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아홉번째 구단 NC 다이노스는 그동안 사건, 사고가 없던 구단이었다. 역사가 짧은 것도 이유가 될 수 있지만, 창단 이후 구단 프런트부터 선수단이 신생팀의 기틀을 다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결과였다. 이제 막 출발한 팀으로서 올바른 팀 문화를 확립할 필요가 있었다.
NC는 이를 위해 야구에 있어 '정의, 명예, 존중'을 최우선의 가치로 내걸었다. 구장 곳곳, 그리고 홈인 마산구장 베이스에도 정의, 명예, 존중이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구단의 운영 철학과 방향성은 제대로 맞아 떨어졌다. 신생팀으로서 기존 구단에 누가 되지 않겠다는 다짐을 지키며 성장해갔다. 지난해 1군 첫 시즌에 7위라는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둔 데 이어, 올해는 3위로 가을야구를 꿈꾸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내건 가치는 한순간에 무너지고 말았다. 이후 대응에 있어서도 아쉬움이 남았다. 지난해 평균자책점 1위에 오르며 최고의 외국인투수로 자리잡은 찰리는 해서는 안 될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3일 인천 SK 와이번스전에서 주심의 스트라이크존 판정에 불만을 토로하다 퇴장당했고, 이후 입에 담기도 힘든 욕설을 내뱉었다. 통역에게 이끌려 나가면서도 주심을 조롱하는 듯한 제스처를 했다.
프로야구는 전경기가 스포츠 전문 케이블채널을 통해 전국에 생중계된다. 전국민이 즐기는 스포츠다. 때론 이 사실이 불편해질 때가 있다. 찰리는 어디서 배웠는지 모를 한국어 욕설을 능숙하게 구사했다. 심판이 영어를 못 알아 듣는다고 생각해 한국어를 쓴 것일까. 입모양과 소리로 무슨 욕인지 유추할 수 있는 이 장면은 고스란히 전파를 탔다.
찰리는 한국형 외인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칭찬이 자자했던 선수다. 마운드에서 이따금 흥분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그 정도가 심하지 않았다. 오히려 마운드를 내려오면, 동료들과 스스럼없이 잘 어울리고 거부감 없이 한국어나 문화를 받아들이는 '착한 선수'였다.
올시즌에는 14년만에 노히트노런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외국인투수 중 최초였다. 시즌 초반의 부진을 딛고, 다시 NC의 외인 에이스로 우뚝 섰다. 평균자책점 역시 2위까지 올라왔다.
그런데 찰리는 이 모든 것을 스스로 걷어찼다. 어찌 보면, 한국 무대에서의 활약이 그를 오만하게 만든 것일 지도 모른다. 문제는 사건이 발생한 그 이후다.
찰리는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제재금 200만원과 유소년 야구 봉사활동 40시간의 징계를 받았다. 출전정지는 없었다. 찰리의 징계수위를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야구팬들 사이에서도 각자 응원하는 팀의 이해관계에 따라 달랐지만, 출전정지 징계가 없는 부분에 대해선 말이 많았다.
NC도 구단 차원의 사태 수습에 나섰다. 이튿날 경기에 앞서 찰리가 취재진 앞에 서서 공개적으로 사과하는 시간을 가졌다. 또한 이날 오전 상벌위에 앞서 KBO에 진심을 담은 사과문을 전달했다.
하지만 NC는 끝내 찰리를 1군에서 제외한다거나, 자체 출전정지 징계를 내리지 않았다. 구단 자체적으로 5000달러의 벌금을 매겼을 뿐이다.
여론을 의식해 징계수위를 결정해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NC의 사후 대응에 아쉬움이 남는 건 사실이다. 외국인선수에게 유소년 야구 봉사활동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시즌이 한창인 지금 당장 봉사활동에 나설 리는 없다. 찰리는 이번주 정상적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할 것이다.
다시 찰리가 마운드에 섰을 때, 야구팬들의 반응은 어떨까. 물론 찰리가 빠진다면, NC 선발로테이션은 붕괴된다. 가뜩이나 SK와의 주말 3연전 내내 선발투수의 조기강판으로 불펜의 데미지가 컸다.
결국 NC는 성적 때문에 사태를 조기에 매듭지었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을 수 있다. 이외에도 찰리의 퇴장 과정에서 투구 교체에 14분이나 소요된 장면 등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해명이 부족했다. 하루가 지난 뒤에 단장이 이 문제를 사과했지만, 경기 당일 중계나 언론을 통해 보다 빨리 해명했어야 하지 않을까. 야구장에서 비를 맞으며 기다린 팬들은 영문도 모르고 14분이나 기다렸다.
NC는 이번 사태로 그들이 쌓아놓은 가치에 큰 타격을 입었다. 또한 승승장구하던 선수단도 위기에 처하게 됐다. 자칫 분위기가 흔들린다면, 4강 경쟁에 영행을 미칠 수도 있다. 앞으로 NC가 어떻게 찰리 파동을 헤쳐나갈까.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