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들이 2014년 K-리그를 위해 뭉쳤다. 2002년 월드컵대표팀의 사령탑이었던 거스 히딩크 감독, 최전방 공격수였던 황선홍 포항 감독, '막내'였던 박지성(은퇴)이 2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4년 하나은행 K-리그 올스타 with 팀 박지성 공식 기자회견에서 12년전 아름다웠던 추억을 떠 올렸다.
첫 만남부터 웃음이 넘쳤다. 히딩크 감독은 포토타임에서 제자들의 어깨를 두드리고 화이팅을 외치자. 황 감독과 박지성도 웃음으로 옛 스승을 반겼다. 히딩크 감독이 먼저 2002년의 추억을 꺼내 들었다. 그는 "한국에 다시 와서 기쁘다. 일년에 한 두번씩 한국에 오는데 집에 온 느낌이다"라면서 "내가 사랑했던 공격수이자, 성공적으로 감독 생활을 하고 있는 황선홍을 만나기 위해 또 아주 성공적인 축구 선수 생활을 마감한 박지성을 마지막으로 축하해주기 위해 한국에 왔다"고 설명했다.
히딩크 감독과 벤치에서 '사제 대결'을 펼치게 된 황 감독도 감회가 새로운 모습이었다. "히딩크 감독님과 감독으로 기자회견을 같이 하는게 영광이다. 히딩크 감독님에게 큰 영감을 얻어 지도자를 하게 됐다. 처음 감독을 해야 겠다고 생각한게 2002년 월드컵이었다. 축구로 국민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다는게 마음에 크게 와 닿았다. 그 당시 히딩크 감독님의 모습에 영향을 받았다." 박지성도 자신의 은퇴경기를 이영표(은퇴) 김병지(전남) 최은성(은퇴) 이천수(인천) 등 2002년 동료들과 함께 하게 돼 설렘이 가득했다. 그는 "팀 박지성의 선수들이 대부분 나와 경기를 했던 선수들이라 호흡을 맞추는데 문제 없을 것이다. 오랜만에 영표형과 경기를 해서 개인적으로 즐겁다. 예전 기억을 되돌릴 수 있는 경기가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2002년의 추억을 공유하고 있는 세 사람 사이에서 소외된 1인이 있었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한국의 첫 골을 선사한 '병장' 이근호(상주)였다. 그는 군인답게 패기 넘치게 위기 탈출을 시도했다. 자신을 모르는 히딩크 감독을 위해 '자기 소개'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여럿을 때 TV로만 보던 히딩크 감독님을 만나게 되어 영광입니다. 히딩크 감독님이 저에 대해서 모르시는것 같아서 소개를 하고 싶습니다. 저는 대한민국 군인이고, 월급은 14만 8000원입니다. 히딩크 감독님이 저를 기억할 수 있는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근호의 장난기 넘치는 자기 소개에 선배들의 웃음보가 터졌다.
12년의 세월 차를 극복하는 대화 주제는 골 세리머니였다. 2002년 히딩크 감독과 박지성의 포옹 세리머니, 이근호의 거수 경레 세리머니 등 월드컵을 빛낸 명장면들을 뛰어 넘을 세리머니들이 올스타전에서 펼쳐질 수 있을까. 은퇴경기를 앞둔 박지성은 "준비한 세리머니는 없다. 히딩크 감독님과 새로운 세리머니를 개발해야 할 것 같다"며 세리머니에 대한 부담감을 토로했다. 히딩크 감독의 생각은 달랐다. "지성, 골 세리머니는 준비하는게 아니라 골 넣은뒤 그 순간의 감정에서 나오는거야." '막내' 이근호는 후배들에게 짐을 떠 넘겼다. 그는 "월드컵에서 골을 넣고 정신없이 뛰다가 동료들한테 잡혔다. 그제서야 신분을 개닫고 거수 경례를 했다. 올스타전에서도 골을 넣으면 거수 경계는 해야 한다. 어린 선수들이 많으니 그들이 재미있는 세리머니를 준비할 것이다"며 웃음을 보였다.
한편, 기자회견 이후 가진 공식 훈련에서도 2002년과 2014년의 세월차는 극명하게 드러났다. '팀 박지성'의 훈련은 정해성 축구협회 심판위원장(당시 코치)가 진두지휘했다. 2002년에도 그랬듯, 히딩크 감독은 벤치에 앉아 선수들의 훈련 모습을 눈에 담았다. 박지성을 비롯한 일부 은퇴 선수들은 흘러간 세월을 몸으로 느끼며 가뿐 숨을 내쉬었다. 반면 'K-리그 올스타'의 훈련에는 활기가 넘쳤다. 코치 겸 심판으로 올스타전을 누빌 최용수 FC서울 감독이 직접 공을 차주며 훈련을 지휘했다. 황 감독이 열정이 넘치는 최 감독의 모습을 보며 만류를 했지만 최 감독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벤치에서 불협화음이 무엇인지 보여주겠다"고 선전포고를 한 최 감독은 올스타전 전날부터 자신의 말을 지키고 있었다.
상암=박상경 기자 하성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