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을 잘 넘겨야 한다."
잘나가는 전남 드래곤즈의 하석주 감독이 '8월 위기론'을 설파했다. 올시즌 K-리그 클래식이 반환점을 돌았다. 총 35라운드 가운데 절반을 마쳤다. 리그 4위 전남은 전반기 17경기에서 9승3무5패로 선전했다. 시원한 공격축구로 팬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17경기에서 25골을 기록했다. 포항(30골), 전북(28골)에 이어 팀 득점순위 3위다. 지난 3달간 2~4위를 꾸준히 유지했다. '깜짝 돌풍'은 '무서운 태풍'이 됐다. 하 감독은 "선수들이 합심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줬다"며 전반기 선수들의 활약에는 흡족함을 표했다. 그러나 마음을 놓지 않았다. "이제부터가 진짜 승부"라는 점을 강조했다.3-4위 맞대결이었던 17라운드 제주 원정에서 0대2로 패하며, 3위자리를 내줬다. 슈팅 17개, 유효슈팅 6개를 몰아치고도, '제주 징크스'를 깨지 못했다. 2012년 7월21일 이후 제주전에서 1무6패다.
8월의 첫 고비는 첫 주부터다. 리그 강호들과의 살인적인 '3.6.9' 일정이 예정돼 있다. 3일 전북 원정을 시작으로 6일 인천 홈경기, 9일 울산 원정이 줄줄이 잡혀 있다. 최근 7경기에서 5승2무를 달리고 있는 '무패구단' 전북은 부담스러운 상대다. 전남은 2011년 3월 6일 1대0 승리 이후 전북과의 8경기에서 3무5패로 절대 열세다. 올해 4월30일 홈경기에서도 1대3으로 졌다. 상승세를 타면서도 유독 전북 징크스는 넘어서지 못했다. 하 감독은 "최근 전북은 무서운 공격력을 보여주고 있다. 좋은 선수들이 많은 좋은 팀"이라며 경계심을 드러내면서도 "8월 고비를 잘 넘어서기 위해서는 강팀 징크스를 반드시 넘어야 한다"며 강력한 의지를 표했다.
최하위 인천과는 지긋지긋한 '무승부 징크스'가 있다. 전남과 인천은 2012년 10월21일 이후 5경기에서 5무다. 좀처럼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지난 3월30일 전남의 인천 원정에서도 양팀은 득점없이 비겼다. 울산 원정 역시 만만치 않다. 전남은 3월 26일 울산과의 홈경기에서 6연패를 끊어내며 1대0으로 승리했다. 그러나 김신욱이 건재한 울산의 안방인 만큼 방심은 금물이다. 17일 수원과의 홈경기, 24일 부산 원정, 31일 전북과의 홈경기까지 치러야 비로소 뜨거운 8월이 지나간다.
8월 15일경 인천아시안게임 엔트리가 확정된다. 23세 이하 에이스들을 대거 보유한 전남은 전력누수를 각오하고 있다. 올시즌 물오른 기량을 선보이며 리그 득점 1위(9골)를 달리고 있는 '광양루니' 이종호, 프로 첫해부터 전남 역습 라인의 핵으로 활약중인 '왼발 윙어' 안용우, 터프한 플레이로 전남 중원을 압도하는 '꽃미남 미드필더' 김영욱 등이 강력한 후보군에 올라 있다. 여름 이적 시장 전력보강은 없었다. 타팀들처럼 전역하는 선수들도 없다. 마이너스 전력이 우려되는 상황에서도, 하 감독은 "선수들을 대표팀에 보내주는 것이 우선"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전력 공백 속에 상위권 전력을 유지하는 전술을 고심하고 있다. 8월은 진정한 강팀의 품격을 증명해야 할 '위기'이자 '원팀' 전남의 가치를 입증해낼 기회다. 하 감독은 현실을 쿨하게 받아들였다. "어쩔 수 없다. 남은 선수들이 힘을 내줄 것이라 믿는다. 절대적인 체력을 요하는 8월, 체력이 가장 좋은 선수, 가장 준비가 잘된 선수 중심으로 기회를 줄 생각"이라고 밝혔다. 전영지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