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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 포청천' 변신한 감독들, 최고의 명판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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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암벌은 폭소로 물들었다.

K-리그 지도자들이 '일일 포청천'으로 변신했다. 현역시절 그라운드를 풍미했던 발에 의존하기엔 세월의 무게가 컸다. 벤치에서 바라보기만 하던 모습과는 천차만별이었다. 턱밑까지 차오르는 숨을 참고 그라운드를 누비는 그들의 모습을 보는 관중들에게는 색다른 볼거리였다.

1등은 최용수 서울 감독이었다. 성적과 재미를 모두 잡았다. 물 흐르듯 흐르는 진행 속에 '개그 본능'을 삽입했다. 현영민을 불러세워 경고, 퇴장 카드를 두 손에 집어들고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라'는 시늉을 한 것은 '웃음폭탄'의 서막이었다. 임상협의 빨래판 복근에는 경고, 오락가락 부심들의 오프사이드 깃발에는 '무시'로 대응했다. 전반전을 뛰고 나와 후반전 다시 그라운드를 밟으려 준비하던 '히어로' 박지성을 불러세운 용맹하고 일관된 원칙(?)에 이르기까지 흔들림이 없었다. 유아독존의 그라운드는 올스타전의 '깨알재미'였다.

하석주 전남 감독의 경우 의욕은 넘쳤지만 선수 때와는 달랐다. 연신 허리춤에 손을 올리고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좌충우돌' 주심 일일체험은 유쾌했다. 페널티킥을 선언한 뒤 곧바로 박지성 퇴장카드를 꺼내들었다가 황급히 경고카드로 바꾸고, 간접프리킥 상황에선 9.15의 간격보다 훨씬 먼 13m 지점에 베니싱 스프레이를 뿌려 5만 관중의 '원성'을 자초했다. 부심 깃발을 잡은 이상윤 성남 감독대행은 한술 더 떴다. 부릅뜬 '매의 눈'은 프로페셔널을 능가했지만, 반대편 부심이 책임지는 구역까지 넘나들면서 보는 이들을 실소케 했다. 느긋하게 그라운드를 산책하듯 거닐며 점잖게 깃발을 올린 조민국 울산 감독의 '포커페이스'가 그나마 빛났다.

지도자들과 심판은 '불가근 불가원'이다. 벤치는 승패에 일희일비한다. 판정은 승부의 흐름을 바꿀 수도 있는 변수다. 때문에 벤치는 언제나 휘슬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지도자-심판의 언쟁이 그라운드를 달구는 경우도 종종 벌어진다.

때문에 올스타전에서의 짧지만 강렬했던 경험은 감독들에게도 특별한 추억으로 남을 전망이다. 하 감독은 "실제 경기 때보다 더 긴장한 것 같다. 카드를 어느 주머니에 넣었는지도 기억이 안나더라. 그래서 경고카드 대신 퇴장카드를 꺼내 들었다. 선수들이 포위하는데 순간적으로 신변에 위협을 느꼈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주심 간에도 '경쟁의식'은 존재했다. '하 주심'은 '최 주심'을 직겨냥했다. "체력은 내가 좋은 것 같다. 최용수 감독은 걸어다녔다. 내가 6km, 최 감독은 4km정도 뛴 것 같다"고 농담했다. '역지사지'의 경험은 즐겁고도 유익했다. "심판이 힘들다는 것을 알게 된 만큼, 앞으로 (항의를) 좀 자제하기로 했다"고 미소를 지었다.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