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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아쉬웠던 '캡틴'의 선택. KIA 이범호는 왜 홈으로 던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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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선수들은 매 순간 '선택'을 해야 한다.

어떤 공을 버리고 칠 것인지. 어떤 형태로 포구를 하고 또 그 후에는 어느 곳에 공을 던질 것인지. 실책이 아니라면 어떤 선택이 맞고 틀리다라고 평가하기는 무리다. 모든 플레이에는 의미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택의 가치'를 평가하려면 전체 상황과 그 플레이 이후의 경기 향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볼때 23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 필드에서 벌어진 KIA 타이거즈-LG트윈스 전에 나온 KIA의 '캡틴' 이범호의 홈송구는 다시 한번 음미할 필요가 있다.

상황은 이랬다. 초반 대량실점으로 역전을 당한 KIA가 후반 차곡차곡 점수를 쌓으며 6-9로 따라붙은 8회초 LG 공격. 무사 1, 3루의 위기가 또 찾아왔다. 여기서 LG 3번 타자 박용택이 친 타구가 3루수 이범호의 정면으로 향했다. 박용택이 공을 친 순간 3루 주자 황목치승은 홈으로 내달렸는데, 이범호의 포구가 워낙 빨리 이뤄져 홈으로 송구하면 충분히 아웃시킬만 했다.

그러나 이범호는 홈송구 대신 2루에 던져 병살타를 만들었다. 순간의 선택이다. 이범호는 1점을 주는 대신 주자를 모두 없애는 아웃카운트 2개를 택했다. 마운드에 있는 KIA 투수 송은범의 입장에서는 어떤 면에서는 고마운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비록 1점을 줬지만, 아웃카운트 2개를 만들고 주자에 대한 부담없이 다음 타자를 상대할 수 있게 됐기 때문. 결국 송은범은 4번 정의윤을 유격수 땅볼로 처리하고 이닝을 곧바로 마쳤다.

하지만 이범호의 홈송구 선택은 '최선'이었을까. 이 플레이는 결과적으로 경기 후반의 상황을 모두 정리한 결과가 되어 버렸다. KIA의 추격에 LG는 상당히 부담스러워하던 상황. 남은 2차례 공격에서 3점차와 4점차는 무게감이 크게 다르다.

만약 이범호가 홈송구를 택했다면 어떻게 상황이 바뀌었을까. 아웃카운트 1개가 늘어나고 주자는 1, 2루 혹은 런다운이 벌어졌다면 1, 3루나 2, 3루가 되었을 것이다. 득점 확률이 그렇게 높지 않았다. 정의윤의 유격수 땅볼이 또 나왔다고 보면 1점도 주지 않고 이닝을 마칠 가능성도 있었다.

게다가 KIA는 곧바로 8회말에 안치홍과 나지완의 백투백 홈런으로 2점차까지 따라붙었다. 결국 LG는 마무리 봉중근을 8회 1사에 투입하는 강수까지 선택해야 했다. 8회초 LG가 1점을 얻지 못했다면 점수차는 불과 1점. 봉중근도 충분히 흔들릴 만 했다.

이 경기의 해설을 맡은 KBS 이용철 해설위원은 이런 평가를 했다. "어차피 모든 플레이는 미래의 가능성을 감안해 이뤄져야 한다. 5회 이전이었다면 이범호의 병살 플레이 선택은 100점을 줄 수 있었다. 그러나 KIA가 추격의 고삐를 쥔 경기 막판이라면 이건 한 번쯤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LG를 압박하고 역전의 가능성을 조금 더 높일 수 있는 선택은 홈송구였다."

결국 '캡틴'의 선택은 역전 가능성의 측면에서는 다소 아쉬운 부분이 컸다. 아웃카운트 2개보다는 1점을 막는 편이 당시로서는 조금 더 '최선'에 가까운 플레이로 평가된다. 1승이 아쉬운 KIA로서는 실점을 막고 역전을 노리는 것이 보다 절실했다. '캡틴'의 선택이 2% 안타까웠던 이유다.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