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운이 감돈다. 큰 돈 들인 사극 영화 빅3. 본격적인 전쟁이 이제 막 시작됐다.
지난 1주일은 그야말로 '군도 천하'였다. 지난 23일 개봉한 '군도'는 독야청청이었다. 무려 약 350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2위는 장르와 타깃이 다른 영화. 방학 특수를 탄 애니메이션 '드래곤 길들이기2'였다. 하지만 좋은 시절은 지나갔다. 나 홀로 달리기는 이제 끝이다. 30일 '명량'이 개봉했다. 앞으로 1주일 후에는 '해적'이 개봉한다.
'빅3' 중 두번째로 레이스에 뛰어든 '명량'. 심상치 않다. 울돌목의 거센 회오리 처럼 관심을 쓸어 모으고 있다. 개봉 첫날 역대 최다 관객을 기록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명량'은 전국에서 68만3201명을 동원하며 단숨에 박스오피스 1위로 진입했다. 누적관객수는 70만5874명.
'명량' 흥행세는 '빅3 판도'에 주요 변수다. 한정된 개봉관 수를 놓고 벌일 제로섬 게임. 시기적으로 가운데에 낀 영화 '명량'의 흥행세에 따라 앞 뒤 영화가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운명을 가를 향후 2주. 과연 어떤 상황이 펼쳐질까.
▶'군도' vs '명량'의 양자대결
'군도'의 독주. 일단 제동이 걸릴 공산이 커졌다. '명량' 개봉 전인 29일까지 '군도'는 50%에 육박하는 매출 점유율을 기록중이었다. 극장가 흥행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명량'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영화 예매사이트 예스24 영화사업팀이 30일 발표한 영화 예매순위(7월31일~8월6일)에서 '명량'은 52.3%의 폭발적 예매율을 기록하며 1위에 올랐다. '군도'의 예매율은 11.9%. '드래곤 길들이기2'(23.3%)에 이은 3위다. '명량'의 개봉 첫날 스코어인 68만2828명은 1주일 전 개봉한 '군도'의 55만 1848명보다 13만명 이상 많은 수치다. '군도'는 이날 17만7786명을 모으며 2위로 내려앉았다. 누적관객수는 382만1877명. 매출 점유율은 '명량'이 61.6%, '군도'가 15.7%였다.
'명량' 개봉 첫 주 폭발적 흥행세는 충분히 예상됐던 일. 흥행 파워를 비슷하다고 가정했을 때 지난 일주일 간 '마니아 관객'을 모두 흡수한 '군도'를 압도하는 건 당연지사다. 어쨌든 개봉 첫 주 신선함으로 무장한 '명량'의 폭발적 흥행세가 극장가를 장악할 경우 '군도' 관객수 증가 속도가 떨어지는 것은 불가피하다. 한 영화 관계자는 "'명량' 개봉 여파도 있겠지만 개봉 1주일 이후부터 '군도' 자체의 관객 동원파워 자체가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판세를 분석했다.
▶'군도' vs '명량' vs '해적'의 삼자대결
1주일 후 개봉을 앞둔 '해적' 역시 '명량'이 신경쓰이긴 마찬가지. '명량'의 흥행세가 얼마만큼 지속되느냐에 따라 영향이 불가피하다. 흥행이 거의 확실시되는 '명량' 여파가 길게 이어질 경우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 다만 '해적'이 믿는 구석은 있다. '코드'의 차이다. '명량'이 묵직한 정통 사극이라면, '해적'은 가벼운 픽션 사극이다. '명량'이 사실감 넘치는 스펙터클한 전투 장면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면 '해적'은 시종일관 툭툭 터뜨리는 코믹 코드로 관객에게 다가간다. '명량'과 인파이터 식 정면 승부를 펼치기 보다는, 웃음이란 잽으로 아웃복싱을 펼친다는 전략.
거물급 다자 간 경쟁 구도 속, '해적'의 성패를 가를 관건은 개봉 첫 주의 흥행력이다. 막 출시돼 가장 따끈따끈할 첫 주에 얼마나 많은 개봉관을 점유해 스코어를 늘릴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 '명량'의 흥행세가 일주일을 기점으로 꾸준히 이어질 것인지, 뜨겁게 달아올랐다 확 식을 것인지 여부가 '해적'의 첫 주 흥행 가도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