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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채영, 연예계 데뷔부터 마지막 웃음을 남기고 떠날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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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채영 씨의 과거 사진을 찾아봤습니다. 도무지 웃을 수 없는 상황인데도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집니다. 병마가 덮칠 거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사진 속 유채영은 밝고 유쾌한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간혹 온몸을 던져 망가진 유머러스한 모습도 있습니다. 그녀는 이렇게 마지막까지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고 떠났습니다. 그래서 더욱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삭발 여가수, 화려한 데뷔

유채영은 1989년 안양예고 재학 시절 17세의 나이에 그룹 푼수들로 연예계에 첫 발을 내디뎠습니다. 하지만 진짜 데뷔는 1994년 4인조 혼성그룹 쿨의 1집 앨범입니다. 데뷔곡은 '너이길 원했던 이유'. 당시 팬들의 관심은 홍일점 유채영에게 집중됐습니다.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삭발 컨셉트 때문입니다. 유채영은 청순하고 사랑스러운 여느 여가수와는 달랐습니다. 삭발에 세미정장 차림으로 보이시한 매력을 발산했죠. 안양예고 무용과 출신답게 춤 실력도 뛰어났습니다. 이듬해인 1995년 유채영은 최준영과 함께 팀을 탈퇴하게 되고, 이후엔 혼성듀오 어스(Us)로 잠시 활동합니다. 쿨은 이재훈, 김성수, 유리 3인조로 재편됐습니다.

▶솔로 가수 유채영

유채영은 1996년 솔로 1집 앨범 '쾌속'을 발표합니다. 그러나 흥행엔 실패하죠. 이후 1999년 작곡가 주영훈이 참여한 2집 앨범 '이모션(Emotion)'으로 가요계에 테크노 열풍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기존의 보이시한 매력을 벗고 미래에서 온 여전사 같은 섹시함과 파격적인 무대 연출로 화제를 모았습니다. 특히 얼굴을 살짝 가린 삼지창 컨셉트의 모자는 최근까지도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서 패러디될 정도로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이후 솔로 가수로 자리 잡아가던 유채영은 2003년 3집 앨범을 준비하다 작곡가, 매니저, 뮤직비디오 감독에게 사기를 당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습니다.

▶신스틸러 유채영, 예능인 유채영

유채영은 2002년 영화 '색즉시공'으로 연기를 시작합니다. 최성국과 연인으로 호흡을 맞추며 숨겨둔 코믹 본능을 발산, '여자 최성국'이란 수식어로 불리기도 합니다. 이후에도 영화 '누가 그녀와 잤을까?', '색즉시공2', 드라마 '황태자의 첫 사랑', '백만장자와 결혼하기', '추노', '반짝반짝 빛나는', '패션왕', '천명: 조선판 도망자 이야기' 등에서 감초 활약을 펼쳤습니다.

타고난 개그센스를 지닌 유채영은 '다녀오겠습니다 시즌2', '스쿨림픽', '꽃다발' 등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종횡무진했습니다. 예쁜 외모와 달리 걸죽한 입담과 과장된 표정 연기는 독보적이었죠. 시청자들에겐 '비타민' 같은 존재였습니다.

유채영은 최근까지도 MBC 라디오 표준FM '좋은 주말, 김경식 유채영입니다'를 진행했습니다. 지난해엔 MBC 방송연예대상 라디오부문 우수상을 수상했습니다. 청취자들도 투병 사실을 알지 못했을 만큼 유채영은 건강하고 활기찬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나 병세가 악화되면서 지난달 말 결국 DJ 마이크를 내려놓았습니다.

▶그리고 여자 유채영

유채영도 가수, 연기자, 예능인이기 전에 여자였습니다. 2008년 10년 지기인 한 살 연하의 사업가 이주환 씨와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일요일이 좋다-체인지'에서 발레리나로 분장하고 이주환 씨에게 깜짝 프러포즈를 하는 모습은 뭉클한 감동을 안겼습니다. 유채영은 방송을 통해 남편이 곽부성을 닮았다며 언제나 한결같은 애정을 표했죠. 사랑하는 사람의 가슴에 영원히 남은 유채영 씨, 하늘에서도 평안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