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NC 다이노스가 가장 달라진 점 중 하나는 선수층이다. 지난해 주전으로 발돋움했던 선수들 중 일부가 불과 1년만에 자리를 뺏겼다. 특별지명을 통해 팀을 옮겨온 김종호(30)도 그 중 한 명이었다.
김종호는 올시즌 팀이 치른 84경기 중 69경기에 나섰다. 타율 2할5푼7리(175타수 45안타) 1홈런 16타점 14도루를 기록중이다. 선발출전은 41경기에 그쳤다. 지난해 128경기 전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7푼7리 22타점 50도루를 기록했으나, 불과 1년만에 우타자 권희동과 번갈아 출전하는 플래툰 플레이어가 됐다.
특별지명을 통해 선수층이 두터운 삼성에서 NC로 이적해, 인생역전을 이룬 지 1년만이다. 지난해 김종호는 도루왕을 차지하며 수준급 리드오프로 자리매김했다. 타격만 좀더 보완한다면, 장기인 빠른 발을 앞세워 한층 성장할 것으로 보였다.
시범경기 땐 홈런을 2개나 때려내며 가능성을 보이기도 했다. 그동안 1군에서 한 개의 홈런도 때려내지 못했던 김종호에게 반가운 변화였다. 1번타자에게 장타력을 기대할 필요는 없었지만, 조금씩 타격에 눈을 뜨고 있다는 증거였다. 손목을 쓸 줄 아는 식으로 타격을 깨우쳐갔다.
하지만 막상 시즌에 들어가니, 타격감이 좀처럼 살아나지 않았다. 부진이 거듭되자, 조금씩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되는 날이 많아졌다. 도루를 하다 경미한 어깨 통증이 생겨 2군에 다녀오긴 했으나, 결국은 부진이 문제였다.
급기야 5월 중순 이후부터는 2년차 권희동이 선발출전했다. FA 이종욱의 영입으로 외야 한 자리가 줄게 된 여파였다. 그동안 권희동도 기회를 잡지 못했으나, 김종호가 부진한 사이 자리를 꿰찼다.
여전히 NC 좌익수 자리는 경쟁중이다. 김종호, 권희동 중 누구 하나 주전이라고 할 수 없다. 김종호도 이 사실을 받아들이고, 변화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는 "사실 계속 경기에 못 나가니 주눅이 든 게 사실이다. 방망이가 계속 안 맞으니, 안 좋은 생각만 했다. 머릿속이 복잡해지니 슬럼프도 길어졌다"고 털어놨다.
그의 야구인생을 뒤바꿔놨던 게 불과 1년 전이다. 하지만 1년 사이 처지는 많이 바뀌었다. 김종호는 "항상 2군에만 있었으니, 불안한 생각을 갖지 않을 수가 없었다"며 "야구에서 멘탈이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 이제 마음을 편하게 먹게 됐다"고 말했다.
후반기 시작과 함께 완전히 마음을 고쳐먹기로 했다. 그는 "팀이 상위권에 있다. 백업으로라도 내 역할을 해야 한다. 못 나가도 벤치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경기 막판 투입되면 죽을 힘을 다해 뛴다"고 했다.
이어 "계속 주전으로 뛴 선수들이 힘이 떨어질 수 있다. 힘들어할 때 내가 힘이 되고 싶다. 또 팀이 포스트시즌에 가면, 나에게 맞는 역할을 준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음을 고쳐먹으니, 야구도 잘 된다. 김종호는 지난 24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서 6회 대타로 나선 뒤 9회 데뷔 첫 홈런을 신고했다. 프로 입단 8년차 시즌이 돼서야 손맛을 느꼈다. 그는 당시를 떠올리며 "감독님께서 '소심하게 돌리지 말고, 네 스윙을 하라'고 하셨다. 그동안 배트에 맞히려고만 한 것 같다"고 했다.
김종호는 데뷔 첫 홈런에 대해 이색적인 소감을 밝혔다. 그는 "부인과 장모님 모두 홈런을 쳐야 야구를 잘 하는 줄 아셨다. 내가 홈런타자도 아닌데, 계속 홈런을 치라고 하시더라"며 그동안의 설움을 털어냈다며 활짝 웃었다.
여전히 그의 유니폼은 지저분하다. 대주자라도 기회가 나면 도루를 감행하고, 외야에서 다이빙캐치를 할 때 몸을 아끼지 않는다. 지난해 무명의 설움을 떨쳐낸 그에게 올시즌은 또다른 '배움'의 시간이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