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잠실 두산과 SK의 경기가 열리기 전.
라커룸에서 오현택은 "이젠 (제가) 선발이 아니네요. 김강률이에요"라고 했다.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안타까움과 팀동료 김강률의 선전을 기원하는 묘한 뉘앙스가 깔려 있었다.
두산 송일수 감독은 "후반기 5선발 보직을 김강률로 확정했다"고 말했다.
두산은 선발 로테이션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 노경은과 유희관이 장기적인 부진에 빠졌다. 5선발이었던 이재우는 컨디션 난조로 1, 2군을 들락날락거리고 있다.
가뜩이나 불안한 선발 로테이션에 유력한 5선발 요원도 없다. 두산이 전반기 5위로 내려앉은 가장 큰 이유다.
돌파구가 필요하다. 두산은 많은 실험을 했다. 그 중 하나는 롱 릴리프와 중간계투를 오가며 준수한 투구를 보였던 오현택이었다.
이재우가 2군으로 내려간 뒤 전반기 막판 오현택은 두 차례 선발로 나섰다. 투구 내용은 괜찮았지만, 많지 않은 한계 투구수가 문제였다.
6월21일 KIA전 3이닝 6피안타 4실점. 7월 12일 잠실 한화전 3⅔이닝 6피안타 3실점.
오현택은 자신의 한계투구수 50~60개의 투구수가 넘어가면서 구위 자체가 미세하게 떨어졌다. 결국 경기 초반 좋은 투구내용을 보였지만, 3, 4회 급격히 흔들리는 모습이었다.
이제 김강률이 시험대에 올랐다. 그는 150㎞가 넘는 패스트볼을 뿌리는 파이어볼러다.
지난해 두산 김진욱 감독은 김강률을 마무리 후보로 거론하기도 했다. 그만큼 구위 자체가 위력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에 비해 볼 자체가 약간 가볍다는 인상이 짙다. 게다가 제구력이 좋지 않다. 구종도 단순한 편이다. 때문에 선발 요원보다는 중간계투나 마무리 요원에 더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두산 입장에서는 물러설 데가 없다. 후반기 초반 두산이 반등의 기틀을 마련하지 못하면 4강 싸움이 이대로 물건너 갈 수도 있다. 반등의 필수조건은 탄탄한 선발진의 구축. 5선발이 중요한 이유다. 그런 의미에서 김강률의 선발전환은 두산이 기대하는 마지막 회심의 카드다.
두산 권명철 투수 코치는 "기본적으로 150㎞가 넘는 공을 뿌리기 때문에 쉽게 난타당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불안한 부분도 있다. 역시 한계투구수다.
그동안 김강률은 선발 경험이 많지 않다. 한계투구수가 적을 수밖에 없다. 권 코치는 "불안한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김강률의 빠른 공을 감안하면 선발이 더 적합할 수도 있다"고 했다.
김강률의 5선발 등판은 아직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 두산은 잠실에서 SK와 후반기 첫 3연전을 치른 뒤 나흘 휴식을 취하다. 두산으로서는 1~3선발 카드를 계속 쓸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따라서 김강률의 올 시즌 첫 선발등판은 8월1일부터 열리는 한화와의 3연전 중 한 게임이 될 공산이 높다.
두산의 5선발, 김강률 카드. 지켜볼 필요가 있다. 잠실=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