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유나이티드(SK에너지 축구단)가 패배를 잊었다. 그동안 지긋지긋하게 발목을 잡았던 여름-원정 징크스에서 서서히 탈출하는 모습이다.
제주는 2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부산과의 2014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18라운드에서 1대1 무승부를 거뒀다. 후반 23분 상대 공격수 임상협에게 선제골을 내줬지만 후반 37분 황일수의 동점골로 패배의 위기에서 벗어났다.
비록 수원(승점 32)에게 3위 자리를 내줬지만 제주(승점 31점)발 돌풍은 여전히 매섭다. 지난 4월 20일 이후 10경기 연속 무패(4승6무)를 질주하고 있다. 이는 2012년 3월 24일부터 5월 13일까지 이어졌던 9경기 연속 무패를 넘어선 최다 연속 무패 기록이다. 원정경기에서도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최근 원정 5경기 연속 무패(1승4무)를 기록 중이다.
그 동안 약점으로 지목됐던 여름-원정 징크스에서 자유로워진 모습이다. 제주는 준우승을 차지한 2010년을 제외하고 여름-원정 징크스에 시달렸다. 무더운 여름 육지와 섬을 오가는 지옥의 원정 일정에 시즌 초반 벌어놓은 승점을 까먹으며 번번이 상위권에서 멀어졌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박경훈 감독이 꺼내든 처방전은 피지컬 코치였다. 박 감독은 여름-원정 징크스를 깨기 위해서는 체력과 컨디션 조절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고 지난 시즌 종료 후 피지컬 코치 찾기에 나섰다. 일본 출신의 니시가타 히로카즈 피지컬 코치를 데려왔다. 히로카즈 피지컬 코치는 일본 J-리그 오이타 트리니타(2004~2005년)와 쇼난 벨마레(2006~2013년)에서 명성을 쌓았다. 철저한 분석과 선수들의 몸 상태를 고려한 맞춤형 체력훈련으로 소속팀의 경기력을 향상시킨 인물이다. 바르고 강직한 인성까지 갖추고 있어 선수들이 잘 따랐다.
히로카즈 코치는 선수들 개별 데이터를 다 데이터 베이스화해 놓았다. 회복 능력과 근지구력 등을 토대로 몸이 잘 만들어져 있는지 확인해 제주가 기복 없는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게 도왔다. 박 감독은 "피지컬 코치를 데려온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라고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웠다. 선수단 관리에도 변화를 줬다. 원정경기가 끝나면 호텔에서 숙박 후 회복훈련까지 마친 다음 이동하기로 했다. 예전에는 제주도로 돌아가는데 많은 시간과 힘을 썼다. 하지만 회복훈련까지 마치고 돌아가면서 여름만 되면 급격히 떨어지는 선수들의 컨디션을 일정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
또 하나의 원동력은 바로 숨막히는 수비다. 제주는 15실점으로 리그 최소 실점 4위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최근 페이스가 압도적이다. 최근 10경기 연속 경기당 1실점 이하(1실점 7회, 무실점 3회)로 상대의 공격을 잠재웠으며 최근 원정 5경기 연속 경기당 1실점으로 기록하며 홈과 어웨이를 가리지 않는 안정적인 수비력을 선보였다.
수비의 중심은 단연 알렉스다.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수원FC에서 영입한 호주 출신 장신 수비수 알렉스는 강력한 대인 방어와 태클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약점으로 지적된 헤딩까지 보완하며 완벽한 수비수로 거듭났다. 지난 17라운드 전남전에서는 1m96의 장신을 앞세워 공격진에 침투, 공격포인트 2개(1골-1도움)를 올려 주간 MVP의 영예를 차지하기도 했다.
체력 보강과 수비 안정으로 여름-원정 징크스 탈출의 실마리를 찾은 박 감독은 "자만하지 않고 유지를 잘해야 한다. 승점 관리도 잘 해야 한다. 언제든지 치고 올라갈 수 있는 체력을 만들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다. 예전처럼 여름이 되면 하향 곡선을 그리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