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캡틴' 방대종은 시즌초 "전남의 승리를 '돌풍'이나 '이변'이라고 쓰지 말아달라"고 신신당부했었다. 전남은 19일 K-리그 클래식 16라운드 성남과의 홈경기에서 2대0으로 승리했다. 올시즌 첫 3연승을 달렸다. 20일 현재 리그 3위를 굳건히 유지하고 있다. 성남전 직후 방대종이 당당하게 말했다. "돌풍은 2~3게임으로 끝나는 것이다. 16라운드까지 지속되고 있지 않은가. 이제 우리 전남은 '태풍'이다." 입담좋은 '캡틴' 방대종이 '전남 태풍'의 이유를 털어놓았다.
▶지원스태프, 프런트까지 챙기는 '팀 스피리트'
프로구단에는 중요한 승부처에서, '당근책'으로 암암리에 쓰이는 '연승 보너스'라는 것이 존재한다. 성남전을 앞두고 하석주 전남 감독은 구단에 특별한 제안을 했다. 선수뿐 아니라, 코칭스태프, 지원스태프, 프런트 등 구단 전직원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갈 수 있게 해달라는 '통큰' 제안이었다. 이 소식은 선수단에게 강력한 자극제로 작용했다. 그라운드에 나선 선수들은 자신뿐 아니라, 벤치 동료들, 지원스태프, 프런트들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다. 방대종은 "감독님께서 정말 좋은 제안을 해주셨다. 뛴 선수나 뛰지 않은 선수, 음지에서 고생하는 스태프까지 똑같이 보너스가 돌아갈 수 있다는 말이 우리 모두에게 큰 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전남에선 주전, 비주전이 공정하게 경쟁하고, 서로를 따뜻하게 배려하며 공존한다. 하 감독 역시 선수들의 상생을 고민한다. 상주전에서 그동안 '굶주렸던' 선수들로 스쿼드를 꾸려 승리했다. 폭염속 일주일에 3번, 야간경기를 치르는 살인일정속에 이 '한수'는 숨통이 됐다. 방대종은 "누가 베스트로 나가든 우리는 한팀이다. 음지에서 고생하는 스태프들의 노고도 잘 알고 있다. 전남 드래곤즈가 이기면 우리 모두 함께 승리한 것이라는 이야기를 자주 나눈다"고 설명했다. 정구호 전남 드래곤즈 홍보팀장 역시 고마움을 표했다. "프런트까지 챙겨주는 선수단은 처음이다. 보너스 여부를 떠나 그런 마음씀씀이에 가슴이 울컥했다."
▶매경기 진화하는 전남, 승리의 이유
전남은 휴식기 직후 4경기에서 3승1무다. 승점 10점을 쓸어담았다. 5일 서울전에서 2대2 무승부를 기록한 후 선수들은 심기일전했다. 방대종은 "2골을 먼저 넣고도 비긴 후 감독님께 혼났다. '2-0에서 3-0, 4-0을 만들어야 한다. 이기고 있다고 절대 물러서지 말라, 수비적으로 하지 말라'고 강하게 질책하셨다"고 했다. 2대1로 승리한 상주전에서도 2골을 넣고 후반 막판 1골을 허용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3연승을 이룬 성남전의 2대0 승리는 그런 면에서 뜻깊다. 선수들은 감독의 주문에 귀를 기울인다. 매경기 전 선수 자체 미팅을 통해 자발적으로 '이겨야할 이유'를 공유한다. '주장' 방대종은 전략가다. 주중 제주 원정 목표도 일찌감치 설정해놓았다. "올시즌 전남의 4패는 제주 수원 전북 포항에게 당한 것이다. 강팀을 잡아야 진정한 강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제주전은 소위 승점 6점짜리 경기다. 우리 승점이 30점, 제주의 승점이 27점이다. 우리가 이긴다면 승점차가 6점까지 벌어질 수 있다. 반드시 이겨야할 이유다."
▶든든한 선배+싱싱한 후배 '완전체' 전남
센터백 방대종은 '팀플레이어'이자 '언성히어로', 그라운드에선 누구보다 치열하게 달리는 '투사'다. 경남전(3대1승) 이종호의 추가골, 성남전(2대0 승) 스테보의 결승골은 현영민의 킥에 이은 방대종의 헤딩 직후 떨궈진 세컨드볼에서 비롯됐다. "영민이형과 공격포인트 2개를 놓쳤다고 농담했다"며 하하 웃었다. 하석주 전남 감독은 이날 3연승 직후 상대 공격의 길목을 온몸으로 막아선 주장 방대종의 믿음직한 수비력을 칭찬했다.
그러나 방대종은 오히려 '베테랑 풀백' 현영민과 '부주장' 이승희에게 공을 돌렸다. "나는 그라운드에서 화도 잘내고 쓴소리도 자주 한다. 내가 아빠 역할이라면, 영민이형은 다독이는 엄마 역할이다. 즐거운 장난과 농담으로 그라운드에서 밝은 분위기를 만들어주신다. 내가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신다"고 했다. "지난 2년간 주장이었던 승희는 어린선수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안다. 선후배 사이 연결고리 역할을 잘해주고 있다"고 했다. 선배들은 후배들의 멘토 역할을 자청하지만, 후배 위에 군림하진 않는다. 수원 출신 스테보는 '이기는 습관'을 안다. 지지 않는 에너지를 그라운드 안팎에 전파한다. 이종호, 안용우 등 어린 후배들은 무더위속 솔선수범하는 선배들의 조언에 기꺼이 귀를 연다. 폭염의 그라운드에서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절실하게 달린다. '전남유치원'의 패기에 '베테랑'의 경험치가 녹아들면서 전남은 '완전체'로 거듭나고 있다.
방대종은 "어린후배들이 지난 2년간 열심히 해왔지만 힘든 점도 많았다. 필요했던 부분에서 영입이 이뤄지니 힘이 나는 부분이 크다. 후배들은 의지할 수 있는 선배가 뒤에 있는 것만으로도 든든하다고 한다. 특정선수가 아니라 팀의 전선수가 고루 자기가 맡은 역할을 해내고 있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영지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