 한참 뭔가를 적어 조인성에게 전달했다. 조인성이 받은 공에는 홈런을 친 날짜와 장소, 상대팀이 적혀있었고, '더 큰 목표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선수가 되어라. 그리고 항상 노력하고 겸손할 줄 아는 선수가 되어라!' 라는 글이 적혀있었다.
보통 첫 승이나 첫 안타, 첫 홈런공에 기념을 위해 날짜와 장소, 상대팀 등을 적어 해당 선수에게 주는 것은 흔하다. 하지만 이번 홈런 공은 조인성에게 특별히 의미가 있는 공이 아니었다. 왜 이 코치는 조인성의 홈런볼에 그런 문구를 적었을까.
5일 청주구장에서 만난 이 코치는 자신의 경험을 비춰 조인성에게 메시지를 전했다고 했다. 이 코치는 "그때 타구가 홈런이 아닌 줄 알고 두산 수비진이 그라운드로 넘어온 공을 3루쪽으로 중계해서 내가 공을 가지게 됐다"면서 "사실 큰 의미를 가지는 공은 아니지만 인성이에게 좋은 글을 써주고 싶었다. 홈런 친 날짜와 장소 등을 쓰고나니 공간이 있어 글을 더 썼다"라고 했다. "인성이가 올해 우리나이로 마흔이다. 나도 마흔에 야구를 했지만 그때 정말 힘들다"면서 "베테랑들에겐 언제 나쁜 게 올지 모른다. 젊은 선수들과 경쟁해야 하고 고참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화살이 날아오는 자리다. 더 노력하라는 의미로 글을 적었다"라고 했다.
지도자가 되면 해보고 싶었던 일이라고 했다. "선수 때 이런 경험이 없었는데 코치가 되면 선수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을 적어주고 싶었다"라는 이 코치는 "강정호도 다음 목표를 세워서 계속 노력해야한다. 나도 해외진출이 목표였는데 이루고 나서 다음 목표가 없어 굉장히 힘든 적이 있었다"라고 했다.
공교롭게도 공에 적힌 문구에 "겸손할 줄 아는 선수가 되어라"라는 글에 의심의 소지가 있었다. 마치 조인성이 겸손하지 않다는 뜻으로 비춰질 수 있었던 것. 이 코치는 "조인성에게 특정지어 한 말은 아니다. 모든 선수들에게 해당되는 말이다"라며 "야구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을 가진 선수들이 있을 수 있어 글을 썼다. 나도 선수시절부터 겸손하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꼭 필요한 말을 적었다"라고 했다.
이 코치가 전해준 뜻밖의 선물에 조인성도 놀랐다고. 조인성은 "코치님이 글을 적어서 주셔서 처음에 깜짝 놀랐다"면서 "글을 읽고 정말 감동했다. 더 열심히 노력하겠다"라고 했다. 청주=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