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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여름징크스는 더이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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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을 연고로 쓰는 유일한 프로팀, 제주 유나이티드를 따라다니는 지긋지긋한 징크스가 있다. 여름만 되면 부진한 '여름 징크스'다.

준우승을 차지한 2010년을 제외하고 제주는 매년 이 징크스에 발목을 잡혔다. 시즌 초반 벌어놓은 승점을 여름부터 까먹기 시작한다. 무더운 여름 육지와 섬을 오가는 일은 쉽지 않다. 공항에서 짐 싣고, 대기하는데만 한시간이 넘게 소요된다. 팀 사정을 고려해 칸이 좁은 저가항공을 타면 가뜩이나 압력으로 부은 다리가 더 말을 듣지 않는다. 공항이 멀면 다시 한번 버스로 이동해야 하는 두 배의 고충이 있다. 이 정도만으로도 충분히 볼멘 소리를 할 수 있지만, 프로에서 핑계는 통하지 않는다. 어떻게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올시즌 제주의 여름이 달라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박경훈 제주 감독의 노력들이 조금씩 결실을 맺고 있다. 제주는 월드컵 휴식기 이후 3경기에서 무패행진(1승2무)을 달리고 있다. 2번의 무승부는 선두 경쟁 중인 포항과 전북을 상대로 얻은 성과다. 박 감독은 일단 선수단 관리에 변화를 줬다. 원정경기가 끝나면 호텔에서 숙박 후 회복훈련까지 마친 다음 이동하기로 했다. 그 전까지 제주는 제주로 돌아가는데 많은 시간과 힘을 썼다. 박 감독은 "선수들의 자율을 최대한 보장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그렇게 좋지만은 않더라. 그래서 회복훈련을 마칠때까지는 통일된 스케줄을 갖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구단의 도움도 있었다. 제주는 9일 전북전을 치른 후 제주로 내려가지 않고 충북 보은으로 이동했다. 박 감독은 "구단에 협조를 구해 속리산 공기를 마시며 '힐링'했다. 잘 쉬는 게 역시 선수들의 피지컬 회복에 도움이 된다"며 웃었다. 충북에서 푹 쉰 제주는 13일 성남 원정길에서 귀중한 승점 3점을 추가했다.

피지컬 코치의 존재도 큰 도움이 된다. 박 감독은 지난 시즌이 끝난 후 '괜찮은' 피지컬 코치를 수소문했다. 여름징크스를 깨기 위해서는 강철같은 체력과 빠른 컨디션 회복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일본 출신의 니시가타 히로카즈 코치를 데려왔다. 그는 일본 J-리그 오이타 트리니타(2004~2005년)와 쇼난 벨마레(2006~2013년)에 있었다. 철저한 분석과 선수들의 몸상태를 고려한 맞춤형 체력훈련으로 소속팀의 경기력을 향상시켰다. 박 감독은 "피지컬 코치를 데려온 효과를 보고 있다. 니시가타 코치가 선수들 개별 데이터를 다 데이터 베이스화해 놓았다. 회복 능력과 근지구력 등을 토대로 몸이 잘 만들어져 있는지 확인해 준다"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올시즌 제주의 목표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진출이다. 이를 위해서는 여름 징크스를 반드시 넘어야 한다. 일단 지금까지는 성공적인 모습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