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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 날아간 기아챔피언스필드 뭐가 문제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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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의 명물로 탄생한 KIA 타이거즈의 홈구장인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가 망신을 당했다.

3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릴 예정이던 KIA 타이거즈-삼성 라이온즈전이 취소됐다. 4일 경기까지 미리 취소했다. 안전문제에 따른 결정이었다.

기아챔피언스필드의 지붕에 설치된 폴리 카보네이트 소재의 패널이 지난 2일 태풍 나크리의 세찬 바람에 떨어져 나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영향으로 비가 그쳐 경기를 치를 수 있는 상황인데도 3~4일 경기가 최소된 것이다. KIA 구단은 2일 지붕이 떨어져 나간 것을 보고 곧바로 시공사인 현대건설에 사고 사실을 알렸다. 현대건설은 이날 오후에 패널에 바람이 통할 수 있는 구멍을 뚫어 날아가지 않도록 기둥에 묶는 임시 보강작업을 했다.

3일 광주는 비가 그치고 바람도 전날보다 크게 잠잠해진 편이었다. 하지만 잔해가 지붕에 남아있을 수 있고, 또 묶어 놨다고 해도 혹시 모를 사고를 대비하기 위해 경기를 취소시켰다. 비가 그쳤고 바람이 세지 않더라도 갑자기 상승기류가 발생해 패널이 떨어질 수도 있어 안전이 확인이 될 때까지 경기를 열지 않기로 한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어렵게 만들어진 새 야구장이 개장 5개월 만에 문제를 드러낸 것이다.

프로야구 경기가 안전문제로 취소된 것은 이번이 세번째다. 2010년 9월에 태풍 곤파스가 몰아치면서 잠실구장과 목동구장에서 열린 예정이던 경기가 취소됐다. 그해 9월 2일 두산-SK전이 잠실구장 본부석 지붕과 외야 광고판 일부가 파손돼 취소됐다. 다음날인 3일에는 넥센-LG전이 목동 외야 그물망 손상으로 열리지 못했다.

기아챔피언스필드의 지붕은 초속 30m의 강풍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 하지만 간과한 것이 있었다. 바로 스탠드를 타고 아래에서 올라오는 상승 기류였다.

높이가 약 50m인 기아챔피언스필드의 지붕은 관중석에 붙어 있지 않고 떨어져 있는 구조다. 관중석에서 기둥을 받치고 위에 지붕을 설치했다. 지붕과 관중석 사이가 뚫여있어 바람이 통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밑에서 올라오는 상승 기류는 지붕을 그대로 때리게 돼 있다. 바람이 아래에서 바로 몰아치면서 지붕에 충격이 가해졌다. 지붕의 앞쪽에 채광을 위해 설치된 반투명 폴리 카보네이트 패널이 떨어져 나갔다.

기아챔피언스필드는 외야가 뚫려 있는 형태다. 따라서 외부의 바람을 그대로 다 받아들인다. 게다가 경기장 주위에도 큰 건물이 없어 바람의 이동이 자유롭다. 거센 바람이 갑자기 높은 야구장 스탠드를 타고 오르면서 빠른 속도로 지붕을 때리게 됐다.

기아챔피언스필드를 건설한 현대건설 김광재 소장은 "법적으로 초속 30m를 견딜 수 있도록 설계했고, 안전율을 더 높여 30m이상의 강한 바람에도 견딜 수 있도록 했다. 또 가로 1m-세로 3.6m의 패널을 고정할 때 나사를 기존보다 더 촘촘하게 박도록 했다"면서 "그러나 무등산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야구장으로 와서 원형으로 돼 있는 스탠드를 타고 가운데로 모여 상승하다보니 속도가 더 빨라졌을 수 있다"고 했다. 2일 광주에 분 강풍은 최고 초속 35m였다.

KIA의 다음 홈경기는 9∼10일 롯데 자이언츠전이다. 김 소장은 "내일(4일)부터 폴리카보네이트 패널을 모두 철거하고 안전을 확인하고 경기를 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보다 안전한 소재를 찾아 상승하는 강풍에도 문제가 없도록 다시 시공하겠다"고 했다.

조금만 더 안전을 세심하게 고려했다면 미리 막을 수도 있었던 사고였다. 기후변화로 인해 태풍의 위력이 더욱 세지고 있고 광주는 태풍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다. 법적인 기준이 있다고 해도 조금 더 안전을 강화해 시공을 했어야 했다. 광주의 자랑인 기아챔피언스필드가 이번 일을 계기로 안전면에서도 최고로 거듭나야 한다. 광주=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