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합의판정 총 11번, 성공률 50% 넘지 못했다

by

한국형 비디오 판독 시스템인 '심판 합의판정' 제도는 2014시즌 후반기부터 적용되고 있다. 22일부터 30일까지 9일이 흘렀다. 그동안 총 11차례 합의판정 요청이 있었다.

전문가들은 합의판정이 후반기 큰 변수 중 하나가 됐다고 보고 있다. 다수의 감독들은 합의판정 제한 시간에 불만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야구팬들은 합의판정으로 오심이 잡히는 걸 보면서 제도 변화에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주고 있다.

▶합의판정 성공률 50%가 안 된다

총 11차례 요청 중 최초 판정이 뒤집어 진 경우는 5번이었다. 확률로는 45%가 바로 잡혔다. 아직 요청 횟수가 많지 않았다. 이번 시즌 종료 시점까지 가보면 성공 확률이 50%를 넘길 가능성도 충분하다. 반면 요청이 실패로 돌아간 경우는 6번이었다. 실패 확률은 55%였다. 성공과 실패가 1번 차이를 보여 거의 대등했다고 볼 수 있다.

구단별로 보면 한화가 2번, 삼성 NC 넥센이 1번씩 요청해 성공했다. 반면 실패한 경우는 두산이 3번, LG가 2번, 한화가 1번이다.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한 팀은 한화와 두산이었다.

반면 아직까지 단 한 번도 합의판정을 요구하지 않은 팀도 있다. 롯데 KIA SK다. 요청을 할만한 상황도 없었고, 좀더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고 볼 수도 있다.

▶30초 제한, 감독들이 부담스럽다

지금까지 현장에서 불만의 목소리는 감독 쪽에서 나왔다. 몇명 감독들이 이닝 중간에 할 수 있는 합의판정 요구를 최초 판정 이후 30초 내로 제한한 게 너무 짧다는 것이다. KBO는 이 30초를 정할 때 시뮬레이션을 해봤고 또 올스타전 감독자 회의에서도 통과된 사안이라고 했다. 감독들은 지금 분통을 터트린다. KBO가 그때는 30초내에 방송 리플레이가 된다고 해서 오케이를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 적용을 해보니 항상 30초 내에 리플레이가 나오는 건 아니었다. 방송사가 30초 내에 리플레이 장면을 내보낼 의무는 없다.

정답 화면을 보고 합의판정 요청을 하지 못하게 된 감독들은 뒷통수를 맞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류중일 삼성 감독의 경우 리플레이 장면을 기다리다 시간을 넘겨 합의판정을 요청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KBO가 서둘러 합의판정을 도입한 건 이번 시즌 상반기에 너무나도 명확한 오심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프로야구 콘텐츠가 오심으로 얼룩지자 부랴부랴 한국형 비디오 판독 시스템을 도입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오심을 줄여보자는 의도였다.

감독의 불만은 이것이다. 오심을 줄이자고 해놓고는 30초 제한 규정을 두는 건 이율배반적이라는 것이다. 지금 시스템에선 방송사가 30초 내에 리플레이 화면을 쏴주지 않으면 감독이 합의판정 요청을 판단하기가 무척 어렵다. 눈으로 보고 하는 게 아니라 감으로 판단을 해야 한다. 따라서 시간지연으로 타이밍을 놓칠 수도 있고, 실패할 확률도 높아진다.

감독 입장에선 초 제한 규정을 없애고 싶은 게 당연하다. 또 일부에선 경기 시간 지연을 막기 위한 초 제한을 그대로 유지하돼 실패하더라도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쪽으로 바꾸자는 목소리도 있다. 지금은 첫 합의판정 요청에서 실패할 경우 두번째 기회가 박탈된다. 홈런/파울의 경우는 무제한이다.

KBO는 이 제도 도입 이후 발생할 시행착오를 예상하고 있었다. 의견을 수렴해서 세칙을 보완할 생각이다.

▶자체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한계가 분명하다

한국형 비디오 판독 시스템은 이걸 처음 도입한 메이저리그 시스템과는 차원이 다르다. MLB 사무국은 1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별도의 위원회를 꾸려 오심의 실태를 조사 분석하고 비디오 판독을 위한 별도의 카메라 설치 등 구체적인 실천 방법을 마련했다. 300억원 이상을 투자해 30개 구장과 MLB 사무국에 별도 비디오 판독 시스템을 구축했다. KBO는 당장 MLB 처럼 할 수 없었다. 그 와중에 최선책이 현 방송 4사의 중계 화면의 도움받아 4인 합의판정을 하는 것이었다. 이러다보니 MLB 보다는 기계의 도움을 덜 받고 리플레이 화면으로 분간하기 애매할 경우 합의판정으로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금까지 11번의 합의판정 요청에서 리플레이로도 분간하기 어려운 경우도 몇 장면이 나왔다. 이런 한계는 제도 도입 전부터 예상이 됐던 부분이다.

합의판정으로 판정이 번복된 후 경기 분위기가 확 바뀌는경우가 몇 차례 있었다. 그 사례 중 하나가 지난 27일 문학 SK-넥센전, 1회 유한준의 땅볼 아웃이 세이프로 뒤집어진 후 곧 바로 박병호의 3점 홈런포가 터졌다.

합의판정은 이제 프로야구에서 중요한 장치이자 변수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KBO도 시간이 걸리더라도 MLB 처럼 돈을 투자해 별도의 시스템을 구축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 지금 처럼 방송 중계화면에 의존해서는 곤란하다. 부산=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