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브라질월드컵 4강전, '전차군단' 독일이 60억 세계를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었다.
안방 우승을 자신한 '삼바군단' 브라질을 상대로 전반전에만 5골을 몰아쳤다. 후반전에도 멈추지 않았다. 점수차가 7-0까지 벌어지자 놀라움은 경외로 바뀌었다. 상대를 끝까지 몰아붙이는 집중력과 근성, 승리를 향한 확고한 목표의식 모두 찬사를 받았다. 브라질을 7대1로 누른 독일은 아르헨티나까지 꺾으면서 우승에 입맞췄다.
1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인천전. 전반전의 수원은 브라질을 상대했던 독일과 동색이었다. 꼴찌 인천을 상대로 전반전에만 3골을 몰아쳤다. 서정원 수원 감독은 전반전을 마치고 라커룸에 들어온 선수들을 불러모았다. "독일은 브라질과의 4강전에서 전반을 5-0으로 앞서고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후반에 정상적인 경기를 했다. 체력 관리를 잘 했고 정신력도 강했기 때문이다. 우리도 독일처럼 경기를 해야 한다." 하지만 수원은 독일이 되지 못했다. 후반 중반 인천에게 2실점을 하면서 벼랑 끝까지 몰렸다. 전반전에 벌려놓은 3골차가 결국 승리의 원동력이 됐다. 3대2의 승리로 승점 3을 따냈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았다. 독일과 같은 수원의 모습을 기대했던 2만3835명의 관중들에게는 아쉬움이 남을 만했다.
브라질월드컵 휴식기 뒤 기대감이 컸다. 울산전에서 명승부를 펼치며 3대2 승리를 거둘 때만 해도 달라진 수원의 대반격이 기대됐다. 하지만 슈퍼매치에서 완패한 데 이어 인천전에서도 흔들리면서 우려만 키웠다. 서 감독은 "(인천전은) 전반전에 우리가 원하는 축구를 했기 때문에 승리할 수 있었던 경기"라며 "후반전에서 드러난 모습은 분명 아쉬움이 남았다. 부족한 부분도 엿보였다. 앞으로 잘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입술을 깨물었다.
서 감독은 취임 초기부터 '간절함'을 변화의 핵심으로 꼽아왔다. 그동안 수원이라는 이름 아래 쌓아 올린 영광을 버리고 도전자의 자세로 돌아간다는 의미다. 상대의 강약을 따지기 이전에 존중하는 마음을 갖고 승부에 집중하면서 모두가 기대하는 '수원다운' 경기력을 보여주자는 게 목표였다. 간절함과 여전히 거리가 멀어 보인다.
세계를 제패했던 전차군단은 유로2000의 실패 이후 냉정하게 현실을 돌아봤다. 승리를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그 결과 다시금 세계 정상의 자리에 우뚝 섰다. 철저한 준비와 노력의 이면에는 승리를 향한 굶주림과 간절한 열망이 있었다. 수원도 영광에 굶주려 있다. 2010년 FA컵 우승 뒤 3년째 무관이다. 올 시즌도 위기다. K-리그 클래식 5위지만 언제 하위권으로 밀릴 지 모른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 H조 최하위, FA컵에선 32강 탈락의 굴욕을 겪었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구성원 스스로 냉정하게 현실을 돌아봐야 한다.
수원이 살아야 K-리그도 산다. 한때 공포의 대명사로 불렸던 수원의 위용을 되찾기 위한 간절함이 절실하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