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겸 부산아이파크 구단주가 23일 오후 부산아시아드 주경기장을 찾았다.
K-리그 클래식 17라운드 부산과 수원의 홈경기(0대2 패) 현장에서 김원동 부산 사장, 안병모 부산 단장, 이운택 프로축구연맹 심판위원장 등과 나란히 앉아 경기를 관전했다. 경기 시작을 앞두고 선발 라인업이 찍힌 종이를 관심있게 들여다보며 담소를 나눴다.
한국프로축구연맹 회장 출신이자 부산 구단주인 정 회장의 K-리그 사랑, 현장에 대한 관심은 남다르다. 정 회장은 이날 안동에서 열린 대교눈높이 전국초등축구리그 현장을 찾아 안동초등학교와 강구초등학교의 경기를 지켜봤다. 이어 부산으로 이동한 정 회장은 현대산업개발이 시공, 지난 5월 개통한 북항대교 현장을 돌아본 직후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을 찾았다. 유소년리그부터 프로리그까지, 축구협회장의 일과 대기업 CEO의 일을 하루에 몰아치는 강행군이었다.
천생 '현장 체질'인 정 회장은 소탈하다. 구단에 방문 사실을 언질한 후 별도의 수행원 없이 단출하게 경기장을 깜짝방문하곤 한다. 부산의 홈경기를 현장 관전한 것은 올시즌 개막전에 이어 2번째다. 부산은 포항과의 홈 개막전에선 3대1로 승리했었다. 7경기 무승(2무5패)부진에 빠진 부산 축구현장을 찾아 각별한 관심을 드러냈다. 정 회장은 최근 울산에서 영입한 박용지 김용태 등 새로운 선수들의 컨디션도 챙겼다. 축구협회장으로서 자신의 행보가 자칫 구단에 부담이 될까 배려하면서도, 한국축구의 젖줄인 K-리그 현장에 대한 세심한 관심을 놓지 않았다. 부산 관계자는 "회장님이 워낙 축구를 좋아하신다. 수많은 현장을 보셨기 때문에 전술과 경기 흐름을 꿰뚫고 계신다. 경기를 읽는 눈이 정확해, 따로 구구절절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라고 귀띔했다. 대한축구협회장으로서 축구단을 경영하는 구단주의 모범적인 예를 보여줬다.
K-리그 활성화를 위해서는 프로축구단을 직접 운영하는 CEO들의 열정과 관심,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100억~200억 예산도 중요하지만, 현장에 와서 직접 보면 다르다. 행동하는 구단주의 열정이 축구산업과 팬들에게 미칠 파급효과는 상상 이상이다. 야구장을 자주 찾는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처럼, 그라운드에서도 팬들과 함께 직관(직접 관전)하는 '축구마니아' CEO들의 모습을 보고 싶다. 부산=전영지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