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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전 FC서울 볼보이 손흥민의 상암벌 '금의환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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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같은 팀이 와서 FC서울과 경기하니 내가 경기하는 것처럼 기쁘고 행복하다. 많은 팬들이 관람해줘서 감사하다."

바이엘 레버쿠젠의 '레전드' 차범근 SBS 해설위원(61)이 '서울 극장'의 문을 열었다. 레버쿠젠의 코리아투어, 환갑을 넘은 그도 감격에 젖었다. 차 위원은 다름슈타트(1978~1979)와 프랑크푸르트(1979~1983)를 거쳐 1983년 레버쿠젠에 둥지를 틀었다. 6시즌간 활약하며 185경기에서 52골을 터트렸고, 1988년 UEFA컵 우승컵을 선물했다. 그는 레버쿠젠을 끝으로 1989년 현역에서 은퇴했다.

차 위원이 축제의 서막을 알린 상암벌, 주인공은 '제2의 차붐' 손흥민(22·레버쿠젠)이었다. 금의환향이었다. 2008년 동북고 1학년 재학시절 그는 FC서울의 '볼보이'였다. 당시 동북고는 서울의 유스팀이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서울의 홈경기가 열릴 때 그는 그라운드 한 켠에서 볼을 주워주며 꿈을 키웠다. 우상은 볼턴으로 이적한 이청용(26)이었다. 그는 코치진에게 이청용에게 축구를 배우고 싶다고 할 정도로 '무한 애정'을 쏟아부었다. 늘 프로 선수로 상암벌을 누비는 것을 꿈꿨다.

세월이 흘렀다. 2014년 7월 30일 레버쿠젠이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았다. 그의 꿈이었던 FC서울과 친선경기를 가졌다. 무려 4만6722명이 운집했다. '볼보이' 손흥민 효과였다. 물론 '볼보이'는 없었다. 그는 주연 중의 주연이었다.

고교 1학년을 마칠 때쯤 그는 다른 길을 선택했다. 2008년 대한축구협회의 해외유학 프로젝트의 일원으로 선발돼 독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로 유학을 떠났다. 함부르크에서 프로에 데뷔했고, 지난해 레버쿠젠에 둥지를 틀었다. 특별했다. 레버쿠젠 창단 후 최고 이적료(1000만유로·약 145억원)를 경신했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 10골을 기록(총 12골), 두 시즌 연속 두 자릿 수 득점을 달성했다.

2014~2015시즌을 앞둔 그는 세계가 주목하는 '1류 선수'로 성장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리버풀 등 빅클럽이 탐낼 정도로 고속 성장 중이다.

이날 모든 초점은 손흥민에게 맞춰졌다. 경기 시작 2분 만에 현란한 드리블을 선보이자 탄성과 환호가 쏟아졌다. 전반 20분과 29분, 36분과 후반 1분에 터진 강력한 슈팅에 한 여름의 무더위도 날아갔다. 비록 골을 터트리지 못했지만 그의 슈팅감각은 달랐다. 후반 5분의 폭풍질주는 차원이 다른 클래스의 단면이었다. 손흥민은 친선경기에도 불구하고 90분 풀타임을 소화했고, 두 팀의 선수가 퇴장한 후에는 홀로 그라운드를 돌며 팬들에게 손을 흔들고 인사했다.

손흥민은 "K-리그를 꿈꾸던 선수였다. K-리그 팀과의 친선경기가 영광스러웠다. 선수로서 배울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됐다. 서울에서 많은 것을 배웠고, 서울 서포터스에게도 고맙다. 독일로 돌아가서는 감독님 밑에서 컨디션을 끌어올려서 첫 경기부터 발전된 모습을 보이겠다"며 활짝 웃었다. 코치 시절 손흥민을 본 최용수 서울 감독은 "손흥민이 고 1때 인조구장에서 경기 뛰는 것을 본 이후 처음이다. 이 정도 일줄 몰랐다"며 "손흥민이 분데스리가에서 세계적 선수와 어떻게 어깨를 나란히 하는지 볼 수 있었다. 깜짝 놀랐다. 갖고 있는 게 한 두개가 아니었다. 본인이 폭발력을 발휘하는 시점도 특별했고, 동료들과 호흡도 좋았다. 너무 좋은 선수다. 한국 축구의 큰 보물이 될 것"이라고 말한 후 엄지를 세웠다.

손흥민은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통한의 눈물을 흘렸다. 더 이상 아픔은 없었다. 한국 축구의 희망으로 한 걸음, 한 걸음 내딪고 있다.

한편, 이날 친선경기에선 레버쿠젠이 2대0으로 승리했다. 전반 24분 벨라라비, 후반 14분 키슬링이 연속골을 터트렸다. 서울은 여러차례 결정적인 기회를 맞았지만 골문을 여는 데 실패했다. 이날 경기 MOM(Man of the Match·경기 최우수 선수)은 키슬링과 서울의 수문장 유상훈이 공동 수상했다. 상암=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